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질 잘해라' 늘 입버릇처럼 말하셨죠"

30여년간 월하스님 손발 노릇한 최수진 행

등록 2003.12.09 10:18수정 2004.02.2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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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 스님 입적 5일째인 8일, 통도사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유명 인사들과 조문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고 있다.

a 인터뷰 중인 최수진 행

인터뷰 중인 최수진 행

그 가운데, 월하스님을 30여년간 옆에서 모셔온 제가불자가 스님의 생전의 모습을 밝혔다. 그녀는 바로 최수진 행(53세·본명 최순자). '수진'이란 법명도 월하 스님이 직접 지어주신 것이라고 한다.

"조모와 조부 모두가 불교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셨고, 수행도 많이 하셨어요. 그러면서 저도 불교에 깊이 빠져들게 된 거죠."

최수진 행자는 불교와의 첫 인연을 이렇게 설명한다.

또 월하 스님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절에 찾게 되면서 월하 스님의 모습이 좋고 배울 것이 많아 제가 자꾸 따라다녔어요. 그러다가 몸이 안좋아지시면서 제가 여러 가지 도와드릴 게 있을 것 같아 직접 모시기 시작했고요"라고 말한다. 수진행이 직접 모신 지는 대략 17~8년 정도가 된다 한다.

그녀가 말하는 월하 스님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대외적으로 월하스님은 카리스마 있고, 다소 엄한 성품을 지닌 스님. 하지만 그녀는 월하 스님을 두고 "말을 너무 아끼셔서 어쩔 땐 섭섭할 때도 있지만, 알고보면 (월하) 스님만큼 자비롭고 자애로우신 분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라고 말한다.

월하 스님은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하신 분이라고 한다. 한번도 직접적으로 칭찬하거나 꾸지람한 적이 없다고. 때문에 옆에서 항상 모시는 사람이 아니면 그 뜻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가끔 생긴다고 한다.


"스님이 우리에게 하신 가장 큰 칭찬은 '수고했다고…'이구요. 가장 큰 꾸지람은 '그럴 수도 있다고… 다들 잘못하면 그럴 수 있어'예요."

"'중질 잘해라'라는 말씀을 늘 입버릇처럼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가 '중질을 어떻게 잘할까요?'하고 물으니 '늘 찰나도 놓치지 않고 항상 자신을 추스려서 잘 행동하는 것이다' 하셨습니다."


또 제가신도들에게는 늘 '가정사를 제쳐두고 하는 것은 수행 잘하는게 아니다. 가정사에 한 점 어긋남이 없이 충실히 살아라'라고 말씀하셨다고.

"또 한번은요…"

수진 행의 기억 속에서 월하 스님의 또 다른 모습이 끊임없이 밝혀진다.

"스님은 경남 일대 시골장을 한번도 빠진 적이 없으세요. 그리곤… 추운 날 혹은 몹시 더운 날 시골 할머니들이 조그마하게 펼쳐놓은 물건들을 모두 다 사오세요. 그리곤 '고생하실텐데… 다 팔아도 이거는 저 분들게 용돈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리는 식구가 많아 이걸 다 사도 다 쓸데가 있으니… '라고만 말씀하시죠. 절대로 '저거 사'라고 말씀을 안하세요. 사는 건 우리네 제가불자들이 알아서 해야죠."

수진 행은 끊임없이 우리 취재진들에게 월하스님은 몸소 부처님의 뜻이 어떤지를 직접 보여주고 실천하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온 수진 행도 직접 가르침을 받진 않았지만, 부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고.

그녀는 월하 스님이 입적하신 이후, "지나가듯이 던지셨던 말씀, 미미하게 생각했던 말씀들이 이제야 마음에 크게 와닿아요"라고 말해 스님의 가르침이 그녀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한편 수진 행은 현재 슬하에 2명의 딸을 두고 있으며, '욕심부리지 말고 능력이 되는대로 키워라'라는 스님의 말씀에 따라 자식들을 키우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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