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배짱이면 우리는 깡다구다"

동덕여대 분규사태 진통 계속...총학생회 수업거부 결의

등록 2003.11.04 17:51수정 2003.11.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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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영 총장과 재단의 동반 퇴진을 둘러싸고 학내분규를 겪고 있는 동덕여대 소요사태가 조원영 총장의 사퇴 발표에도 불구하고 관선이사 파견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면서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a 동덕여대 학생비대위는 4일 낮 교내 동인관 체육관에서 4000명이 훨씬 넘는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전면 수업거부를 결의했다

동덕여대 학생비대위는 4일 낮 교내 동인관 체육관에서 4000명이 훨씬 넘는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전면 수업거부를 결의했다 ⓒ 서상일

동덕여대 학생 교육투쟁 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학생비대위)는 4일 낮 12시40분 교내 동인관 체육관에서 40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관선이사 파견을 위한 수업거부를 결의하고 이날 오후부터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학생비대위는 이날 학생총회에 출석한 4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거부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인원 3728명 가운데 95.5%인 3562명이 찬성해 수업거부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조씨 가문은 동덕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최인혜(총학생회장) 학생비대위 위원장은 "현재 동덕의 이사회는 엄마가 이사장, 아들이 총장으로 있으면서 동덕여대를 한 가문의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무능한 족벌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 동덕의 재단 이사진들은 당장 동덕에서 떠나라"고 압박했다.

최 위원장은 "지금 우리에겐 동덕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몰아내고 향후 동덕 민주화를 함께 만들어갈 공익적인 이사진들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관선이사 파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현 이사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태에서 총장 한 사람이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동덕이 완벽하게 조씨 집안에서 벗어나길 원한다"면서 "관선이사 파견 등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결코 농성을 풀지 않을 것이며 수업거부 투쟁을 무기한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잔다르크 동덕 방수진 대표도 "수업거부는 학생들이 현 재단과 교육부를 합법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마지막 히든카드"라며 "관선이사 파견이라는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결코 투쟁을 멈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거부, 교수협 농성, 직원노조 파업 등으로 학사운영 완전 마비


a 수업거부 결의 후 학생들이 강의실 책걸상 등을 밖으로 들어내고 있다

수업거부 결의 후 학생들이 강의실 책걸상 등을 밖으로 들어내고 있다 ⓒ 서상일

이날 총회에서 수업거부를 결의한 학생들은 곧바로 교내 모든 강의실의 책걸상을 바깥으로 끌어내 일부 강의실에서 예상되는 수업진행을 막았다. 학생비대위는 이날 오후부터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수업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생비대위는 현 재단이사들의 집 앞과 교육부 앞 1인 시위를 전개하며 재단과 교육부를 동시에 압박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7일 오후에는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조원영 총장의 구속 처벌과 관선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 학교 교수협의회와 직원노조도 재단의 즉각 퇴진과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각각 교내에서 천막농성과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어 경리과와 입학과 등 일부 부서를 제외한 모든 부서의 학사운영이 사실상 완전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관선이사 파견 등을 통한 학내 분쟁 해소에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수업거부 장기화에 따른 법정 수업일수 미달로 무더기 유급사태도 우려된다.

현행 고등교육법 제20조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제1항에는 매학년도 수업일수를 30주 이상으로 규정하여 이를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천재·지변 기타 교육과정의 운영상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법정 수업일수의 2/3 이상 출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대학본부측 관계자와 인터뷰를 시도하였으나 대부분 부재중..취재 실패

이에 대해 대학당국 및 재단측의 입장과 대응방안을 들어보기 위해 이날 오후 대학본부를 방문하였으나 교무처장실을 제외한 주요 보직교수들의 집무실과 재단 이사장실의 문이 잠겨 있거나 폐쇄되어 있어 취재에 실패했다.

교무처 관계자는 동덕여대의 수업일수와 관련 "학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수업일수는 매학기 15주 이상"이라며 "11월 13일이 2학기 수업일수의 2/3를 통과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2004학년도 신입생 입학과 관련한 업무로 바빠 시간을 낼 수 없다"며 더 이상의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본부측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노조의 전면파업과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학사운영이 사실상 마비되자 김덕성 기획처장과 재단측 관계자가 교육부를 방문하는 등 대학당국이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재단측은 4일 이사회를 열어 지난 1일 사표를 제출한 조원영 전 총장의 후임으로 송석구 전 동국대 총장을 제5대 총장에 선임한 것으로 전해져 학생들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육부, 다음주 초 학교 정상화 위해 재단에 최후 통첩

a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학생총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학생총회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서상일

한편 수업거부 결의로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교육부는 다음주 초에 동덕여대 학내분규 사태와 관련하여 임시이사 선임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한 강도높은 행정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교육부 대학지원국 현철환 사무관은 "교육부 감사결과 드러난 재단 비리 등에 대한 교육부의 시정요구에 대해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제외한 기타 금전적인 문제는 모두 마무리됐다"며 "임원취임 승인 취소 요구에 대해서는 2차 계고 중"이라고 밝혔다.

현 사무관은 "조원영 총장이 1일자로 재단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비공식 통보를 받았다"면서 "감사결과에 따른 교육부의 시정요구에 대해 일부가 이행된만큼 2차 계고에 대한 재단측의 태도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선이사 파견에 대해서는 "아직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교육부의 권고사항에 대해 재단측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오는 10일경 교육부의 처분내용을 재단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혀 후속조치가 뒤따를 것임을 내비쳤다.

a 동덕여대 학생비대위는 지난달 7일부터 총장실을 점거,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덕여대 학생비대위는 지난달 7일부터 총장실을 점거,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서상일

이에 앞서 동덕여대 학생비대위는 △조원영 총장의 즉각 퇴진 △이양희 총장 직무대행에 대한 이사회의 즉각 선임 △관선이사 파견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7일부터 무기한 총장실 점거투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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