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꽃 그림을 예쁘게 그려주시는 이선희 선생님에게는 물매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가 있답니다.
"물매화 보려면 장화 신어야 하나요?"
"네, 물 한가운데 있어서 수영복 입어야 합니다."
"난 수영복 안 가져왔는데…."
"그럼 백색 수영복이라도 입으셔야 물매화 보실텐데…."
그런데 등산화를 신고 물매화를 보셨다나요.
저의 경우도 물매화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것을 보기 위해 수련과 연꽃이 있는 연못(물) 근처만 배회를 했었으니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매화는 내게로 다가온 이후 겨울의 초입까지도 들판과 오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깊은 산 속의 귀한 약초같은 꽃이 있다면 바로 이 '물매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꽃이 자기만의 이름을 가지지 못하고 '…를 닮은 꽃'으로 불려야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제 사람들이 차범근의 아들이라고 하지 않고 차두리의 아빠라고 합니다"하는 광고문구가 있었습니다.
자기만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누구누구의'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누구누구'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당사자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죠.
"너 이름이 뭐니?" 하고 물었을 때 "네, 누구를 닮은 아무개입니다"가 아닌 "네, 아무개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이 있다는 것도 참 소중한 일인 것 같습니다.
물매화는 너무 예뻐서 자기만의 이름을 갖지 못한 꽃인가 봅니다. 그래도 그 이름과는 상관없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꿋꿋한지 모릅니다. 누구라도 한번 보면 한참을 바라볼 수밖에 없을 아름답고 깨끗한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