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느릿느릿이야기> 제2집. 84쪽. 느릿느릿이야기 발행느릿느릿 박철
나는 평소 수명이 다된 형광등처럼 껌벅거리길 잘 하는 건망증의 달인(?)이다. 건망증이 심하면 정리정돈이라도 잘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올해 우연한 기회에 무엇인가 내 자신의 삶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여기저기 잡지나 신문에 상당한 양의 글을 써왔다. 그런데 그것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컴퓨터에 지난 2-3년 저장해 놓은 원고도 하드디스크 고장으로 공중분해가 되고 말았다. 빈털터리가 되었으니 홀가분해서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쩐지 허전한 것이 적자 인생 같은 느낌이 찾아들었다. 그래서 궁리를 한 것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거기에 다 글을 정리해 놓으면 도둑맞을 일도, 공중분해 될 일도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느릿느릿이야기> 홈페이지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두어 달 동안 워밍업을 하다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는이야기>의 특징은 삶의 주변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결코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일기를 쓰는 기분으로 글을 올렸다. 처음 6개월은 매일 한 꼭지씩 글을 올렸다. 그동안 주로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은 유년시절 이야기, 교동이야기, 가족이야기, 자연을 통해 경험한 단상들이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느릿느릿이야기> 홈에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초부터 박철의 <느릿느릿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91회 글과 사진을 올렸다. 그동안 단 한 차례 생나무 미역국을 먹었다. 괜찮은 성적이다. 그런데 솔직한 고백이지만, 단 한차례 생나무 미역국을 마셨던 글은 내 딴에는 깊이 생각하고 쓴 글이어서 지금도 애착이 가는 글이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처음으로 “여보, 책상위에 뱀 나타났어.”라는 제목의 글이 메인톱에 올랐는데, 조회수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3만7천만회가 넘게 조회되었다. 자동으로 많은 댓글이 올라왔다. 별의 별 내용이 다 있었다. 재미있다거나 격려성의 댓글도 있었지만 비난에 가까운 저급한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또 한번은 “그대의 마음에 바다가 있는가?”라는 글이 톱으로 올랐는데 어떻게 동해에서 일몰 구경을 할 수 있겠냐는 거친 항의가 들어왔다. 그렇게 강력하게 나오니, 30년 전 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싶어 동해안 현지 공무원을 통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 한 적도 있었다. 동해안에서도 여름철 날씨만 좋으면 근사한 노을을 볼 수 있노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상식을 기초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절대화 될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