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성매매 여성 최소 1만4천여명"

성매매 대책방안 토론회, 성매매 피해여성 지원책 마련 시급

등록 2003.12.13 10:01수정 2003.12.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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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승후


광주 지역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수가 최소 1만4천여 명이라는 발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전 연령대에 걸쳐 학력에 상관 없이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으며, 번창하는 성매매 산업이 광주 지역의 산업간 균형 발전의 장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광주 여성민우회, 광주 여성의전화, 광주 전남여성단체연합은 12월 12일 오후 3시 개최한 '광주지역 성매매실태조사 및 대책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성매매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여성단체들은 지난 4월부터 8개월간 광주 지역 성매매 현황에 대한 조사를 직접 벌인 결과 성매매 수준이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성매매 방지법' 제정,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복지 시스템 구축 등의 종합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성매매 산업, 신도심 중심으로 대형화 추세 보여

여성단체들이 유흥·단란주점, 스포츠 마사지, 속칭 방석집 등 광주광역시 전역에서 성업중인 성매매 관련 업소 71군데를 조사한 결과 광주 지역 성매매 산업의 몇 가지 특징이 분석됐다.

우선 주목할 만한 것은 광주 지역 성매매 산업이 대형화·기업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무 지구와 첨단 지구 등 최근 개발된 신도심을 중심으로 성매매 남성의 편의에 맞춘 복합식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단란주점은 사양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성 단체들은 단란주점의 사양길이 성매매의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여성 종업원을 구하기 힘든 단란주점 업주가 유흥 주점이나 다른 성매매 업종으로 전환하고있기 때문.


시대적 변화 추세에 맞춰 성매매 산업도 술집을 매개로 한 전통적 방법보다는 이용원, 스포츠 마사지 등 새로운 성매매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모든 유형의 성매매 업종이 보도방과 연계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로 지목됐다.

a 김난희 조선대학교 여성학 강사

김난희 조선대학교 여성학 강사 ⓒ 오마이뉴스 이승후

이날 토론회에서는 광주지역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의 최소 추정수치가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김난희 조선대학교 여성학 강사는 "성매매 혐의가 거의 100%에 가까운 유흥·단란주점과 이용원의 업소수를 파악하고 표본추출한 업소방문을 통해 알게 된 종업원의 평균 수를 대입하면 최소 1만4천명의 여성들이 성매매 업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발표했다.


김 강사는 "이 숫자는 최소 추정치다"며 "성매매 혐의가 있는 일반 주점과 다방, 보도방과 전화방, 노래방, 출장 마사지 등의 성매매 여성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성매매 종사 여성수는 훨씬 많아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강사는 광주 지역 성매매 산업 구조의 현황 및 변화 양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우선 모든 연령대의 여성들이 학력에 상관없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강사는 "이런 현상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객체화시키는 남성중심적 성문화 고착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보도방과 출장 마사지 등 신종 성매매 관련 업종이 활개를 치고 있음에도 규제 장치가 미비해 성매매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강사는 "이들 업종들이 음성화되고 점조직화돼서 규제는커녕 정확한 실태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티켓 다방의 문제도 거론됐다. 타 지역과는 달리 티켓 다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알려진 광주 지역에서도 티켓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김 강사는 "청소년 성매매 구조활동을 하는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티켓 영업의 책임을 업주가 면하기 위해 차배달하는 여성들에게 티켓 값만큼의 차를 배달하는 등의 편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갈수록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성매매 산업이 광주 지역의 산업간 불균형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 강사는 "많은 여성 경제 활동 인구가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상은 타 업종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의 노동선택권을 제약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매매 여성, 늘어나는 빚과 부당한 분배 구조 등 다중고통에 시달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14명의 여성들을 직접 면담해 파악한 성매매 여성들의 실태가 공개됐다. 조사결과 상당수가 생계를 위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밝혀져 여성의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과 정책 발굴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절박한 경제 사정 때문에 발을 들여놓은 성매매업도 해당 여성들의 빈곤을 해결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빚이 늘어나는 등 업계의 구조적 모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 김경례 전남대학교 사회학 강사

김경례 전남대학교 사회학 강사 ⓒ 오마이뉴스 이승후

김경례 전남대 사회학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장에 대한 인식은 '무지'에서 출발한다"며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될 때에는 이미 발을 빼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 강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회 생활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시작해 업주가 부과하는 부당한 벌금이나 소개비 등이 자신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토론회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업계의 고질적인 착취 구조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강사는 "선불금 없이 일을 시작했더라도 여성들에게 일방적으로 떠안겨지는 벌금, 미수금, 결근비 등으로 빚을 지게 되고, 업소를 옮기기 위해 쉬는 과정에서 미리 돈을 당겨 쓰는 경우가 많아 높은 이자에 빚은 쌓여만 간다"고 밝혔다.

김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이 돈을 벌어 업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이 한 달 일하고 계산을 맞출 때는 각종 명목으로 업주에게 지급하는 돈이 많다"며 "결국 몇 백에서 몇 천만 원까지 수입이 들어와도 여성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수입의 일부이거나 적자가 돼 빚으로 남게되는 일이 대부분이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업주들이 성매매 여성들에게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며 자연스럽게 옷과 화장품 등의 구매를 암시하기 때문.

특히 소개소의 '탕치기' 농간과 성매매 여성간 연대 보증은 더 많은 빚에 여성들을 옭아매고 성매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덫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탕치기'란 소개업자나 사채업자가 여성들을 여러 업소로 돌리면서 소개비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김 강사는 "여성들을 서로 연대보증을 세워 누가 도망가면 남은 여성들이 빚을 떠안게 된다"며 "연대보증으로 빚의 규모가 커지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더 열악한 업소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발표했다.

경제적 착취와 함께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침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강사는 "인터뷰결과 폭력이나 감금 사례는 거의 없었지만 여성들은 간접 폭력이나 모욕감 등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 여성들이 호소하는 간접적 폭력의 대표적 사례는 바로 상품처럼 취급받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성매매 남성과 대면할 때 자신들을 남성이 직접 고르는 행위, 업소 연결이 안 되서 일을 못나갈 때 소개소 직원이 여성을 직접 업주들에게 데리고 다니며 몸값 흥정을 할 때 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비하, 멸시, 폭언은 위협으로 직결돼 이들을 성매매 구조 속에 고착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 성매매 여성들은 함부로 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인해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남성 종업원들에 의한 성폭행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매매 방지법 속히 마련해야

김경례 전남대 사회학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은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자본주의 구조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객체화시키는 가부장적 문화의 결합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문제"라며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정책은 사회구성원의 일원이자 자기 삶의 주체로서 여성들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매매의 폐단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성매매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데 결론이 모아졌다. 김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의 부당채무 면제와 알선업자 및 사채업자 등 중간 매개고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성매매방지법의 제정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미온적이고 업주 중심의 수사 태도는 여성들이 성매매 산업에서 탈출하는 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강사는 "성매매 여성들은 법의 보호망이 유착 관계로 인해 업주들 편에 서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경찰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며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강사는 "지금까지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는 시설 수용과 획일적 기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인해 호응을 못받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성매매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맞춤식 복지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토론회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제거하고 새로운 시각 형성과 담론의 확산을 위해 성매매 여성, 성매매 남성, 관계공무원 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 실시와 구체적 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성매매 문제 대처를 위해 관련정부기관과 민간단체, 학계를 망라해 가칭 '광주지역 성매매방지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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