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보고 사귀냐고 물어요."

[인터뷰]이란성 쌍둥이 피겨스케이터 김경호 군과 김경은 양

등록 2003.12.17 10:04수정 2003.12.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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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전 둔산중학교에 재학중인 김경호, 김경은 쌍둥이 남매.

대전 둔산중학교에 재학중인 김경호, 김경은 쌍둥이 남매. ⓒ 권윤영

제46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대전 둔산중학교 정문에 걸렸다. 남중 부문과 여중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김경호(1학년)군과 김경은(1학년)양으로 스케이팅 동시 우승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이름 또한 비슷하다. 이들은 다름 아닌 이란성 쌍둥이 남매다.


쌍둥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이들 남매는 많은 것을 공유한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으로 빙판 위에 섰다. 겨울에 감기를 잘 걸리는 체질인지라 건강 때문에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그 계기였다.

"잘 타는 언니, 오빠들이 TV에서 멋진 기술을 선보이는 것을 봤을 때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접한 스케이트에 이들 남매는 쉽게 매료됐다. 기술을 새롭게 익힐 때나 연습이 잘 안될 때는 힘들기도 했지만 스케이팅 하는 것은 늘 재밌고 즐거웠다. 둘이 함께 하기 때문에 좋은 점도 많다. 못하는 것이 있으면 지적해 주고 잘하라고 격려해 주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a 서로의 얼굴만 봐도 미소를 짓는 사이좋은 쌍둥이 남매다.

서로의 얼굴만 봐도 미소를 짓는 사이좋은 쌍둥이 남매다. ⓒ 권윤영

이번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 대회에 경호군은 자신 있게 도전했지만, 경은양은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려고 했다. 피겨 스케이팅이 남자 선수층은 적지만 여자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경은양이 돌연 참가를 결정한 것은 늘 함께한 오빠의 영향이 크다.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었어요. 참가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금메달을 따니 기쁨보다는 얼떨떨했어요. 선생님과 엄마도 놀라시긴 마찬가지였죠."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운동하러 가는 날이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운동이 첫째는 아니다. 학교에 입학할 때 전교 1, 2등으로 들어왔을 만큼 성적 또한 뛰어나다. 평소에는 공부를 하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 취미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케이팅도, 공부도 재밌다"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 놓치기 싫다. 나중에 특기 적성으로 대학을 가거나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스케이팅을 계속하며 선수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경호군의 꿈은 한의사, 경은양의 꿈은 선생님이다.


"가끔씩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너무 힘들어요. 공부 잘하는 사람이 12시간 공부한다면 스케이트 잘하는 사람도 그만큼 12시간 동안 스케이트를 해야 하거든요."

a 대전 둔산중학교 앞에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대전 둔산중학교 앞에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 권윤영

크게 싸우는 일도 없고 사이 또한 돈독하다. 가끔 가다 말도 똑같이 하고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사람도 금세 따라 우는, 영락없는 쌍둥이 남매다. 심지어 글씨체까지 닮았다.

"쌍둥이라서 모두들 부러워해요. 어렸을 적부터 같이 놀기도 하고 같이 다녔어요. 뭐든지 함께 했죠. 얼굴도 안 닮았는데 매일 같이 다니니까 친구들한테 쟤네 사귀나 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에요."

늘 친구처럼 외롭지 않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축복일 만도 한데 생일 역시 크리스마스다. 쌍둥이 남매는 "크리스마스가 생일이라 선물을 하나 밖에 못 받아요"라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바늘과 실처럼 늘 붙어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어느새 행복이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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