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창씨 현재 모습1느릿느릿 박철
그 분의 쓸쓸한 감회, 어쩔 수 없이 밀려나야 하는 이 시대 약자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 아이들이 지석초등학교를 다니기에 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학교 구석구석 향나무며 각종 꽃나무들이 언제나 가지런히 말끔하게 이발된 듯 정돈된 것을 보고 탄복했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가꾼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를 가꾸어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이는 보통 정성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결코 큰 학교는 아니지만 교정 전체 분위기가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운치와 정성을 담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런 단아(端雅)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사람이 노형창씨였습니다.
12월 27일 아침, 우리 교회 서 장로님, 김 장로님과 퇴임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식장은 북적거렸습니다. 시간이 임박하자 제법 너른 운동장은 축하객들이 타고 온 차로 반은 찼습니다. 기대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 사람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어림짐작 2, 3백명은 될 듯싶었습니다.
11시 30분 정각, 퇴임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민의례에 이어 교장 선생님의 격려사, 동문회장의 축사, 졸업생의 송사(?), 재학생들의 석별가, 기념품 전달, 노형창씨의 답사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난로 옆에 앉은 탓도 있겠지만 벌개진 얼굴로 퇴임식이 끝날 때까지 몇 번이고 슬며시 안경 아래로 손을 넣어야만 했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듯이 자칫 상투적이고 의례적이고 맥빠진 행사로 그치고 말 퇴임식이 참석한 축하객과 순서를 맡은 사람들의, 한 사람을 공직에서 떠나보내는 애석한 마음이 한 데 어우러져 사뭇 진지하고 감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격려사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