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박철
장모님은 몸이 재셔서 감나무에 올라가 장대로 감나무 가지를 후려치면 장인 어른은 떨어지는 감을 나무 아래에서 받으셨다고 한다. 소화물 센터에서 감 상자를 찾아오면 아내는 감을 먹으며 부모님 사랑이 고마워 눈물을 흘렸다.
잘 무른 홍시를 서늘한 광에 두었다가 출출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 맛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내가 감을 좋아하니 우리집 늦둥이 은빈이가 나를 닮았나 보다. 앉은 자리에서 제 주먹보다 큰 홍시를 일곱 여덟 개를 후딱 먹어 치운다. 그래도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매년 이맘 때 장인어른이 보내주신 홍시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5년 전, 장인어른이 중풍으로 쓰러지신 이후로…. 그리고 3년 전에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가셨다. 나는 감을 먹을 적마다 장인 장모님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 월요일 오산에서 내가 평소 존경하는 분들과 친구를 만나고 그 다음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바람이 몹시 불었지만,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아침이었다.
나는 가을 풍경에 취해 차에서 내렸다. 마침 부부인 듯 한 두 사람이 장대로 감을 따고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서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팔지 않고 먹을 것이라는 걸 한사코 떼를 써서 반접을 샀다. 감도 감이지만 이들 부부의 훈훈한 정을 맛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