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잠자리김훈욱
날개가 겉날개와 속날개로 두 겹인 메뚜기나 풀무치는, 비가 와도 겉날개의 보호를 받는 속날개가 젖지 않아 날 수가 있다. 하지만 날개가 단 한 겹뿐인 잠자리는 자는 동안 이슬이 내려 날개가 젖게 되는 이른 아침에는 잘 날 수가 없다. 그래서 해가 뜨기 전 억새풀이 우거진 밭두렁으로 나가면 날개에 고운 이슬이 맺힌 잠자리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매일 늦잠을 자다 어쩌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은 잠자리 잡느라고 옷은 젖고 바지가랑이에는 온통 황토흙을 묻혀서 혼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잠자리 잡는 재미에 얼마 안 가 언제 그런 꾸지람이 있었는가 싶게 똑같은 일을 반복하곤 했다.
왕잠자리나 장수 잠자리 잡기
위에서 이야기한 방법은 비교적 작은 잠자리를 잡는 데는 매우 용이하다. 하지만 장수 잠자리나 왕잠자리처럼 큰 잠자리는 날개에 맺힌 이슬을 털어 내고 날아가는 경우도 있다. 왕잠자리는 옆으로 날아가면 휙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고 잘 앉지도 않아 포충망으로도 잡기 어렵다.
왕잠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이슬에 젖어 꼼짝 못하는 두점박이 잠자리 같은 작은 잠자리 몇 마리를 잡아야 한다. 그 다음 다리에 실을 묶고 작은 막대기에 연결하여 둔다. 시간이 지나 아침 해가 떠오르고 이슬이 마르면 잠자리는 도망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날아가려고 애쓰기 시작한다.
이 잠자리를 들고 저수지나 논두렁에 나가 흔들고 있으면 아침 먹이를 찾아 나선 왕잠자리를 만날 수 있다. 먹이를 찾아 저수지를 빙빙 돌던 배고픈 왕잠자리가 작은 잠자리를 발견하고 달려드는 순간, 두 잠자리는 잠시 뒤엉키며 땅으로 떨어져 구르게 되는데 이 순간을 잘 포착해야 한다. 이 때 현장을 손으로 덮치면 힘들지 않고 왕잠자리를 잡을 수가 있다. 처음으로 포획한 이 왕잠자리는 본격적인 왕잠자리 떼 사냥을 위한 미끼가 되는 것이다.
이 때는 암놈 왕잠자리를 잡으면 좋다. 수놈을 잡았을 경우에는 잠자리의 몸통에 물감을 칠해 암놈처럼 위장을 한 후 다리에 실을 묶어서 왕잠자리 사냥을 시작하게 된다. 왕잠자리의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쉽다. 수놈은 날개가 투명하고 몸통이 파랑색과 하늘색이 강한데 반해 암놈은 갈색에 가까운 날개를 가졌고 몸통이 통통하고 갈색과 연두색이 강하다.
물감으로 암컷으로 위장한 왕잠자리를 실에 묶고 저수지에서 이리저리 흔든다. 그러면 저수지 주위를 빙빙 돌던 왕잠자리 수놈은 이것을 암놈으로 착각하여 달려든다. 이들이 한데 엉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손으로 가볍게 잡으면 된다.
이 때 잠자리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 수가 있다. 이미 실에 묶여 있는 상태라 날아갈 수 없는데도 수놈은 암놈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자유의 몸인 수놈마저도 암놈을 포기하지 못한 대가로 사람의 손에 잡히게 된다.
잠자리의 번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