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박문옥안병기
숙소에 도착해서는 사암 정의연 선생의 남해 역사에 대한 열띤 강연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일행들의 학구열을 달구기엔 역부족이었다. 저녁 식사 후 8시부터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무명가수인 황인철씨가 부르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라는 노래로 음악회는 막이 올랐다. 그 뒤를 국악인 박채란씨가 가야금 병창으로 <나를 두고 아리랑>, <타향살이> 등의 노래로 이어갔다.
마지막은 광주의 민중가요 가수 박문옥이 장식했다. 박문옥은 먼저 자신의 대표곡인 <직녀에게>를 불렀다. 다음 곡은 정태춘, 박은옥이 부른 <사랑하는 이에게>였다. 박문옥이 흉내내는 박은옥의 목소리가 너무나 그럴 듯해서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리고 어디선가 "오빠'사랑해" 소리가 들렸다.
이에 힘을 받은 탓일까. 그는 조용필이 되어 <일편단심 민들레야>를 부르는가 했더니 어느 새 심수봉이 되어 <그때 그 사람>을 찾는다. 그의 노래인 <누가 저 거미줄에 걸린 나비를 구할 것인가>를 듣고 싶었지만 그가 부른 앵콜송은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였다.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긴 아름다운 것일까.
그렇게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노량 바다의 파도들도 차츰 잠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다 잠들어도 나그네는 결코 잠이 들 줄 모른다. 서포 김만중 기념사업회 김성철 회장과 상감마마라는 닉네임을 가진 이와 셋이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눴다.
남해를 사랑하는 김 회장의 마음이 하나의 파도가 되어 넘실거린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도 어느 결엔가 하나의 파도가 되어버린다. 세 개의 파도마루가 합쳐져 서로의 마음을 넘나든다. 파도가 깊이 잠들수록 사람의 마음은 점점 더 격랑을 이룬다.
이 밤이 지나면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전설이 되어 허허바다로 흘러갈 것이다. 내일은 남해 금산을 오를 것이다. 마음이 먼저 걸어서 금산을 오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