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카드 해외 매각은 부적절하다

[대안칼럼-37] 카드위기③ -신용카드문제 해결책에 대한 혼란

등록 2003.12.16 15:06수정 2003.1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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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좀더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안칼럼]을 신설했습니다. 매주 2차례에 걸쳐 '대안연대회의' 소속 국내외 학계와 연구소 전문가 10여 명이 칼럼진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LG 카드의 유동성 위기로 불거진 ‘금융 대란’에 대해 신용카드 거품 원인과 정부 부처 대응과정의 문제점 등에 대해 세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살펴봅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조복현 교수(한밭대 경제학과)가 단기적인 신용카드 문제 해결 방식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현재 전개되고 있는 신용카드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은 카드회사들의 무분별한 회원확보 경쟁과 대출서비스를 늘리기 위한 과도한 거래신용상의 혜택 제공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은 위험관리 부재와 비합리적 경영 행태, 그리고 소비자들의 무리한 차입과 신용질서 의식의 부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넓게 보면 신용카드 문제는 내수 특히 소비증진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 자금흐름의 소비자금융으로의 전환과 카드영업에 대한 규제 철폐,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제도 금융권에 대한 접근이 곤란해진 저소득층의 급격한 증가라는 경제적 환경 속에서 배태되어 나온 문제이다.

따라서 신용카드 문제의 해결책은 근본적으로는 카드문제를 낳게 한 경제적 환경의 개선 속에서 카드회사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과 규제, 소비자들에 대한 신용질서 의식 고양과 대안적 금융지원책 마련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책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도 아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경기부양정책의 내용, 금융업의 방향,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대책 등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사의 영업에 대한 감독과 규제의 내용과 정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혼란스럽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친 카드사의 부실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채권자들의 채권회수 위험과 금융시장 전체의 혼란 문제, 그리고 100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돌려막기 회원들의 신용불량자로의 전락 가능성 문제 등은 카드 문제의 손쉬운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더 어렵게 만든다.

소비증진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타당했는가?

먼저 오늘날의 카드문제를 낳게 만든 경제적 환경의 문제들을 검토해 보자. 첫째, 소비증진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타당했는가? 더욱이 카드 사용을 통한 소비증진 정책이 올바른 것이었는가?

경기침체시에 정부가 총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구사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으나, 투자나 정부지출을 증대시키려는 정책 대신 빚을 얻어 소비를 증대시키라고 하는 정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1980년대 이후 특히 90년대 중반이후 미국사회에서 가계부문의 소비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 금융이 큰 몫을 하였다는 점에 착안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가계부채 증가문제는 다른 정부부채, 기업부채 증가와 함께 늘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고, 미국경제의 장기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빚을 얻어서 이루어지는 소비증진은 지속될 수 없다. 가계의 소득이 이자와 원금을 갚을 정도로 계속 증가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소득 증가가 그에 따르지 못하면 당장 빚을 갚을 수 없게 되고 소비증진은커녕 개인 파산이 급증해 경제전체를 더욱더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금융 중심의 금융활동과 카드사 규제완화는 적절했는가?

둘째, 소비자금융 중심의 금융중개와 이 과정에서의 카드업 역할 제고, 그리고 이를 위한 카드업의 규제완화는 적절했는가?

기업의 투자저하와 외부자금조달 축소로 인한 기업금융의 위축 속에서 소비자금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금융부문의 생존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도 1980년대 이후 소비자 금융이 급격히 팽창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금융의 증대가 소득증대에 따라 당연하게 나타나는 결과도 아니고 경제의 장기성장을 위해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소비자가 저축보다 부채를 더 크게 갖고 기업이 투자보다 자산운용에 더 열중한다면 어떻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선진국의 소비자금융 증대는 1970년대 이후의 기업부문의 수익성 감소와 투자저하를 반영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금융을 선진금융 기법이라고 하거나 우리나라 금융의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현혹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 소비자금융 확대를 위해 카드업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타당한가? 금융업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자유화를 주장하는 사람일지라도 건전성 규제만큼은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카드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로서의 적기시정조치제도(2001년 7월 개정)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금서비스 한도를 완전히 폐지(99년 5월)했으며, 또 신용이나 소득정도도 무시한 채 길거리 모집과 같은 무질서한 영업행위를 허용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금융산업의 자유와 탈규제를 강조하는 나라들에서도 카드 신용한도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관대하지 않다. 미국은 카드회사가 신용한도를 회원의 입증된 신용기준을 이용하여 보수적으로 결정하도록 감독하고 있으며, 유럽의회도 카드의 신용한도를 처음에는 낮게 설정했다가 신용실적에 따라 점차 높일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일반적 재화시장과 달리 ‘시장의 불완전성’이 커서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신용한도도 회원모집도 모두다 영업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외치며 규제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무책임한 행동이다.

저소득층 금융에 대한 무대책은 문제가 없는가?

셋째, 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한 저소득층은 은행 등의 제도금융권으로부터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대신 고금리의 사채나 카드회사의 현금서비스 또는 카드론으로부터 금융적 수요를 충족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은행은 구조조정과 대형화 속에서 서민금융을 멀리하고, 서민금융기관이라고 자처하는 상호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도 구조조정과 대출여력 감소 속에서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서민금융에 대한 대책을 거의 마련하지 못한 채 사채업자의 고리 및 횡포와 카드회사의 폭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02년 10월에 대부업법을 만들기는 하였으나 이는 사채의 고리와 횡포를 막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저소득층은 자유롭게 발급받을 수 있는 카드가 그나마 금융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하거나 손쉬운 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접근 문제는 기존의 금융시장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경제적 형평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의 생활개선 가능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도 이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드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경제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카드이용을 통한 소비증대를 총수요증대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또한 카드회사에 대해서 건전성 감독은 물론 대출서비스의 개인한도와 카드사 영업의 대출서비스 비중 한도를 엄격하게 감독하고 규제해야만 한다. 여기에 더해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대책을 마련해 이들의 신용카드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도록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

장기적 해결책의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 해결책도 우선 당장 눈앞에 놓여 있는 카드사의 부실문제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금융시장 혼란과 신용불량자 증가 문제라는 장애물을 제거해야만 추진할 수 있다.

당장 전개되고 있는 카드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 당국은 작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카드대책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은 너무 일관성 없이 상황적 대응에만 매달려 온 것 같다. 작년 5월과 7월에는 카드발급기준 강화와 수수료율 인하, 대출서비스 비중의 50% 유지 등과 같은 규제 강화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금년에 들어와서는 대출서비스 50% 한도 준수를 3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4년 더 연장하기로 했으며, 건전성 감독도 1개월 연체채권비율 산정의 폐지와 함께 경영개선권고 및 경영개선요구와 같은 적기시정조치를 폐지하고 말았다. 또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친 유동성 지원에 더해 최근에도 LG카드의 유동성 지원을 단행했다.

물론, 당장 닥칠 부작용을 무시한 채 일관성만 지키라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겠지만, 이처럼 금융지원과 규제완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연체율 감소와 카드사들의 채무 지불능력 개선없이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일관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LG 카드 해외 매각은 부적절

먼저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카드사의 자본확충을 통해 채권의 부실화를 막아야만 한다. LG카드사와 같이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주주들이 자본확충을 못한다면 채권자들이 출자전환을 통해서라도 우선 당장 채권의 부실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LG카드의 경우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자본에 매각한다는 소문도 있으나 공적자금으로 부실정리해서 해외자본에 매각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그런 조건이라면 국내에서도 인수자가 많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 않은가?

다음으로 신용불량자의 더 이상의 증대를 막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자를 과소비와 낭비를 일삼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신용불량자 중 더 많은 사람들은 생활고와 사업실패로 인해 신용불량의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의 개인워크아웃 대상자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4%는 생활고 때문에 33%는 사업실패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따라서 신용불량자의 더 이상의 증대를 막기 위해서는 카드가 아닌 저금리의 서민금융의 확대나 소액금융제도와 같은 새로운 금융기법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을 통해 카드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제거한 다음에 카드사들로 하여금 대출서비스보다는 카드업 본래의 업무인 결제서비스에 주력하도록 강력히 규제를 가하고 카드업의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건전성 규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증대보다 생산적 투자 촉진 정책이 절실

어떤 사람은 경기가 회복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90년대 초반이후 경기가 크게 활황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기에 카드연체율은 급격히 증가하였다.

눈앞에 닥친 카드사부실 문제를 긴급 금융지원과 자본 확충을 통해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또 앞으로 경기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말한 경제적 환경의 변화 없이는 계속 반복해서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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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대 조복현 교수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계부채 조달을 통한 소비증대정책보다는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자금중개기관이 맹목적으로 소비자금융에 주력하도록 분위기를 이끄는 것보다는 기업금융을 통한 경제성장 지원이라는 본연의 기능 수행과 함께 소비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대책과 함께 이들의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보장 정책도 카드문제를 넘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필요한 대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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