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수출, 농민이 나섰다

제주도의 대미 수출 실패로 더욱 빛나는 멕시코 수출

등록 2003.12.01 11:41수정 2003.12.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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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의 호접란 수출사업 실패 문제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농가가 직접 호접란을 수출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병진(51·제주시)씨와 윤근철(46·제주시)씨. 이들이 처음 호접란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외국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멕시코를 드나들던 윤근철씨가 멕시코에서 호접란의 인기와 가격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고서 결심하게 됐다.

이들은 곧바로 호접란 수출사업을 위해 멕시코 현지에다 시설하우스를 임대하고 김병진씨가 멕시코로 호접란을 보내면 윤근철씨가 현지에서 꽃을 피워 시장에 출하하기로 하고 수출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맨처음 어려움이 닥친 것은 수출과 관련한 각종 절차 문제였다. 농사만 짓던 이들이 수출업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각종 농수산물 수출업무를 관장하던 제주교역은 최근 호접란 수출사업의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곳 말고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수출에 관한 행정업무만 제주교역에 맡기기로 하고 현지 재배나 판매는 직접 챙기기로 했다.

10여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달 19일 항공 화물을 통해 처음으로 수출했다. 수출 물량은 7000본. 농민 스스로 일궈낸 쾌거이자 농민수출의 첫 신호탄이기도 했다.

이번에 보내는 호접란은 22개월 된 것으로 본 당 3000원에 수출하지만 멕시코 현지에서는 3만원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들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현지에서의 상품화율이다. 미국 수출의 경우 미국 현지에서의 상품화율이 너무 많아 적자경영을 면치못한 사례가 있으나 멕시코 수출에는 기술력이 있는 농민들이 현지에서 직접 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상품화율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멕시코가 미국에 비해 인건비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생산비를 낮출 수 있는데다 미국 LA와 인접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유통비용이 만만찮다고 말한다.

호접란 수출시 드는 비용은 모두 3000원선. 그중 서울까지 500원, 서울에서 멕시코까지 2500원이 든다. 물론 수출물류비를 통해 일정부분 지원받고는 있지만 농가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다 유통기간도 문제다. 이번 수출의 경우 항공을 이용한 수출이지만 멕시코까지 무려 8일이나 걸렸다. 이 정도 기간이면 호접란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김병진씨가 멕시코로 수출할 호접란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김병진씨가 멕시코로 수출할 호접란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 김현철

호접란 첫 수출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김병진씨는 "기존의 미국 수출은 수출초기 단계인 국내에서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수출에만 호접란을 22개월 정도 자란 것으로 하고, 다음 수출부터는 운송료와 작업비를 낮추는 한편 국내에서 정식을 두 번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멕시코에서 한 번 정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8개월 정도 자란 호접란을 수출할 예정"이라며 "멕시코는 호접란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송이가 많아 현지에서 정식할 때 송이를 사용할 것"이라며 성공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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