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단 명단 제작비 시 지원 논란

목포시, 없어진 기자단에 선심?

등록 2003.10.31 08:26수정 2003.11.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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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시가 일부 기자들의 사진과 연락처가 인쇄된 출입기자단 명단 제작비를 시 예산으로 지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목포시에 따르면 지난 9월 지방지와 지역방송 등 시청을 출입하는 일부 기자 13명의 사진과 이름, 소속사와 연락처 등이 적힌 '한국기자협회 목포시청출입기자단'이라는 A4용지 크기의 칼라 전단지 500장을 인쇄하는데 들어간 비용 59만 4000원을 시 예산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목포시가 제작비를 지원해 만든 시청 출입기자단 명단
목포시가 제작비를 지원해 만든 시청 출입기자단 명단정거배
그런데 목포시청을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신생 지방지와 지역주간신문 등을 모두 합쳐 20명이 넘는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접한 일부 기자들은 "자신들이 비용을 부담해서 만들었다면 문제될 것도 아니지만 시가 지원액수를 떠나 특정기자들에게 예산을 지출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없어진 기자단 부활 논란

이와 관련 K모 기자 등 지역신문 기자들은 29일 오후 목포부시장실로 찾아가 제작비를 지원하게 된 경위를 따지는 등 인쇄비 예산지원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이처럼 복잡하게 된 사연은 작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6월 26일 목포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 회원 100여명이 시청사 1층에 있는 기자실(명칭은 브리핑 룸)을 강제 폐쇄했다.

목포시청공직협은 당시 "시민세금으로 지은 공공 건물을 몇몇 기자들이 개인 사무실인양 사용함으로써 부패의 고리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목포시청을 출입하지만 당시 출입기자단에 포함되지 않아 기자실 출입을 하지 못했던 지역신문과 신생 지방지 기자들까지 나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직협과 대립이 격화됐다.

공직협, 작년 기자실 강제폐쇄


우여곡절 끝에 기자실 강제폐쇄 20여 일만인 지난해 7월 중순 공직협이 "물리력을 동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출입기자들도 "구시대적이고 잘못된 취재관행을 과감히 탈피하고 사회 공기로서 언론인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하기로 다짐한다"는 자정 선언문까지 발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 됐다.

이와 함께 명칭은 브리핑 룸이지만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기자실은 시청 사무실과 벽을 허물고 기자들의 개인 부스를 없애는 등 기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이 이용할 수 있는 회견장소로 탈바꿈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자들은 종전과는 달리 자신들이 말하는 회원사(한국기자협회 소속)와 비회원사(신생지방지와 지역신문) 소속 기자들까지 함께 한 가운데 출입기자단이 아닌 친목모임 성격의 기자대표까지 선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종전에 시청 출입기자단에 포함됐던 몇몇 기자들 중심으로 목포시청 건너편에 '광주전남 기자협회 목포시청 출입기자단' 사무실을 따로 마련한 것이다. 공직협에서 시청 브리핑 룸 강제 폐쇄를 계기로 통합됐던 지역신문(지역주간신문) 소속 기자들과 다시 양분된 것이다.

"예산지원 요구한 적 없다"

이런 와중에 별도 기자실을 이용하고 있는 기자들 중심으로 최근 '한국기자협회 목포시청출입기자단'이라는 명단을 그것도 시 예산지원으로 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단 명단 제작에 간여했던 모 기자는 "당초 자체경비로 제작하려고 했지 목포시에 예산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명단 제작을 추진하던 중에 시 관계자가 평소 거래하던 인쇄소에 맡겼고,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기자협회 회원사 소속 기자들만 있는 명단이 있어야 한다는 일부 동료기자들의 의견에 따라 제작한 것이고 다른 뜻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작된 기자단 명단에 포함된 다른 기자는 "사진을 준 적도 없고, 없어진 출입기자단이 다시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지 기자도 "스스로 제작비를 지출해 만들었어야 옳다"며 과거 바람직스럽지 못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단이라는 공식 명칭에 대해 한 기자는 "언론개혁 차원에서 이미 없어진 기자단에 새로 가입하는 문제는 소속 회사차원에서도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숙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명단에 들어갔지만 자신은 시청 출입기자단에 정식 가입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종전처럼 지역주간신문 기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청 출입기자명단을 별도로 제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시청 앞에 있는 별도 기자실도 출입하지 않고 있는 이상 기자들 간에 취재분야에서 서로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자명단 제작비를 시 예산에서 지출한 것과 관련 이공주 목포부시장은 "전체 기자들이 협의하지 않은 이상 어떤 명목으로도 지원하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다"고 밝히고 "일부 기자들만 포함된 기자단 명부가 시 예산으로 제작된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문제가 된 이상 제작된 기자단 명부는 각 실과에 배포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담당 공무원 "어쩔 수 없었다"

또 인쇄소에 기자단 명단을 제작, 의뢰했던 시 문예홍보과 김모 담당은 제작비 지원에 대해 "(언론사 담당자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역신문 기자 등을 중심으로 지역 일각에서는 "관언유착 등 부작용이 많았던 기자단 명단 제작비까지 지원한 목포시가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목포 지역신문의 한 기자는 "돈 액수를 떠나 시 예산을 일부 언론사 소속 출입기자들에게 지출한 것은 특혜임과 동시에 기자실 폐쇄 이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포시청 공직협 이권철 회장은 "편법으로 지출됐을 뿐 아니라 일부 기자들만 포함됐기 때문에 배포해서도 안된다”는 입장을 담당자에게 전달했다고 밝히고 이 문제와 관련 "추후 상황을 봐서 직협 차원에서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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