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이의 '희망' 으로 키우겠습니다"

<현장> 분리수술에 성공한 샴쌍둥이 자매 사랑이와 지혜의 기자회견

등록 2003.11.17 18:18수정 2003.11.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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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자 회견 중 잠에서 깨어난 언니 사랑이가 어머니 품으로 옮기고 동생 지혜가 아버지에게 안겼다.

기자 회견 중 잠에서 깨어난 언니 사랑이가 어머니 품으로 옮기고 동생 지혜가 아버지에게 안겼다. ⓒ 김진석

올해 3월 엉덩이가 붙은 샴쌍둥이로 태어나 7월 싱가포르에서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사랑, 지혜 자매가 13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젠 건강한 '쌍둥이' 자매가 된 사랑과 지혜의 부모님이 16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서 입국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얀 옷을 입은 언니 사랑이는 아버지 민승준(34)씨에게, 자주색 옷을 입은 동생 지혜는 어머니 장윤경(32)씨 품에 안겨 많은 보도진을 맞았다.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한 사진 기자가 "붙어 있어 주세요" 라는 요청을 하자 아버지 민승준씨는 "어떻게 뗀 애들인데요?"하며 환한 미소로 말문을 열었다

a 아버지 민승준씨와 동생 민지혜양

아버지 민승준씨와 동생 민지혜양 ⓒ 김진석

아버지 품에 안겨 곤히 잠든 사랑이와 어머니 품에 안겨 장난감을 깨문 지혜는 여느 건강한 다른 아기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아버지 민승준씨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기자들과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힘든 과정을 같이한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민씨는 "여러분의 성원 덕분에 건강해 질 수 있었다" 며 "사랑 받은 만큼 누군가에게 '희망' 이 되는 어른으로 키우겠다" 고 밝혔다.

이미 분만 전부터 샴쌍둥이라는 희귀병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는 어머니 장윤경씨는 "막상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전혀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더 사랑스러웠다" 며 "다른 희귀병이나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다 똑같은 아이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장씨는 "아이를 키워 보니 이제야 부모 마음을 알겠다" 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장난이 아니다"하고 말했다. 또 그는 "지혜는 태어날 때부터 거꾸로 태어나 분만부터 어려웠다" 며 "힘든 수술 과정을 이겨낸 자매가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고 반복했다.

아버지 민승준씨는 "그간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들로 인해 나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 것 같다" 며 "젊기에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치료비를 벌겠다" 고 다짐했다. 민씨는 "아직 의료적으로 건강에 대해 확실히 말하긴 이르지만 이미 기분상으론 다 완쾌된 것 같다" 며 "지혜는 우주 비행사로, 사랑이는 시인이나 작가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a 어머니 장윤경씨와 언니 민사랑양.

어머니 장윤경씨와 언니 민사랑양. ⓒ 김진석

이어 그들 부부는 입을 모아 "그저 아이를 주신 것부터가 너무 감사하다" 며 "아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부모들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말고 잘 이겨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재 어린이보호재단이 다른 여러 병원들과 쌍둥이 자매의 재활 치료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 사랑이는 분리 수술 때 혈액이 적게 배분되어 뇌에 점이 생겼지만 그리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지혜는 분리 전 붙어있던 다리 한쪽의 성장이 늦어 신경외과 치료를 더 받아야 한다. 또 이들은 항문을 나눠 가졌기에 성장하면서 항문 보강수술을 받는 등 총체적으로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수 억원의 치료비가 들 예정이다.

사랑이와 지혜카페와 한국어린이보호재단(02-336-5242)에서 이들 자매의 재활 기금을 모으고 있다. 그 밖에 하나은행 계좌(569-910001-06504·예금주 사회복지법인 한국어린이보호재단)와 한 통에 1000원이 기부되는 ARS전화(060-700-1233)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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