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총학, 한총련 탈퇴 공식 선언

총학생회의 일방적 결정에 학생들 "민주적 절차 무시" 반발

등록 2003.10.28 04:18수정 2003.10.28 19:03
0
원고료로 응원
학생운동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지난 80년대 한때 학생운동의 메카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중심에서 이끌었던 한양대가 한총련에서 공식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27일 "31대 총학생회는 한총련이 한양대를 가입대학으로 생각한 것과 관계없이 2003년도 한양대는 한총련 탈퇴 상태였음을 확인하고 이를 공표한다"면서 "조만간 이같은 뜻을 한총련에 정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양대 내에서 한총련 탈퇴 논의는 2001년 이후 매년 되풀이된 논쟁이었다. 그러나 한대 총학생회는 학생회칙이 규정하고 있는 전체학생총회 등의 여론수렴 절차를 생략한 채 지난 26일 열린 중앙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독자적으로 한총련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2003년 3월 26일에 개정된 학생회칙은 한총련의 가입과 탈퇴를 전학대회 이상의 기구에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출범한 현재의 총학생회는 개정 이전 학생회칙에 따라 자유롭게 한총련 탈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대 총학생회는 한총련 탈퇴에 대하여 전체 학생들의 의사를 직접 묻기 위한 총투표를 다음달에 있을 차기 총학생회 정부회장 선거일에 맞춰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수 총학생회장(법학 4)은 이와 관련 "학생회칙에 총학생회장의 단독 총투표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서 "무엇보다도 한총련 탈퇴 총투표가 2004년도 총학생회 정부회장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총투표 진행 계획을 철회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진수 총학생회장은 이어 "31대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했지만 2004년도 이후의 차기 총학생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이상의 대의기구를 거쳐 한총련에 다시 가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결정을 둘러싼 학생들간의 게시판 논쟁이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결정을 둘러싼 학생들간의 게시판 논쟁이 27일에 이어 28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 석희열

한편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결정 사실이 27일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양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학교 학생 오상택씨는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학우들과의 소통 없이 한양대 전체의 의견인양 언론사에 유포하고, 일방적으로 게시판에 발표하는 식의 모습이 총학생회장이 말하던 99%의 명예혁명과 도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며 "진정 한총련을 탈퇴할 의사가 있다면 전학대회를 열어 이 안건을 정식으로 논의해서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린 한 학생은 "총학생회의 핵심 몇몇들의 형식적인 의사 합의 과정만 거친 채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건 예전의 한총련 계열 학생회에서 한총련 출범식과 사무소 설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던 거와 다를 게 없다"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총학생회를 압박했다.

또 다른 학생도 "한양대의 한총련 잔류와 관계없이 한총련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먼저 없애는 것이 순서"라면서 "더욱이 총학생회장이 지난 8월 10일 게시판에서 '한총련의 탈퇴 여부는 전체 학생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 약속은 그럼 뭔가"라며 절차를 건너뛴 총학생회의 일방적 결정을 비난했다.

한양대는 지난 87년 전대협 출범 이후 92년 6기로 조직체계를 해소할 때까지 의장 2명과 93년 전대협의 뒤를 이어 출범한 한총련 1기 의장을 배출했다.

이번 한양대의 한총련 탈퇴는 지난 98년 서울대가 한총련 산하조직인 서총련을 탈퇴하면서 한총련과의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이후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이어 주요대학 가운데 세 번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