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을 자유케하라!"

4일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국보법 철폐를 위한 문화제 열려

등록 2003.12.05 02:12수정 2003.12.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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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1기 한총련 대의원 문옥주, 현재 부산교도소 수감중...

11기 한총련 대의원 문옥주, 현재 부산교도소 수감중... ⓒ 송민성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국가보안법(국보법) 철폐를 위한 문화제 "한총련과 함께"가 지난 4일 늦은 6시 30분 서강대학교에서 열렸다.

서강대 공대 몸짓패 '너나우리'의 율동으로 문을 연 문화제에는, 고 박종철군 부친 박정기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전 회장을 비롯한 사회진보인사와 서울·경기지역 대학생 400여명, 한총련 수배자 가족들이 참여했다.

a 서강대 교내에 마련된 미니감옥

서강대 교내에 마련된 미니감옥 ⓒ 송민성

사회를 맡은 '한총련합법적활동을 위한 범사회인대책위' 윤경회씨는 "올해가 국보법 제정 54주년이 되는 해이며 이것이 곧 민주와 통일을 위해 애썼던 이들이 핍박받았던 역사"라고 말하며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정재욱 11기 한총련 의장은 인사말에서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위해 노력해온 학생, 그들의 부모님, 시민, 종교인, 사회단체 분들을 기억한다"면서 이들이 없었더라면 한총련의 상황은 이적규정이 내려진 7년 전과 다름없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정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투쟁에 사회 각계각층이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공동대표는 "인권변호사를 했다는 사람들이 대통령, 법무부 장관이 되어도 달라지는 것 없는 이 땅에 인권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총련 학생들은 이적단체라는 굴레에 굴하지 말라는 격려로 이에 화답했다.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배들도 자리했다. 전국노점상연합 신석호씨, 전상봉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 황선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대변인은 후배들에게 힘을 잃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a 수배자들의 이름이 창살에 가로막혀있다.

수배자들의 이름이 창살에 가로막혀있다. ⓒ 송민성

이날 문화제에서는 가극단 '미래'의 공연 <저 빛나는 샛별처럼>, 노래패 '우리나라', 노래모임 '아줌마' 등의 공연도 함께 펼쳐졌다.


문화제를 지켜본 이산라 전 단국대 총학생회장의 어머니 김낙희씨는 "여전히 수배자로 남아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아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국보법 철폐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참여정부는 올 해 초 한총련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면서 지난 7월에는 79명의 한총련 수배자에 대한 선별적 불구속 수사방침과 11기 한총련에 대해 일방적으로 이적규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약속을 뒤엎고 10월부터 11월 두 달 동안 15명의 한총련 소속 학생을 연행했다.


한총련은 '무기한 농성단'(단장 정종성 전 서총련 의장)을 꾸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응할 계획이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국민연대) 역시 2004년을 국보법 폐지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를 요구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
[미니인터뷰] 김성훈 서총련 조국통일위원장(광운대 총학생회장)

자신을 '새내기 수배자'라고 소개하는 김성훈씨는 우선 필자에게 한총련에 대한 생각을 이것저것 물었다. 평범한 학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 수배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씻는 게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검거에 대한 두려움,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다."

- 한총련이 현 정세에 맞지 않는 운동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사회를 보는 것, 변혁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많은 시각이 공존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이 기침하면 감기에 걸리는 나라다. 미국의 말 한마디로 실업자가 몇 만 명이고 생길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우리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모든 것이 미국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미를 이야기하고 파병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미의 무풍지대'라고 불려왔던 한국이 이제는 '반미폭풍의 핵'으로 평가되는 것은 이러한 힘의 소산물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 장애인, 노동자 생존권 문제는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 한총련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줄어든다는 우려가 많다. 어떻게 보는가?
"학우들의 생각을 알아내는 것이 제일 어렵다. 학우들에게 한총련의 영상은 쇠파이프, 화염병 같은 것들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강령까지 일부 수정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적으로 동의를 하는 것 같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왕도다. 학우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학우들이 원하는 한총련이 되도록, 학우들 스스로가 한총련이 되도록 하고 싶다.

학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면 화장실 휴지 하나에서부터 정치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더욱 과감하게는 한총련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대학생들의 공동체로서 한총련은 의미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앞으로 몇 년간은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그 후에는 무대를 꾸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소품 담당일 수도, 이벤트회사 직원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하다." / 송민성


"당신들의 하늘같은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수배 2년차 아들이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이날 문화제에서는 2년째 수배중인 최승재(경기대 전자공학과 95학번)씨가 부모님들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해 부모님들의 아픈 심정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총련 합법화와 한총련 아들딸들의 수배해제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 오신 부모님들께

… 올해를 한총련 합법화의 해로 만들겠다며 살아 해보지도 않았던 삭발에 단식투쟁까지 하시며 보여주셨던 그 모습들. 아들딸들의 수배해제를 위해서라면 생업까지도 포기하시고 아픈 몸을 이끌며 헌신적인 활동을 하셨던 그 모습들을 저희는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 7월 25일 조치는 부족하지만 긍정적인 성과를 내오게 되었습니다. 한총련 합법화와 수배해제를 위해 싸웠던 부모님들의 헌신적인 활동이 있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계속적으로 수배자가 양성되고 연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이제는 우리 한총련이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부모님의 하늘같은 끝없는 사랑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2003년 12월 4일 한총련의 아들 승재 올림
/ 송민성


a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있는 경기대 최승재씨.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읽고있는 경기대 최승재씨. ⓒ 송민성


a '한총련 진군가'를 힘차게 부르는 수배자 어머님.

'한총련 진군가'를 힘차게 부르는 수배자 어머님. ⓒ 송민성


a 가극단 '미래'의 공연 <저 빛나는 샛별처럼> 중에서

가극단 '미래'의 공연 <저 빛나는 샛별처럼> 중에서 ⓒ 송민성


a '우리나라'의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학우

'우리나라'의 노래에 맞추어 춤추는 학우 ⓒ 송민성


a "한총련 이적규청 철회"

"한총련 이적규청 철회" ⓒ 송민성


a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문화제는 막을 내렸다. ⓒ 송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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