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의장행사에 참석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는 "북한에서 억압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정권 유지를 위해 수십년간 주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고 이를 통해 반영구적으로 주민을 억압할 수도 있다"며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럼스펠드는 또한 오산공군기지에서 미군 장병에게 행한 연설을 통해 김정일 정권을 향해 주민들이 굶는데도 무기에만 돈을 쓰는 "악(evil)"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억압받는 것이 틀림없는 북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야위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무)껍질을 먹고 있다"면서, 반면에 "사악한 (북한)정권은 무기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재생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의 강경 보수정책의 실세로 꼽혀온 럼스펠드가 이처럼 대북한 독설을 퍼부은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강경파들이 이라크에서 발목이 잡히면서 대북정책의 주도권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미국내 대북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타임즈, "북한 남침시 미국 핵무기 사용"
한편, 미국의 보수일간지인 <워싱턴 타임즈>는 럼스펠드가 방한 기간에 북한의 남침에 대해 남한의 방어 차원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18일 보도해 6자회담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이 신문은 한미연례안보회의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방위공약에 남한에 대한 핵우산을 계속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것은 이를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에는 또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사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해, 북한이 생화학무기나 탄도미사일을 사용해도 핵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암시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처럼 핵우산 제공 명시와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수천개의 핵무기를 한반도 안팎에 배치해 북한의 남침시 대량보복전략을 가지고 있었으나, 1990년대 초 남한 내 핵무기 철수와 이듬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 그리고 94년 제네바 합의이후에 대북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철저하게 '모호성'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통해 핵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을 포함시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를 미뤄볼 때, 한미연례안보회의 공동성명에 대북한 핵사용 계획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고로 미국은 태평양에 배치된 잠수함 발사 핵미사일을 비롯해 단추만 누르면 평양까지 도달하는데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수천기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