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니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이강룡
10대들이 모두 외계어에 열광하고 이모티콘이 넘치는 인터넷 소설에 열광하나? 아니다. <그놈은 멋있었다>가 나오자 10대들 사이에는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많았고, 외계어를 없애고 순수 우리말을 지키자는 모임도 만들어졌으며 귀여니 자신 또한 이런 움직임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0대들을 기성의 잣대로 훈계하거나 한 가지 기준으로 묶어 판단하는 것은 기성 세대가 흔히 범하는 오류다.
귀여니 합격이 10대들에게 끼칠 영향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은 동시대의 10대들을 열광케 했고, 이 열광에 재빠르게 대응한 출판사는 밀리언셀러를 배출했고, 영화계는 이를 잘 팔릴 상품으로 간주했을 따름이다. 단행본과 영화제작은 이미 귀여니가 인터넷에서 유명해지고 난 다음의 일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분명한 것은 귀여니가 10대 문화 코드의 일부를 정확히 읽어냈고, 생산자로서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는 점이고, 이는 간과할 수 없는 그의 재능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귀여니가 기성의 교육제도, 기성의 문단에서 자유로워져서 좀 더 재미있고 신선한 글을 쓰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가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것처럼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더 깊이 배우기 위해 대학 진학의 길을 선택했고, 성대 연기예술학과에서 이를 인정해 준 것인데…. 왜 여기에 딴지를 거는 지 납득할 수 없다.
반대 의견 중 상당수가 귀여니의 합격이 작가를 꿈꾸는 많은 10대들에게 그릇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0대 작가 지망생들이 ‘나도 이제 순수 문학을 포기하고 귀여니 같은 인터넷 소설을 써서 대학에 진학해야겠다’ 라고 생각할까? 한국의 10대들이 바보인가? 기성 사회는 제공하고 있지 못하지만, 10대들에게는 그들만의 다양성을 생산하고 향유하고 있다.
인터넷 소설이 좋은 10대들도 있고, 순수 문학에 열광하는 10대들 또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나는 그들에게 오히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들이 쓴 작품으로 네티즌의 반향을 일으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 아닌가. 외계어나 한글 파괴 문제에 대한 비난을 이들에게 뒤집어씌우기에 앞서 한 번 생각해 보라.
수시 입학의 문턱이 더 낮아져야 한다.
귀여니의 합격은 정당하다. 정시모집 외에 수시 특기자 모집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능 점수에 따라 수험생을 일류, 이류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재능 있는 학생들에게 적성에 알맞은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 아닌가.
아직 마음껏 펼치지 못했던 그 재능을 활짝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 수시 모집의 최대 목적 아닌가. 수시 입학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 귀여니처럼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더라도, 인터넷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많은 학생들이 대학 교육의 기회를 좀 더 쉽게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시 모집 과정에서 오히려 우리가 주목하고 분노해야 할 것은 대학에서 주최한 백일장에 상위로 입상한 학생을 특별한 이유 없이 그 대학 수시 모집에 불합격시키는 어이없는 대학의 행태 같은 것들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대학의 선발 기준에 따라 학생을 골라 뽑고 불합리하게 탈락시키는 수시 모집의 문제점에 대해선 너무나 조용하게 지나가 버리곤 했으면서 왜 귀여니 사건 같은 것에만 이목을 집중하고 비난에 영합하는가.
귀여니 사건에 대한 시각을 바꾸자
귀여니를 비롯하여, 자신의 적성을 좀 더 일찍 발견하여 이 길로 향하는 10대들을 보듬어 주고 격려해 줘야 한다. 좀 더 폭넓은 배움의 기회를 제도로 보장해 줘야 한다. 국문과에 진학했다고 모두 소설가가 되고,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고 모두 연예인이 되거나 연극, 영화판으로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공과 일치하지 않는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이는 성공, 실패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귀여니는 충분히 재능이 있다. 문학적 소양은 아직 부족할 지 몰라도 수백만, 같은 세대들의 문화를 읽어낸 재능이 있다. 대학이 주는 다양한 교양 교육을 접한다면 더 성숙하고 좋은 글,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가능성에는 왜 한결같이 냉담한가.
귀여니로 인해 성대가 많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성대 연기예술학과에서 이 효과를 지나쳤을 리 없을텐데 그 반응과 대처 방법에 대해선 미처 예상치 못했거나 간과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반대 여론 때문에 귀여니의 합격을 취소할 수도 없고, 그대로 두자니 재학생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테니, 해당 학과에서는 귀여니 문제의 사후 대책에 매우 부심하고 있을 것이다.
귀여니에 대한 반대 여론도 엄연한 현실이지만, 귀여니 사건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애정어린 비판을 주는 여론도 형성되기를 바란다. 재학생들의 비난 속에서 귀여니가 대학 생활을 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귀여니 성대 입학 포기’, ‘귀여니 결국 자퇴’ 와 같은 기사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 10대인, 귀여니라는 문화 아이콘을 향해 돌멩이를 던질 것인가. 아니면 그가 대학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20대의 문화 아이콘으로 커갈 수 있도록 격려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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