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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탑 기사에 올라온 기사 중 황순택 기자의 <아들에게 '동거후 결혼'을 제안할까 합니다>를 읽고 몇 가지 반론이 있어 글을 올린다.
첫째로, 황순택 기자의 글은 편향된 남성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황 기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만일 당신 자식이, 24세의 과년한 딸인 경우에도 이렇게 아들에게 권하듯 동거를 권할 것인가?"
황순택 기자는 혼전 동거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 없이 단지 이혼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발상에서 남자는 최소 1년 이상, 여자는 3년까지 동거를 해 본 후 결혼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황순택 기자에게 남자는 1년, 여자는 3년이라는 계산법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생각 자체가 남성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혼전 동거 자체가 좋다, 나쁘다고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환경과 문제들이 있으므로 단답식으로 대답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황 기자는 혼전 동거가 실패(?)로 끝났을 경우에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순결을 잃었으니 '동일한' 피해자라는 식의 논조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동거를 둘러싼 현실적이고 복잡한 상황을 모두 무시한, 너무 단순화시킨 결론이 아닌가 싶다.
둘째로, 황순택 기자는 순결에 대한 강한 의문을 표현하고 있다. '과연 순결이라는 것이 그리도 대단한 의미를 가질 만한 것일까?'라며 결혼 조건에 순결이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순결'이 단순히 성적인 것, 육체적인 것에 한정된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결혼을 해서 수년간 살아온 이들, 그리고 이미 자식이 성년이 되어 오랜 시간 결혼 생활을 한 이들에게 부부(이성)간의 사랑은 육체적이고 성적인 결합을 넘어서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단지 순결을 육체적인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오래된 부부에게 '순결'은 아예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강제로 성추행을 당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그런 경우에 순결 운운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육체적이고 의학적인 순결일 뿐이다. 그런 의미의 순결 강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성인 남녀가 두 가지 경우에 성적인 결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성적인 쾌락을 위해서, 다른 하나는 사랑을 나누는 표현으로서이다. 그러나 사랑이 꼭 성적인 결합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사랑에는 쾌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동반된다. 24살의 성인이라면 책임을 질 수 있고 분별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상대편을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 육체적인 결합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황 기자는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또 젊디 젊은 나이에,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에 1년 또는 3년을 동거하면서 천생배필임을 확인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 그리고 그 동거의 결과가 천생배필이 아니라 헤어져야만 하는 사이로 나온다고 가정해 보자. 일단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통계적인 이혼률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혼률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을까. 동거는 현재 법적인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뿐이지 결혼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남녀 결합 형태이기 때문이다.
말미에 황 기자 스스로 밝힌 대로, 이 기사는 아들'만' 가진 사람들의 배 부른 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획기적이고 신선한 문제 제기도 좋지만 어느 정도 책임감과 객관성을 지닌, 무게 있는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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