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기
사람들은 더 이상 소박한 것, 수수한 것, 작은 것을 미더워 하지 않는다. 백화점, 대형 할인 마트에 가야만 사람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소비의 욕망에 닻을 내린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사람살이의 요체는 시시한 것에 있다. 거기서 눈물, 한숨, 웃음이 다 비어져 나온다. 거기서 찰떡같은 情이 나오고 거기서 살아있음의 참 맛을 느끼게 된다. 큰 것에는 어떤 살가움도 담겨져 있지 않다.
사람은 나이들게 되면 사회의 모순을 알게되고 제 스스로 그 모순에 발을 담그게 된다. 이른바 철이 드는 것이다. 따지고 들자면 '순수하다'라는 말의 반대말은 '철 들었다'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철이 들고나서도 틈만 나면 시장을 기웃거리는 내 관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시장에 가면 할머니와의 사이에 얽힌 추억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오기도 하고 황지우 시인처럼 삶의 '바닥'을 들여다보며 '난 아직 바닥에 이르려면 멀었구나"라고 마음을 추스르며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삶에 바람을 불어넣기도 한다.
차츰 세월의 뒤안으로 사라져 가는 재래시장을 바라보는 심사가 울적해진다. 재래시장이란 단순히 물건만을 사고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는 열린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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