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로타리에서 격렬한 투석전

[현장-전국농민대회] "5000여명 지하철역서 노숙투쟁 하겠다"

등록 2003.11.19 03:43수정 2003.12.0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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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팀]
- 취재 : 박형숙 이승훈 석희열 기자
- 사진 : 권우성 이종호 기자
- 동영상 : 기종연 기자


<제8신 :19일 저녁 8시10분>

공덕동 로터리 시위 농민들 해산... "5000여명 지하철역서 노숙투쟁"


a 마포구 공덕동로터리에서 농민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로터리에서 농민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여의도에서 집회를 마친 농민 수천명이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로터리에 도착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집회를 마친 농민 수천명이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로터리에 도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일 저녁 7시30분경, 공덕동 로터리에서 격렬 시위를 벌이던 농민들은 해산했다. 이들은 현재 걸어서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다. 이들은 여의도에 세워놓은 전세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되돌아갈 예정이다.



전농 측에 따르면 "오늘은 더 이상 (집회) 일정이 없고 5000여명 정도가 각 지하철에서 노숙투쟁을 벌일 것"이라며 "내일 오후 2시까지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한-칠레 FTA 국회 상정에 동의한 8명 항의방문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농 서정길 부의장과 한농연 김흥기 부회장은 이날 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한편 여의도 공원 내부에는 100여명의 농민들이 남아 노숙을 준비하고 있다. 전경들도 대부분 철수했다.

"우리에게 술은 그 자체가 삶이야!"
[현장수첩] 농민대회와 술

"농민들은 일을 디게(고되게) 하기 때문에 술을 먹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술 자체가 삶입니다. 그러니까 촌(고향)에서 하던대로 서울에서도 하는 겁니다."

농민대회장 여의도 시민공원에서 왕왕 터지는 앰프소리를 들어가면서 삼삼오오 소주잔을 들이키던 전북 임실의 한 농민은 이렇게 얘기했다.

물론 어떤 젊은 농민은 답답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땅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고 트럭운전을 한다는 류형석(38, 전북 김제)씨는 "호남평야에서 왔다"며 농군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서울 올 때 품었던 비장한 마음대로 좀 더 농민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농민들은 집회가 시작된 오후 1시부터, 본대회, 경찰과의 충돌, 그리고 해산할 때까지 소주를 '친구' 삼았다. 날은 어둑해지고 공기는 차가워지면서 허기와 한기를 잊기 위해서라도 이들에겐 소주가 필요해 보였다. 한쪽에서는 경찰과의 육박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또 다른 쪽에서도 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을 안주 삼아 잔술을 들이켰다.

"서울 땅값은 하루에도 수천만원씩 올랐다 내렸다 합니다. 서울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부자가 되는데 우리 농민은 어떻습니까? 농민은 가만히 있으면 죽습니다."

지리하게 계속된 장마로 5천근씩 수확하던 고추를 올해는 2천근밖에 생산하지 못했다는 한 농민은 "이제 우리들 죽으면 이 나라 농사를 어쩔 것이냐"고 개탄했다.

여의도에서의 국회진입이 막히자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 투석전 현장에 결합한 79세 농민(전북 정읍). 돌이 날아다니고 언제 전경이 치고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섭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농민은 "안 무서워, 시골은 다 그래, 맨몸으로 사는데"라고 대꾸했다.

현재 한국농업의 주력군은 65∼75세 농민. 오늘 농민대회는 농촌의 고령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많은 수가 오래 걷는 게 힘든 '노인'들이었다. 이들에게 오늘 소주는 몸보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소용되는 것 같았다.

대화 좀 해보자고 국회의사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손자뻘 되는 전경들에게 막말과 손찌검을 당해야 하는 현실. 그런데도 한 60대 여성농민은 "동기간에 왜 이래야 되노... 자식인데 우짜겠어.. 가들은 죄가 없는데"라며 전경들은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 박형숙 기자



<제7신 : 19일 저녁 7시30분>

공덕동 로터리쪽 농민시위 격화...투석전 벌이며 경찰과 마찰


a 광화문 방향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에 농민들이 올라타려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광화문 방향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경찰버스에 농민들이 올라타려하자 경찰이 소화기를 뿌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덕동 로터리쪽의 농민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공덕동 로터리는 경찰이 뿌린 매캐한 소화기 가루가 날려 자욱하다. 그리고 농민대회 방송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농민가가 울려퍼지고 있다.

여의도에서 걸어서 마포대교를 건너온 1만여명의 농민시위대는 보도블럭을 깨 투석전을 벌이다가, 방패와 몽둥이를 든 경찰이 강제해산하려고 하자 각목과 깃발 등을 휘두르며 대항하고 있다.

현재 공덕동에서 투석전을 벌이고 있는 농민들은 농민연대 산하 쌀대책위에 소속한 사람들로 알려졌다. 농민들은 공덕동 로터리에 주차된 전경차 1대에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서부지청 앞쪽에 전경차량을 동원해 농민들이 광화문쪽으로 행진하려는 것을 막고 있다.

에프킬라 등에 불을 붙여 화염방사기 형태로 경찰을 위협하는 일부 농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전라도 무안에서 온 장아무개(55)씨는 "멀리서 왔는 데 얘기도 못하고 가야겠소. 이렇게 길을 막으면 어떻게 하나. 나이먹은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젊은 애들이 헬멧을 쓰고 휘두르는 게 민주국가의 모습인가"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마포에 거주하는 시민 김갑중씨는 시위 장면을 지켜보다가 "농민이 있고 도시가 있는 것인데 나이든 양반들에게 전경들이 너무한다"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여의도 농민집회는 거의 정리되고 있다. 100여명정도의 농민들만이 노숙투쟁을 하기 위해 여의도 공원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나머지 농민들은 전세버스로 돌아가고 있다.

정현찬 전농 의장은 "대학로와 마포에 농민들이 집결해서 저녁에 계속 집회를 이어나가고 노숙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겐 더 기댈 것이 없다"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회장

대학로에서 진행된 전국농민대회에서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투쟁결의문을 낭독한 윤 회장은 시종 진지한 목소리로 농촌의 어려움을 설명한 뒤 "농민 생존권을 외면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겐 이제 더이상 기대할 것도 바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 90년대 우루과이 협상 당시 정부가 분노한 농심을 달래기 위해 24조원을 융자해준 것이 지금은 40조원의 빚더미로 변했다"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두 눈과 귀를 열어 농민들의 피눈물 흐르는 탄식과 고통을 겸허한 자세로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회장은 또 "노무현 정부는 무조건 개방을 해야한다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WTO협정에서 농업을 제외시키려는 노력을 다른 개도국들과 함께 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개방에 따른 농가소득 감소에 대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다양한 형태의 직접지불제도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회장은 "노무현 정부는 농업을 살리려는 노력과 함께 400만 농민들이 살 수 있도록 농가부채를 해결하고 도시소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석희열 기자

a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는 농민들.

마포대교를 건너고 있는 농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6신 : 19일 오후 6시 40분>

서울 도심 3곳서 농민시위... 잠시 격화됐다가 소강상태


농민 시위대는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재 여의도에 남아있는 농민 시위대는 국회쪽으로 향하다가 경찰에 막혀있고, 이중 3000여명의 농민들은 걸어서 마포대교를 지나 공덕동 로타리에서 경찰과 대치중이다. 이들은 청와대쪽으로 진입하려고 하고 있지만, 역시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치고 종묘공원으로 행진했던 1만여명의 시위대는 현재 5000여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종묘공원 앞에서 도로를 완전 점거한 채 '연행자 석방'과 '동대문 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민시위는 잠시 소강상태이다. 여의도에 정차하고 있던 일부 관광버스는 지방으로 내려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버스는 그대로 정차되어 있어 이 일대 교통정체는 계속되고 있다.

경찰과의 대치 상태가 길어지면서 추위와 허기를 느낀 고령의 농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소주를 마시고 있다.

<제5신 : 19일 오후 6시>

여의도 공원에서 경찰-농민 '난투극'
경찰, 살수차 동원해 농민 시위대 강제진압 시도


a 경찰이 여의도 공원에서 농민행렬을 가로막으며 물대포를 뿌리는 가운데 경찰과 농민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여의도 공원에서 농민행렬을 가로막으며 물대포를 뿌리는 가운데 경찰과 농민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a 국회 진입을 위해 바리케이드 삼아 세워진 경찰버스의 바퀴에 농민들이 불을 지르고, 유리창을 깬 뒤 버스를 줄을 매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국회 진입을 위해 바리케이드 삼아 세워진 경찰버스의 바퀴에 농민들이 불을 지르고, 유리창을 깬 뒤 버스를 줄을 매 넘어뜨리려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여의도에 일명 '물대포 차'가 등장했다. 농민들은 전경차 5대의 유리창을 부쉈고, 전경차 1대에 불을 질렀지만, 타이어만 타버렸다. 농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경 버스에서 쇠사슬과 밧줄을 꺼내 버스 창틀에 묶어 넘어뜨리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전경들의 식판과 숟가락을 꺼내 전경들에게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쪽으로 행진하려던 농민들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쏘며 진압하는 경찰에 의해 도로에서 여의도 공원 안쪽으로 완전히 물러났다. 현재도 여의도공원 안에서는 농민 시위대와 이를 해산하려는 전경들이 서로 얽혀 난투극에 가까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논산에서 온 70대 안모씨는 전경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입이 터지고 얼굴과 가슴부위를 맞아 쓰러져 있다.

농민들은 깃발과 흙으로 경찰의 진압봉에 맞서고 있고, 농민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서 시위는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한편 오후 5시 30분경, 여의도 광장에 모여든 농민들을 상대로 전격 변경된 오늘 집회 일정이 확성기를 통해 공지됐다. 주최측은 애초 오후 5시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정리집회를 끝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사와 국회의사당으로 거리행진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농민여러분, 우리는 여기서 해산할 수 없습니다. 밤 9시까지 국회의사당과 한나라당사로 거리행진을 계속 이어갑시다. 끝까지 이 자리에 남아 경찰이 한 명의 농민이라도 잡아간다면 경찰이 풀어줄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 중에 10% 농민은 여의도 광장 이 자리에서 노숙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내일 아침 한·칠레 FTA 국회상정에 찬성한 8명 의원을 항의 방문할 것입니다."

<제4신 : 19일 오후 5시20분>

"아스팔트 위에서 농사짓겠다"
농민들, 국회앞 행진 과정에서 경찰과 마찰


a 여의도 공원에 모인 농민들이 대형 성조기를 찢고 있다.

여의도 공원에 모인 농민들이 대형 성조기를 찢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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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의도 한강 고수부지에서 농민대회를 마치고 국회쪽으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농민간 심한 몸싸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여의도 공원 앞에서 국회쪽 도로를 차량으로 막고 있고, 농민들은 '가자, 여의도로'를 외치며 만장과 깃발을 휘두르고 있다. 농민들은 특히 전경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경찰들을 깃발 등으로 밀어내면서 길을 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경찰에게 계란과 귤 등을 투척하고 있고, 도로에서 볏짚을 태워서 전경차량 위로 던지고 있다.

이에 농민대회 지도부는 "이성을 찾자"고 방송하고 있지만, '성난 농민'들은 "우리가 대나무 휘두르려고 여기에 왔는가. 경찰차를 넘어가자"고 외치고 있다.

현재 여의도 광장은 행진하는 농민들과 곳곳에 주차된 1000여대의 관광버스로 꽉 차있다. 행진이 길어지면서 농민들은 대오에서 이탈, 관광버스 주변이나 풀밭에 돗자리를 펴고 지참한 도시락으로 시장기를 달래기도 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농사는 흙에 지어야 하는 데 아스팔트 위에 농사를 지으러왔다"면서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대학로에서 출발해 1만여 명으로 불어난 농민대회 시위대는 오후 5시 현재 종로2가 종묘공원 앞에 도착했다. 흥분한 일부 농민들은 오물과 농기구 등을 경찰을 향해 던지고, 경찰차량을 두드리는 등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버스 수십 대를 동원하여 바리케이트를 친 경찰은 방송차량을 동원해 농민들에게 "불법적인 도로점거는 집회의 신고사항이 아니다. 경찰병력이 진압에 나설 수도 있으니 즉시 해산해달라"는 방송을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몇 차례 몸싸움을 벌인 시위대와 경찰은 현재 대치중이다.

"오죽 했으면 쌀푸대 뒤집어쓰고 상경했겠는가"
[토막 인터뷰] 농민대회에서 만난 '성난 농심'

내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있는 농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쌀수입개방 반대로 표출되고 있다.

쌀자루로 옷을 만들어 입고 300여명의 농민과 함께 논산시 상월면에서 상경한 김찬근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쌀 수매량도 줄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많이 받아야 80kg 쌀 1가마니에 15만원대다. 정부가 수매해준 양은 전체 농사량의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쌀 소비량이 줄고 있기 때문에 수매량을 줄였다고 말하지만 쌀 가게를 가보아라. 7-8만원짜리 중국쌀이 유통되고 있다.

그리고 수입쌀은 가공품으로만 유통되고 있어서 그 영향도 만만치 않다. 쥐도 고양이를 물때가 있다. 우리도 그 심정이다."


전북 군산에서 온 농민 4명은 농민대회장 한편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투융자 계획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2만평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중하씨는기자에게 손익계산서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1만8000평 이상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을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대농에게 남는 것은 빚뿐이다. 콤바인 3400만원, 트랙터 3000만원, 이앙기 1000만원, 기타 부속품을 사는 데 총 1억원이 든다. 이것들에 대한 연리 이자만도 500만원이나 된다(5%). 원금을 5년 상환 조건으로 갚아나가야 한다. 한해 드는 비용이 2500만원이다. 2만평 농사를 지면 총 수익이 6000만원인데 경영비(비료 농약 포함) 2000만원 등을 빼면 연간 손해액이 1500만원이다."

삼척에서 올라온 한농연 소속 농민 김창수씨는 상복을 입고 집회에 참가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부모형제가 죽을 때 상복을 입는다. 지금 농업이 죽어가고 있다. 농업은 부모와 같은 것 아닌가. 그래서 상복을 입고 왔다. 나는 배추농사를 짓는 데 중국서 현재 절인 배추와 김치가 수입되고 있어서 손해가 막심하다. 전에는 9월 배추를 출하할 때 100만원 받았는 데 지금은 30만원에 불과하다." / 박형숙 기자

<제3신 : 19일 오후 4시>

"1년에 1백명의 농민들이 농약자살 하고 있다"


a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농민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WTO 박살내자'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 농민대회 본대회가 오후 3시50분경부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렸다.

한강시민공원에 운집한 7만여명의 농민들은 사회자가 농민대회 시작을 선언하자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농민들은 이어 '민족농업 사수를 위해 먼저 간 고 이경해씨에 대한 묵념'에 이어 농민가를 제창하고 "한-칠레 FTA 비준 저지하자" "농업협동조합 개혁하자" "농업 시장개방 막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송남수 농민연대 상임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계속되는 시장개방 공세에 우리 농업이 지금 생사기로에 서있다. 생산비도 못건지는 농산물 가격에 쌀 시장 마저 미국의 공세에 내주게됐다. 이제 안심하고 농사지을 품목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업포기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400만 농민이 단결해서 투쟁하자.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이어 서정의 한농연 회장은 농업협동조합 개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1년에 1백여명이 농가부채 때문에 농약을 마시고 있는 데 농협중앙회는 손쉬운 고리대금업과 수익사업을 통해 배를 불려가고 있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농민이고 농협은 농민의 권익을 지켜주는 것인데 현재 농협은 농민 위에 군림하고 있어 농민은 나날이 가난해지고 있다. 농업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있다."

농민들은 대표들의 발언 중간에 "농가부채 해결하고 농민생존권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무대에 오른 정현찬 전농 의장은 WTO에 대한 강한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그는 특히 "다국적 곡물상과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는 WTO 때문에 우리 농민이 논두렁에서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경해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반드시 WTO 농업 협상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11월11일 발표한 119조 규모의 농업지원계획은 허점 투성이"라며 "농민들은 이에 속지말자"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농민들은 투쟁결의문을 발표한 뒤 '농협중앙회' '한칠레 FTA'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갈갈이 찢는 상징의식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이들은 거리행진을 위해 도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학로 집회 참가인원, 7천여명으로 늘어나

한편, 오후 3시부터 대학로에서 열리고 있는 농민대회 본대회는 김제, 강진에서 상경한 전남북 농민들이 대거 합류해 집회 인원이 7천여명으로 불어났다.

이 자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문경식 부의장은 "지금 이땅의 농민들은 빚더미에 눌려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하고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다 손배가압류다 해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치권은 내가 덜 먹었네 네가 더 먹었네 하며 정치판을 개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 부의장은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 보상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 총선에서 한-칠레 FTA협정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을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로에서의 집회를 마친 집회참석자들은 오후 4시 현재 종묘공원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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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 19일 오후 2시40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농민 7만여 명 운집
대학로에선 전국농민대회 열려..5천여명 참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9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가 주최하는 '전국농민대회' 사전 행사가 19일 2시부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2시30분 현재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은 7만여명(주최측 집계)의 농민들이 가득 메우고 있고, 이들이 가져온 깃발과 만장만 해도 1만여개에 이른다.

현재도 계속해서 지방에서 올라온 농민들이 행사장으로 입장하고 있고, 여의도 도로변은 이들이 대절해 온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쌀 포대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WTO 반대'라고 적힌 막대풍선, '농업개방 반대'라고 적힌 풍선을 들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의 농민들은 '민족농업 사수', '한-칠레 FTA반대' '농업시장 개방 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현재 무대 위에서는 '농민가' '쌀개방 반대가' 등이 울려퍼지고 있으며, 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은 문화공연에 환호로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 김용갑, 이양희 의원과 민주당 정균환 의원 등 지역구가 농촌인 의원들도 집회장에 나와 좌석 맨 앞쪽에 앉아있거나, 농민들과 인사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고, 민노당 권영길 대표도 현장에 나와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50분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서 열리고 있는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우리농업 사수! 쌀지키기! 국민생존권 쟁취 전국농민대회'에는 5천여명의 농민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중단' 'WTO 및 쌀 수입개방 반대 농가부채 해결' '식량 주권확보 위한 종합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로 집회 후에 종묘공원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일 계획이어서 경찰과의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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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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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1신 - 19일 오전 9시 30분]

오늘 여의도-대학로서 전국농민대회...10만 참가 예정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9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가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와 대학로에서 10만 명의 농민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농민대회를 열기로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농민연대는 호남과 영남 지역 등 전국에서 10만 명의 농민이 버스 2천여 대와 기차에 나눠 타고 서울로 올라와 여의도에 집결한 뒤 오늘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농민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이종화 농민연대 상황실장은 "각 지역별로 4000명에서 1만8000명의 농민들이 대절 버스 등에 나눠 타고 서울로 올라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50만 농민들이 처한 어려움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 여의도 한강 둔치와 대학로 등 두 군데로 나눠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아직까지는 정부에서 농민대회에 대한 별다른 방해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고 밝히고 "만약 정부와 경찰이 근무 변경과 고속도로 시간 통제 등으로 농민들의 대회 참가를 지연·방해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늘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WTO/DDA 농업 협상 및 쌀 수입 개방 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추진 중단 ▲신·경 분리 조기 이행 등 근본적인 농업협동조합 개혁 ▲농가부채특별법 개정을 통한 40조 원에 달하는 농가 부채 해결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농민연대는 여의도와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뒤 각각 국회 앞과 종묘 공원까지 행진할 계획으로 있어 이 일대 교통 혼잡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늘 농민대회에는 민주노총과 한총련 등에서도 대거 참가할 것으로 보여 최근 잇따른 노동자들의 자살·분신 정국과 맞물려 대규모 충돌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18일 최기문 경찰청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농민대회가 열리는 오늘 서울 여의도와 대학로 등 집회 장소 주변에 경찰 병력을 집중 배치하는 한편 전국적으로 324개 중대 3만8000여명을 동원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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