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옥 영산출장소장. 얼굴이 해맑고 달덩이 같다오창석
청년 박중빈은 빨강머리 아이보다 더한 문제아였다. 원불교사(圓佛敎史)에 의하면 7살 때부터 천지운행의 숨은 이치를 따지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그는 12세 때 부터 산신령을 만나기 위해 수년을 산속에 들어가 기도하고, 15세에 결혼한 뒤에는 생계마저 내팽개치고 '도사'를 만나기 위해 세상을 떠돌았다.
태어나 구도의 길을 걷고, 깨달음 뒤에 원불교를 창시한 이곳에 학교까지 세워지게 됐으니 빨강머리의 고통스런 아이는 그가 사후에 불러 모은 제자이자 분신이라 할 만 하다.
이웃들의 눈에 그는 '폐인'이었다고 전한다. 이곳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노루목의 외딴집에 기거하던 그는 얼굴엔 병색이 완연하고, 밥도 먹지 않은 채 몇 날 며칠을 기도로 밤을 새웠다. 아침상을 마련해 놓고 나간 부인이 점심을 차리기 위해 돌아와 보면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다 정지한 상태 그대로 삼매경(三昧境)에 빠져 있는가 하면, 그와 같이 장을 보러 가던 동행자들이 돌아오는 길에, 출발지에서 이미 삼매에 들어 하루 종일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데려오기도 했다.
장마철에 빗물이 방바닥을 철벅거려도 알지 못하고, 복부엔 돌덩이 같은 종양이 들어서고 온 몸이 부스럼으로 덮여도 느끼지 못하는 몰아의 경지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