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를 부르는 법해스님 일행(2002년 11월)안병기
나 역시 작년 이맘 때 갑사에서 열린 개산대제(開山大祭)에서 본 스님들의 바라춤과 나비춤, 그리고 스님들이 부르던 범패 소리의 여운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범음(梵音) 또는 어산(魚山) 혹은 인도(印度) 소리라고도 부르는 범패는 절에서 재을 올릴 때 부르는 성악곡이다.
작년 개산대제에서 법해 스님 일행이 부르던 범패 소리는 고요한 산사를 여울져 내 가슴으로 굽이쳐 흘러 마음을 가득 채웠다. '건달'이라는 말이 본디 불교 음악의 신을 이르는 불교 용어라는데 그 건달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야말로 신(神)의 노래였는지도 모른다. 그 덕분이었을까. 그날 계룡산을 오르는 내 발길이 유난히 가벼웠던 것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난 때로는 채운다는 것이 마음을 비운다는 것과 통한다는 것을 얼마나 절감했던가.
음악회가 열리는 대웅전 앞마당은 송곳 하나 꽂을 여지가 없었다. 음악회는 이미 절정을 넘어서고 있었다. 때 마침 정태춘과 박은옥이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먼저 박은옥의 단골 레퍼토리라는 <사랑하는 이에게>가 불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