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선물에 대한 답신

박철의 <느릿느릿 이야기>

등록 2003.12.11 20:17수정 2003.12.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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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김민수 목사가 보내온 감귤. 정말 맛있었습니다. ⓒ 느릿느릿이야기 박철


어제 저녁 제주도 김민수 목사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김민수 목사가 직접 수확한 감귤 한 상자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김민수 목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알게 된 분입니다. <오마이뉴스> 선배인 셈이지요.

제가 <오마이뉴스>를 알게 된 것은 한 3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정치나 사회면을 주로 보았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되지 않아 위성안테나와 전화 모뎀을 이용하여 <오마이뉴스>를 보았습니다.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끔 수신이 끊겨서 애를 먹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전용선이 들어오면서 <오마이뉴스>를 각 섹션별로 이 구석 저 구석을 탐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김민수 목사를 만났습니다.

처음 느낌이 저와 비슷해서 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김민수의 <꽃을 찾아 떠난 여행>은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김민수 목사가 쫒는 꽃이라는 게 대부분 자연에서 대할 수 있는 들꽃이었습니다. 나는 거의 김민수 목사의 들꽃여행에 심취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일 먼저 김 목사의 들꽃여행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러다 저도 지난 4월부터 <사는 이야기>에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고, 김민수 목사와의 조우(遭遇)가 시작되었습니다. 가끔 전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비슷한 데가 많았습니다.

둘 다 섬에 살고 있고, 현직 목사이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이나 느낌도 비슷했습니다. 둘 다 작은 텃밭을 가꾸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자연을 깊이 관찰하는 태도도 비슷하고, 심지어 건망증까지 닮았습니다.

아내가 저와 김민수 목사가 닮은 데가 많다고 말하는데, 김민수 목사의 부인도 김 목사한테 그렇게 말하는 모양입니다. 김민수 목사가 <사는 이야기> 섹션에서는 텃밭에 관련한 글을 많이 올렸습니다. 사실 저도 텃밭에 관한 사진이나 소재가 많지만, 저까지 텃밭 이야기를 올리면 독자들이 식상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고, 오해의 소지도 있겠다 싶어 텃밭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김민수 목사의 진솔한 텃밭이야기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조금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민수 목사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래 만난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지고 깊은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도 조만간 만나게 될 날을 벼르고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김민수 목사를 샘물 같이 맑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풍겨납니다. 한줌의 가식도 느낄 수 없습니다. 자연 앞에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오마이뉴스>가 맺어준 인연입니다. 앞으로도 우정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습니다. 어제 김민수 목사의 선물과 편지에 대하여 저도 답신을 보냅니다.


존경하는 김민수 목사님, 보내주신 편지와 감귤을 잘 받았습니다. 어제 저녁 우리집 식구들이 다 둘러 앉아 못생긴 감귤에 대한 내력과, 김민수 목사님께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우리 집 큰아들 아딧줄이 그럽디다. <오마이뉴스>에서 “꽃 이야기를 자주 올리시는 목사님 아니세요?”

말씀하신 대로 감귤이 못생겼지만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감귤 중에 제일 맛있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도 정말 맛있다는 소리를 연신 해댑니다. 지금, 이 글을 엎드려 쓰면서도 감귤 서너 개를 까먹었습니다.

김민수 목사님이 감귤나무에서 감귤을 따서 상자에 담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거기에 생각이 멈추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고운 마음이 예까지 다 전해집니다. 늘 꽃을 따라 살다보니 마음까지도 꽃을 닮으셨나 봅니다.

아기 예수 오신 날을 기다리는 계절, 김민수 목사님과 가정 위에 아기 예수성탄의 빛이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글을 모아 만든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나무생각)을 선물로 한 권 보냅니다. 못 생긴데다 맛도 없다고 타박하지만 말아주십시오. 뵈올 날을 늘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늘 건강하십시오. 박철 드림.


겨울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사신(私信) 한 통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달랑 전화 한 통 하는 것보다 편지라도 한 통 보내시거나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보낼 수 있으면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삭막하고 살풍경한 시절,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일만큼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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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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