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관련자에 광주 진압군인까지

열린우리당 정체성 '흔들'... 민주당 "뭐가 새인물인가"

등록 2003.12.05 16:24수정 2003.12.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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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오전에 열린 우리당 정책의총 장면.
지난 11월 28일 오전에 열린 우리당 정책의총 장면.오마이뉴스 이종호

개혁정치를 표방한 열린우리당이 최근 들어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과거 세풍 사건 연루자나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인물을 잇달아 입당시켜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쪽은 2차 영입인사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인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수습'에 나서고는 있으나, 영입인사의 검증 시스템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이 지난 2일 발표한 2차 영입인사 54명 중 김호복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의 경우 세풍 사건과 관련,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공모해 두진공영으로부터 대선자금 4000만원을 불법 모금해 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영입된 함덕선 한국군사문화연구원장(전 육군 제11군단장)도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하나회 소속 정치군인 출신이라는 전력 때문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육사 20기인 함 원장은 80년 광주항쟁 당시 박준병 전 의원이 이끌던 진압군 20사단에서 작전참모를 지냈으며 이후 26사단장, 육본군수참모본부장, 육군 11군단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이후 함 원장은 94년 10월 YS의 하나회 숙청 때 군복을 벗었으며, 지난 97년 대선에서는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의 특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함 원장의 입당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김원기 열린우리당 상임의장과의 '악연'이다. 김원기 의장은 지난 93년 6월 민주당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위 위원장을 맡아 5·18 관련 핵심인물들의 공직박탈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하나회 소속이자 5·18 관련 핵심인물이었던 함 원장 역시 공직박탈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당이 함 원장을 영입한 것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과거를 묻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이 외에도 현재 우리당 중앙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장기욱씨는 세풍사건의 주역인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의 변호인을 맡은 경력이 있고, 윤재철씨의 경우 DJ정부 시절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국가유공자 지정 철회를 주장한 바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이처럼 우리당 영입인사들의 전력이 문제가 되자 민주당은 5일 논평을 내고 "새인물을 영입하기는커녕 구태인물과 민주당에서 빼가기나 하는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구태인물을 대거 영입하는 것이 우리당의 개혁인사 영입이냐"며 "우리당의 '과거불문, 이유불문, 출신불문' 3불문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함덕선의 두가지 반론 "'진압군'은 아니었다...민주당에도 있었다"

당사자인 함덕선씨는 박양수 우리당 조직총괄단장을 통해 "하나회 출신인 것은 맞지만 광주진압군이 아니었고, 군단·특전사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이어 함씨는 "20사단은 광주에서 특전사와 시민군이 싸움을 하고 난 뒤 내려가서 정리했던 부대"라며 "오히려 광주시민들에게 환송을 받고 왔다"고 주장했다.

함씨는 또 "민주당에서 안보위원회 수석부위원장 했던 사람으로서 민주당에 남아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대통령과 나라의 안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생각해 이곳으로 왔다"며 자신의 전력을 문제삼는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전 총재 있을 때는 '존경합니다'고 박수치던 사람이 지금 와서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평수 우리당 공보실장은 "함씨는 지난 98년 3월 새정치국민회의 때 입당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2000년 총선 때는 자기당(민주당) 방패용으로 쓰고 지금 와서는 공격용으로 쓰는 것은 구태정치"라고 맞받았다.

우리당, 2차영입인사 전반 심각히 재검토

한편, 정동영 열린우리당 외부인사영입추진위원장은 이르면 6일께 2차 영입인사 전반에 대한 재검토작업을 거쳐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동채 홍보위원장도 "문제를 보고받았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심각하게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김원기 의장이 확대간부회를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영입인사들에 대해 "영입자로 간주한다"고 공표한 마당이어서, 영입결과 자체를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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