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해 볼까요?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그 현장으로 가다

등록 2003.12.15 22:13수정 2003.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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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도시락
사랑의 도시락정연우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서는 사무직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순번을 정해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 운동을 하고 있다. 2002년 4월부터 회사차원에서 했던 행사가 이제는 직원들 스스로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산 지역 독거노인 20명을 대상으로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랑의 도시락'을 전했다.


도시락이 어떻게 전해지는지 사랑의 도시락 담당자인 이상윤(28)씨와 함께 배달을 나가보았다. 도시락을 나눠줄 독거노인은 각 구청 사회담당자의 협조를 받아 그중에서 어렵고 몸이 불편한 분들을 우선순위로 뽑았다. 한편 도시락은 회사 직원들이 먹는 식단과 똑같게 구성되어 있다.

배달전 도시락을 점검하는 이상윤씨
배달전 도시락을 점검하는 이상윤씨정연우
우선 그들은 아직 자신의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배달을 위한 도시락을 꼼꼼히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갈 구역을 확인하곤 서둘러 배달에 나섰다. 이상윤씨가 맡은 곳은 초읍동과 양정1동의 노인들이었다.

도시락을 들고 배달나가는 이상윤씨와 설재훈씨
도시락을 들고 배달나가는 이상윤씨와 설재훈씨정연우
도시락을 동료의 차에 실고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박상수(70)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 골목골목을 찾아 들어가 집에 도착하니 이미 집안에서 박상수 할아버지가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었다.

박상수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이상윤씨
박상수 할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이상윤씨정연우
이씨는 도시락과 겨울용 모포를 함께 전했다. 그리고는 어제 도시락은 맛있게 드셨는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나마 같이 대화하는데도 할아버지는 내심 즐거운 눈치였다. 잠시 후 어제 배달된 도시락을 확인한 후 수거하기 시작했다.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몸이 불편하신 분이 많아 도시락을 먹고 나서 씻어놓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새 도시락을 전해주고 어제 준 도시락은 수거해서 가져간다고 한다. 박 할아버지는 추운 겨울, 사랑의 도시락 덕분에 젊은 사람도 만나서 얘기도 하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가 있어서 고맙다고 거듭 인사했다.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같은 초읍동에 위치한 곳인데 김연오(73)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었다. 김 할아버지을 만나보니 생각보다 젊어 보여서 깜짝 놀랐다. 나이를 미리 듣지 않았으면 50대 중년이라 생각할 뻔 했으니 말이다.

김연오 할아버지의 모습
김연오 할아버지의 모습정연우
김 할아버지에게 도시락을 건네준 이씨는 일상생활에서 어려운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시에서 지원을 받지만 그 지원금만 가지고는 방세와 전기세 빼고는 빠듯하다"고 하셨다. 이들의 '사랑의 도시락'이 많은 도움이 되는 듯 했다.


도시락 배달도 제때를 놓치면 따뜻하게 먹을 수 없기때문에 서둘러 마지막 집을 향했다. 특히 겨울철은 도시락이 빨리 식어서 잠시도 배달도중 쉴 틈이 없었다. 마지막 장소는 몸이 많이 불편한 여태완(84)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었다. 그렇게 찾아가는 도중에 차안에서 이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도시락을 1년 가까이 배달했는데 처음에는 근무 중에 사랑의 도시락을 배달하는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대하면서 마음을 나누다 보니,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이제는 이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여태완 할아버지와 같이 생활하시는 분을 보살펴 드리는 이상윤씨
여태완 할아버지와 같이 생활하시는 분을 보살펴 드리는 이상윤씨정연우
그러나 여태완 할아버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씨는 잠시 당황했고 같이 살고 있던 다른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았지만 워낙 고령인지라 먼저 이 할아버지부터 챙겨드리기로 했다. 이씨는 할아버지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익숙하게 새로 가져온 모포를 깔아줬다.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가기 길에 구청에 연락해서 할아버지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보았다. 여태완 할아버지는 현재 병원에 입원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상윤씨는 시간이 나는 대로 꼭 찾아간다고 했다.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윤씨
사랑의 도시락 나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윤씨정연우
어느 덧 저녁이 되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돌아온 이씨는 쉬지 않고 다음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 직원들과 같이 사랑의 도시락 배달을 다녀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년부터 사랑의 도시락을 더 많은 독거노인에게 전할 계획이다. 좀 더 많은 노인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이씨의 말처럼 우리사회에는 이처럼 꾸준히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상이 각박하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요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가슴 따뜻한 하루였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관심으로 독거노인들이 포근한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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