당신만 국가 안보를 생각하는게 아닙니다

[주장] 10·26기념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님께

등록 2003.10.27 08:24수정 2003.10.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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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의원이 추도식 참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박근혜 의원이 추도식 참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근혜 의원님

언론을 통해 박정희 전대통령의 24주기 추도식이 26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신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 박정희 대통령 자체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절대 가치가 되겠지요. 그렇지만 (당신이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당신의 아버지로 인해 무고하게 생명을 잃은 많은 이들의 가족이 여전히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안보라는 명분 아래 당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중에 상당부분은 조작된 것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해 희생당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에게 그 권력의 당사자였던 당신의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를 빌어야 함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박 의원님은 유족 대표 인사말에서 "지도층이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것과 이념적인 다양성을 지키는 것조차 혼동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더군요. 이 말에 따르면 당신은 국가안보를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양한 가치관을 부정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빨갱이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은 당신과 당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집단이 아니던가요. 의원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념적 다양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궁금해집니다.

시대가 어떻게 변해가든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좇아 사회를 혼란케 하는 자들이 누구인지 분명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과 당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집단이 안보라는 이름으로 수구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제발 안보라는 우리 모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당신들만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함부로 말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원님이 안보 이야기 하지 않아도 60만이 넘는 군인들이 나라 잘 지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그렇게 입으로 외치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항상 힘없는 자들이 지켜왔습니다(힘 있는 사람들이 어디 함부로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습니까).

당신 뿐 아니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혼란스러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근원에는 여전히 바로 정리되지 못한 채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우리의 역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일이지만 그 중심에 바로 당신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가 겪어온 많은 갈등과 혼란을 돌이켜 볼 때 박정희 전대통령의 과거 친일행적에 대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족으로서 국민 앞에 사죄를 빌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이렇게 보니 박정희 대통령은 '근대화, 산업화’라는 업적과 함께 ‘친일’과 ‘반민주 독재’라는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경력을 우리의 현대사에 남겨 놓았군요).

물론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도 정당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 적어도 우리가 역사를 통해 무엇인가 배우기를 원한다면 - 그의 과오에 대한 꾸밈없는 평가는 분명히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박근혜 의원님

당신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현대사에서 결정적인 자리를 차지했던 아버지를 두었다는 이유로 인해 당신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당신이 직접 경험한 우리 현대사의 상처와 아픔이 이제는 우리 사회가 그것을 극복하고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귀하게 사용되어지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 사회가 분열과 다툼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시대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조용하지만 힘 있는 당신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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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독일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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