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디스 이즈 디스김규환
대학 가서 처음 손댄 술과 담배
국어를 본격 배우기 시작한 다음부터 나는 담배를 '남초(南草)' 또는 '담바고'라 했다. '시거'나 '토바코'는 왠지 낯설고 발음하기에도 어색했으니 담배, 남초, 담바고라 하는 게 내 말 입맛에 맞았다.
내가 담배를 피기 시작한 때는 스물 한 살 때다. 대학에 입학하고 두 달이 지나 북한강 강촌에 봄살이(MT)를 가면서다. 밤새 술잔을 기울인 여파로 새벽에 해롱대자 뒷산에 땀 빼러 같이 가자던 선배가 문득 권하니 냉큼 받아 뻐끔뻐끔 빨아댔다.
그 한 대에 어질어질하여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어 한 개비를 더 피고 나서야 정신을 차려 걸어 내려왔다. 처음 본 사람은 뒤뚱뒤뚱 걸으니 뭔가에 잔뜩 취한 사람으로 보았을 지도 모른다.
그 날 이후 내 담배 솜씨는 날로 늘어갔다. 한 달 동안 뻐끔 담배를 피다가 목구멍에 좋지 않다는 소리를 접하고 폐 속으로 쑤욱 빨아들이게 되었다. 담배에 대한 적응력은 꽤 괜찮은 편이었다.
술도 학력고사가 끝나고서 배운 것 치고 잘 마시는 편이니 부뚜막에 늦게 올라 간 죄로 모진 끈, 고문을 당하고 있는 내 몸이 불쌍하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직 그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여직 한번 술이나 담배를 줄이자는 데는 동의했으나 끊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러니 벌써 16년 동안이나 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