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언론 연쇄오보, 한국-알제리 외교분쟁 위기까지

알제리 대통령 '한국의 이라크 파병 이해한다'가 '지지한다'로 둔갑

등록 2003.12.11 12:29수정 2003.12.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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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생소한 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알제리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며 적잖은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9일 정상회담에서의 농담으로 인해 다음날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11일에는 외신의 오보가 자칫 양국간의 외교문제로 치닫을 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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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제리 대통령 방한, 알고 계십니까?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상회담 직후 "노 대통령이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에게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이해를 요구했고, 부테플리카 대통령도 이에 대해 전적으로 이해한다"고 발표했다. 추가파병에 대한 얘기가 양국 정상의 공동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윤 대변인도 알제리 정부의 동의를 얻어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AFP 통신이 대변인 발표를 오독하며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AFP가 서울발 기사에서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에 대해 전적으로 이해했다"는 발표 내용을 잘못 타전한 것. 기사 원문에는 '전적으로 이해했다(full understanding)'고 바르게 보도됐지만 '알제리가 이라크 파병을 지지했다(back)'는 제목이 오해를 증폭시켰다.

AFP 기사를 접한 알제리 신문 <알-와탄>지는 "우리 대통령이 한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중에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해 함정에 빠졌다"고 확대 보도했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알제리 국가원수가 이라크 파병을 지지했다는 것은 국내외의 반발로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지 모르는 중대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제리 외무부는 <알 와탄>지 보도가 잘못됐다고 항의했고, AFP가 외무부 성명을 다시 보도하자 이번에는 사태의 불똥이 국내로 번졌다.

이번에는 <연합뉴스>가 '사고'를 쳤다. "알제리 외무부가 10일 알제리가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지지했다는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Algeria's foreign ministry on Wednesday
categorically denied reports that it backed South Korea's plans)"는 11일 새벽 기사에 '알제리, 한국의 이라크 파병 지지 부인'이라는 제목을 붙여버린 것.

알제리 정부는 "알 와탄지 보도가 순전한 창작이며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반박성명을 내며 해당 신문에 항의까지 했는데, 연합뉴스에서는 거꾸로 알제리 정부가 청와대 발표를 부인한 것으로 소개했다. SBS도 아침뉴스에서 '외교적 결례' 운운하는 외교전문가 논평까지 덧붙여 청와대를 호되게 몰아세웠다.

사태가 한국과 알제리 사이의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국면으로까지 치닫자 청와대는 경위 파악에 들어갔고, AFP 서울발 기사가 문제의 단초가 됐음을 확인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AFP가 잘못 타전한 데서 발생한 사안이니 이해해달라, AFP 서울지국장이 반기문 외교보좌관에게 이같은 점을 시인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알제리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위해 저는 서류 한 뭉치를 준비해 왔는데, 각하는 서류 한장으로 준비했다"고 말한 것이 '뼈있는 농담'으로 보도돼 청와대 관계자들이 흥분한 바 있다. 윤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오게 됐는지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며 "본말이 전도된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얘기가 많았다"고 소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두툼한 서류를 준비해 정상회담에 임한 적이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APEC 정상회담에서 메모 쪽지 한 장만을 들고 노 대통령을 만났다는 것. 정상회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일부 언론이 곁가지 보도로 대통령 흠집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반기문 외교보좌관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알제리대통령 외교보좌관과 주한 알제리 대사 모두 '그건 그야말로 분위기 좋게 하려는 찬사(compliment)였다'고 설명했고, 특히 알제리 대사는 한국의 지인을 통해 우리신문 보도를 접하고 곤혹스러워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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