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으로 보는 일본문화사>예문서원
어떤 이유에서이건 일본 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는 일본대중문화에 개방에 대한 찬반 논의로 이어질만큼 지독하다. 실제 미국대중문화 수용에 대한 찬반논쟁이 없었던 점을 기억해 보면, 찬반논의가 일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을 읽기에 충분하다.
도대체 일본문화는 무엇이며, 우리는 왜 그것을 거부하는가? 이 두 가지 물음은 일본대중문화 수용을 앞에 두고 누구나 묻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첫 번째 물음에서 이미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에 따르는 두 번째 물음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으며, 이 때문에 그것을 거부하는 이유 역시 정확하지 않다. 다분히 감정적이거나 혹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만을 부각시켜서 전체 일본문화를 폄하시켜 버리기 일쑤이다. 심지어 이 문제가 한·일간의 외교적 문제와 결부되어 논의되는 기현상을 낳기도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일본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제대로 된 대답부터 들을 필요가 있다. '문화'라는 광범위한 주제이기 때문에, 문화에 관련된 여러 방면의 대답을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의 사상을 통해서 일본의 문화를 읽어내려고 시도한 책이 일본에서 유학한 젊은 소장학파에 의해 번역되어서 눈길을 끈다.
일본의 대표적 원로학자인 비토 마사히데(尾藤正英·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인의 의식 세계와 문화의 발자취를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문화를 다루고 있는 기존의 책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학·미술·음악·건축과 같은 좁은 의미의 문화유산과 현상에 집착하기 보다, 그것을 만들어낸 민족 고유의 생활과 사고양식 전체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저자는 전통적인 일본을 '우지(氏)'와 '이에(家)' 등으로 대변되는 '쌍계제'사회로 규정하고, 이것과 연관시켜 천황의 가계변화나 무사의 역할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적 특징이 전 일본의 역사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일관되게 기술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이나 서양과 다른 공(公)·사(私)의 개념도 이러한 사회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협동과 평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이에' 조직이나 공동체에 대한 철저한 '의무'를 바탕으로 한 무사 계급, 근세에 보이는 공동체의 자생적인 도덕 관념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일본에서는 외래 종교인 불교나 유교의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여 사회 속의 개인으로서의 도덕을 중시하는데, 이것 역시 이러한 공동체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궁극적으로 현재 잃어버린 일본공동체 의식의 회복을 주장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서 우리에게 조금은 못마땅한 면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상을 통해서 일본문화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사상사를 통한 접근이어서 일반인에게 조금은 딱딱한 감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조금만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면 '무엇이 일본문화인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잡아내는 첩경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사상으로 보는 일본문화사
비토마사 히데 지음, 엄석인 옮김,
예문서원,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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