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체제 흔들"-"성역인 양 협박말라"

[국회-문광위] KBS-한나라당 수신료 분리징수 놓고 '정면충돌'

등록 2003.11.18 21:03수정 2003.11.1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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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KBS TV수신료 분리징수시 감소액에 대해 정연주 KBS사장이 설명하고 있다.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KBS TV수신료 분리징수시 감소액에 대해 정연주 KBS사장이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분리징수를 하면 공영방송 체제 자체가 흔들린다."
"신성불가침 성역인양 협박하는 조로 말하자 말라."


한나라당이 수신료라는 KBS의 '돈줄'을 쥐어잡고 본격적인 흔들기에 나섰다. 전기사용료와 병합 징수되고 있는 수신료를 분리징수할 수 있도록 방송법을 뜯어고쳐 이참에 KBS의 버릇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명분은 정연주 사장 체제 출범 이후 KBS가 편파보도로 일관하면서 공정성과 공영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쪽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5000억원에 달하는 수신료가 절반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공영성은 더욱 훼손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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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18일 오후 2시부터 5시간 동안 계속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를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연주 KBS 사장과 노성대 방송위원장, 이종수 KBS 이사장 등이 출석했다.

이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KBS 프로그램의 이념적 편향성이 점차 심화되고 있고, 방만한 경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신료 분리 징수는 당연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은 "KBS 1, 2TV 두개의 채널를 소유하면서 공영방송이 가지는 이익도 취하면서 또 상업방송이 가지는 이익도 취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시쳇말로 경계인으로서 경계를 넘나들며 줄타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떨칠 수 없다"고 전체 수익의 60%에 달하는 KBS 2TV의 광고를 문제삼았다.

a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서 KBS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정연주 KBS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서 KBS TV수신료 분리징수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정연주 KBS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어 그는 "KBS가 그 임무를 다 했느냐에 이의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국민적 저항이 많아서 이 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수신료를 분리 징수해야 한다"며 "KBS 프로그램에 대해 공정성이 없다거나 볼 가치가 없다는 저항이 있는데 그같은 저항 줄이기 위해서라도 (수신료를) 자율납부하도록 한다면 KBS는 끊임없이 경각심을 가지고 공영방송의 길을 가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창 한나라당 의원은 수신료를 전기사용료와 병합징수할 법적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수신료와 전기요금과 병합 징수한다는 것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어떻게 같이 내느냐"고 반문하면서 "타당성이 있다고 보나. 편법이며 이를 고치는 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분리 징수가 된다고 재원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며 "현재 징수액이 4990억인데 KBS 수신료를 2배인 5000원 정도로 현실화하면 징수율이 50% 정도가 되더라도 5000억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도 "통합징수안은 KBS 수신료의 징수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서 정부측과 협의한 해 결정한 것이지 당시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았다"며 통합징수 방식은 법적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또 "분리징수를 제시한 원인 중의 하나는 공영방송인 KBS의 공영성 훼손 때문"이라며 "이런 법이 나왔는데도 반성의 기미는 없고 방송장악이니 정략적 발상이니 이런 식의 대응을 한다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큰 문제"이라고 질타했다.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은 "KBS의 공정성이 확보되고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든다면 분리징수하더라도 국민들이 수신료를 제대로 낸다고 본다"며 "이제 이 자체를 시장의 논리에 맡기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한나라당 의원은 "여러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 사장이 공영방송의 근간인 재원을 흔들어서는 안 되고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심정은 알겠지만, 신성불가침 성역인양 협박하는 조로 말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정연주 사장 "분리 징수하면 공영성 더욱 훼손"

a  연주 KBS사장이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전기료에 통합 고지되는 KBS TV수신료를 분리징수토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연주 KBS사장이 18일 오후 국회 문광위에 출석해 전기료에 통합 고지되는 KBS TV수신료를 분리징수토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에 맞서 정연주 KBS 사장은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특별교부금인 수신료를 결부시키겠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또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의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오히려 공정성을 위해 재원을 뒤흔드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정 사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답변을 통해 "KBS는 라디오나 TV 방송 뿐 아니라 장애인 위한 방송, 북한 동포 위한 사회교육방송, 오케스트라 등 문화사업도 하고 있고 EBS에 수신료의 3%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분리하면 수신료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KBS 1TV에 광고를 할 수밖에 없어 공영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프로그램의 이념적 편향성과 관련 구체적으로 지적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 지난 2∼3개월 동안 편향성 시비의 극복을 위해 주제나 인물을 폭넓고 다양하게 변화시켜 왔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다루지 않았던 문제를 다루면서 공공방송다운 다양함을 추진해 왔다는 점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사장은 "KBS 2TV 개혁은 'K2 개혁'이라고 해서 11월 3일부터 광고수입을 위해 일정한 수익이 필요하지만 공영성 강화 위해 주말 버라이어티 쇼같은 프로그램을 폐지했다"고 소개하며 "시청률이 떨어지더라도 공영성을 확보해서 이제 수신료 올려달라고 해도 그럴 만하구나 할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특히 해외 방송사 회의에 참석했을 때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나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가 수신료 징수의 어려움 호소하면서 징수율이 높은 것에 대해 부러워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 좋고 간편하고 효율적이고 수익이 보장돼 있는,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이 제도를 왜 흔들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앵커출신 이윤성 의원의 '핵폭탄론'

▲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
KBS 재직 당시 전기료와 수신료의 통합징수를 강력히 주장했던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이 이번에는 친정인 KBS를 향해 분리징수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윤성 의원은 이날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고백을 해야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의원은 자신을 "수신료 통합징수를 위해 KBS에서 앞장섰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이 시간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는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곤혹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사실 여러분이 자료 비교하면서 분리징수 때와 통합징수 때 상황 설명을 했는데, 한마디로 핵폭탄"이라며 "KBS 예산이 1조원인데 그중 5000억원이 없어지고 징수에 따른 사회적 물의도 야기된다"고 주장했다.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수신료 수익은 유지될 것이라는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진단이었다.

그러나 그는 "(KBS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느냐, 그것을 생각할 때"라고 보도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치권도 모든 것을 버린다, 지구당도 버리고 후원회도 버리는데 KBS도 이번에 발가벗는 기회를 가져라"고 주장했다. KBS의 재원이 흔들릴 수도 있겠지만,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는 시련으로 생각하라는 전직 KBS 앵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BS에 있을땐 통합징수하자고 주장했던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당론을 이유로 분리징수를 주장한다면 설득력이 있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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