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을 따라 나무를 심었다.최연종
수북히 쌓인 낙엽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500여년 전의 백암마을을 들여다 봤다. 백암(白巖)마을은 1538년 남평문씨 문창후가 버드나무골(도곡면 월곡리)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오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온다.
백암 숲은 조선 인종 때(1544년) 남평문씨가 큰물이 지면 마을로 물이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으면서 하천을 따라 나무를 심은 게 시초. 5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마을을 지키고 있는 수호신인 셈이다.
3000여평의 널찍한 공간에 푸조나무와 이팝나무, 팽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10여종 165본의 아름드리 나무가 당산나무 형태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문창후 후손인 문경식 천암리 이장은 오래 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옛날에는 숲 속에 사람이 들어가면 안보일 정도로 숲이 울창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나락을 거둬 우데미 사람한테 일년에 나락 한 가마를 주며 염소나 소가 숲으로 못 들어오도록 숲을 잘 가꾸도록 했기 때문이지요. 큰물이 지면 칠구재 골짜기에서 물이 쏟아져 마을로 흘러들어 숲이 없었으면 마을도 사라지고 없었을 것입니다.”
백암 숲은 특히 이팝나무와 단풍나무와 등 계절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수종들이 많아 사계절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봄이 오면 대여섯 그루의 이팝나무가 하얀 눈꽃을 피우며 때아닌 한겨울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여름이면 삼림욕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숲은 만원을 이룬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숲정이 입구에 있는 두 그루의 단풍나무는 백암 숲을 온통 빨간 물을 들이며 수백년의 세월을 마을과 함께 해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