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성
그의 사진은, 평범하다. 기교도 없고 각도의 변화도 드물다. 반면 그의 카메라에 담기는 이들은 평범하지 않다. 손가락 세 개가 잘려진 손을 들고있는 남자, '대한(大恨)민국'이라는 펼침막 뒤에 선 여자, 뇌졸중으로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남자, 좁은 방 안에 아무렇게나 누운 여자….
그 중에는 한국에 와서 일을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 오른손이 프레스에 말려 들어가는 바람에 한쪽 팔을 잃은 재중 동포 이림빈씨도 있다. 염색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가 폭발해 온몸에 화상을 입은 재중동포 김명식씨도 있다.
상처받고 눈물짓는 이들, 재중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찍는 그는 사진작가 김지연(32)씨이다.
소녀, 카메라를 들다
김지연씨가 카메라를 처음 만진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우연히 사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그는 "부모님을 잘 만난 덕에" 프랑스에서 사진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머물면서 순수예술을 공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함을 느꼈다. 더 이상 사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고 판단한 그는 7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진을 그만둘 작정이었다.
그런 김지연씨에게 다시 카메라를 집어들게 하는 '사건'이 생겼다. 바로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 김해성 목사와의 만남이었다. 비록 라디오를 통해서였지만, 김 목사가 설명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황은 그에게 섬뜩한 느낌마저 안겨주었다고 한다.
"내가 우리 사회를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그는 곧바로 성남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찾아갔다. 그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