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대중화를 서두릅시다"

장 폴 주아리의 <철학 속으로 들어가기>

등록 2003.10.27 10:33수정 2003.10.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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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철학 속으로 들어가기>
책 <철학 속으로 들어가기>민음사
"철학한다는 것은 그렇다고 억지로 '지나치게 세밀하게 따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함은 더욱 자유로워지도록 더 의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며, 사정을 두루 잘 알고 선택하는 것이며,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며, 비판적인 검토 없이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며, 그것과 또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대립시키는 것이다.

이는 바로 비판적 정신을 갖는 것이며, 또한 이미 정형화되어 서로 상반되고 있는 성찰들로부터 정신을 함양함으로써 가능한 한 착각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대학 입시인 바칼로레아의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철학박사인 저자가 철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쉽게 설명하여 쓴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관식으로 철학의 여러 내용들을 묻는 바칼로레아 시험을 위해 프랑스의 학생들은 철학적인 성찰과 사고를 거쳐야만 한다. 때문에 그러한 성찰 과정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다.

전체 내용은 크게 3장으로 구분되는데, 1부 '철학에 대해 알아보기'는 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개론을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다.

첫 장은 외양과 본질을 구분하면서 본질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설명으로 시작한다. 본질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착각, 일반 관념, 문화란 무엇인가, 도덕적 행위, 자유는 무엇인가 등의 철학적 개념들이 하나하나 풀어져 나온다.

이 책에서 전하는 본질의 정의란 다음과 같다.

"처음에 우리는 존재하는 것을 영원한 어떤 것으로 항상 간주하고, 실재의 외양을 그것의 본질이라고 착각한다. 여기서 본질이란 한 사물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것, 다시 말해 한 사물을 바로 그 사물이게끔 하는 특성들의 총체를 말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기 위해 우리는 철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오류'를 깨닫는 과정이기도 하다. 플라톤은 오류 속에 존재하는 우리 인간들을 '동굴 속의 죄수들'이라고 비유한다.

있는 그대로의 감각적 경험에서 벗어나 본질을 찾음으로써 우리는 동굴을 벗어날 수 있다. 사물 속에 내재한 이 본질적 요소들이 바로 '일반적 관념'이다. 이것들은 주로 추상적인 개념에 해당해 눈에 보이지 않으며 감각적인 경험도 벗어나 있다.


'도덕적 행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도덕의 방향이나 정의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자신이라고 말한다. 즉 도덕의 기준이라는 것이 변화 가능성이 있는 가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시대의 도덕을 준수할 필요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예를 들어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퇴보적인 금지들을 도덕으로부터 제거하면서 도덕성을 더욱 향상 시켜야 할 것이다. <오늘날 더 이상 도덕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새로 탄생하는 도덕은 지각하지 못하고 지나간 시대의 도덕을 단지 아쉬워한다."

저자는 자유에 대해서 상대적이면서도 절대적인 관점을 취한다. 자유는 선택의 결과이며 절대적인 자유의 관념은 불합리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자유는 없지만 결정된 조건 내에서의 자유는 존재할 수 있다. 이 때의 자유는 절대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은 '아름다운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장에서도 나타난다. 이것은 예술의 역설 가운데 하나이다. 모든 작품은 독특하고 주관적이어야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백만의 인간들이 모두 그 작품에서 미적 즐거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철학적 사고에는 보편적 관념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다고 믿는 '개인적 사고'는 사실 모르는 사이에 습득한 다른 사람들의 사고의 총체이다. 그리고 습득한 사고의 총체를 자신의 사고와 잘 혼합하여 발전시킨 것이 바로 '개인적 사고'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만 한다. 우리가 지극히 나만의 것이라고 믿는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며, 그 보편적 관념이 항상 참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들을 참이라고 믿는 순간, 역사는 퇴보할 뿐이다.

참이라고 믿고 있는 보편적 관념에 대한 도전과 회의를 통해 우리는 좀더 발전된 사고 체계를 획득할 수 있다. 그러한 사고의 과정이 바로 철학이며 그 철학적 사고를 통해 역사는 발전한다. 그 의심의 이유는 바로 '오류와 착각을 내몰고, 더욱 <참> 또는 덜 <거짓>인 개념들'을 향하여 나아가기 위함이다.

철학 속으로 들어가기 - 청소년을 위한 알기 쉬운 철학 이야기

장 폴 주아리 지음, 차건희 옮김,
민음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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