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inside'는 인텔 것인가

인텔, '디시인사이드'에 상표사용 중지 요청... "대기업 횡포" 반발

등록 2003.12.20 09:50수정 2003.12.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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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텔이 디시인사이드에 보낸 공문의 일부 내용

인텔이 디시인사이드에 보낸 공문의 일부 내용 ⓒ 디시인사이드


'폐인' '아햏햏' 등 숱한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를 상대로 전 세계적 거대 기업인 인텔이 상표권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 '○○○+인사이드'란 형식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소송까지 들어갈 태세다.

디시인사이드 쪽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반발하면서도 '거대 기업이 의례적으로 한 것 아니냐'며 정확한 진의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인텔의 태도는 일반적 예상과는 달리 대단히 강경하다.

지난 19일 저녁 7시를 조금 넘은 시각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디시인사이드 사무실에 한 장의 팩스가 날아들었다. 미국에 있는 인텔 본사를 대리해 한국의 와이.에스.장 합동특허법률사무소가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a 인텔 인사이드 로고

인텔 인사이드 로고

"「INTEL INSIDE」는 당사를 표상하는 영업표지 및 상표·서비스표로서 세계 여러국가에 등록되어 있으며, 한국에서도 컴퓨터 및 정보통신분야의 여려 상품 및 서비스업분류에 이미 등록되어 있습니다.

당사는 지난 10여년간 거액의 광고비를 투자하여 한국의 주요 신문, 잡지, 방송, 전시회 등을 통하여 「INTEL INSIDE」표장을 집중적으로 선전·광고 하였고…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로 「INTEL INSIDE」는 당사의 상품 또는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로 한국의 거래자 및 수요자에게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당사는, 귀사가 당사의 주지·저명한 「INTEL INSIDE」표장과 극히 유사한 「dcinside.com + 도형」상표.서비스표를 대한민국 특허청에 2002. 5. 30자로 등록출원하였고, 동 출원이 2003. 12. 6.자로 공고되었다는 매우 유감스러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텔이 결론적으로 요구한 것은 △「dcinside.com + 도형」상표·서비스표의 사용을 중지하고 등록출원을 취하할 것 △"dcinside.com", "dcinside.co.kr," "digitalinside.co.kr," "castinside.co.kr," "castinside.com," "nbinside.com" 등의 사용을 중지하고 등록을 삭제할 것 △제품(재고품 포함),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물, 간판 등의 모든 영업 표상물에서 「dcinside.com + 도형」 상표.서비스표를 제거할 것 등이었다.

인텔은 오는 31일까지 인텔 대리 법률사무소에게 답변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ADTOP@
디시인사이드 "대기업의 횡포"

이런 통보를 받은 디시인사이드 쪽은 한마디로 황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 대표는 홈페이지의 '르포,보도 갤러리'란에 올린 "'인사이드"는 인텔의 소유일까요?"라는 글에서 "그러면 dcinsider.com 이나 dcwinside.com 으로 고쳐야 하는 건지요"라며 "제가 dcinside.com 을 만든 것은 어릴 때 감명깊게(?) 읽었던 피터 노턴의 "Inside the IBM PC" 에서 따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해가 안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라는 말)의 사용을 막고 있는지"라며 "첫 문장에는 귀사의 사업이 일익 번창하기를 기원한다면서 그냥 문 닫으라네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회사의 박주돈 이사는 "이는 거대기업의 횡포다. 인사이드라는 말 자체가 고유명사가 아니다. 제조업체도 아닌 우리한테 브랜드 이미지가 혼동될 염려가 있다고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잘못됐"고 말했다.

디시인사이드 쪽은 자신 있다는 태도다. 박 이사는 "법률적 검토를 해봤는데 인텔이 미국에서 '맵인사이드'(지도 관련업체)라는 회사에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사이드가 고유명사가 아니라서 충분히 승소할 수 있는 말을 변리사한테 들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의 반응이 격렬하다.

'거대 기업이 그냥 한번 의례적으로 해본 것이다' '윈도우라는 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재산이 아님이 판결도 증명됐다'라는 답변부터 시작해 '인텔 불매하자' '인텔대신 AMD 사용하자' 등등이다.

과거 한 배터리 업체가 '애니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가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던 사례도 즐겨 인용됐다.

한 네티즌은 "이는 디시인사이드를 고사시키려는 음모다. 만약 국제법정까지 간다면 작은 포털사이트가 그 거대한 인텔과의 엄청난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는 인텔이 디시인사이드를 탐내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디시인사이드 쪽은 한편으로는 인텔의 진의를 의심하는 분위기도 있는 듯했다. 인텔이 내용증명까지 포함한 정식 우편물로 통보한 것이 아니라 팩스로 간단하게 보냈기 때문이다. '한번 찔러보기'아닌가라는 생각도 있는 것이다.

a 디시인사이드 유저들은 격렬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 유저들은 격렬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 김해영


인텔 태도는 대단히 강경

그러나 인텔은 이번 사건을 그리 단순하게 보지 않았다.

인텔의 국내 대리인인 '와이.에스.장 합동특허법률사무소'의 성시랑 부장은 "이번 소송은 인텔이 단지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디시인사이드가 나름대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네티즌들이 좀 혼동하는 것 같다. 인텔은 '인사이드'라는 말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드'라는 형식을 문제삼는 것이다. 예를들어 '인사이드+○○○'식으로 인사이드를 앞에 사용하면 전혀 문제가 안된다.

인텔은 '인텔+인사이드'라는 형식을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홍보했고 이는 인텔을 표상하는 상징성이 있다. 그런데 '○○○+인사이드'라는 형식을 여러 업체에서 사용하는 것은 인텔의 상징성을 희석하고 인텔의 원래 명성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인텔의 주장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인정된 것이고 실제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인텔의 주장은 디시인사이드나 네티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셈이다.

와이.에스.장 법률사무소 쪽은 이미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쟁에서 인텔이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 국내 화장품 회사와 의류업체가 '○○○+인사이드'라는 상표를 사용하다가 인텔의 요구를 받고 포기하는 등 몇건의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에어콘 업체를 상대로는 이미 소송도 들어갔다는 것. 2년 전에 한 스포츠 신문이 칼럼 제목을 '골프 인사이드'라고 했다가 인텔의 요구를 받고 '골프 내시경'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인텔의 대리인인 법률사무쪽은 주장했다.

성 부장은 "인텔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는 이름없는 온라인 업체가 아니다. 이름있는 업체이기 때문에 오히려 홍보 효과가 있다. 모델 케이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쪽은 이달 31일까지 디시인사이드 쪽에서 응답이 없거나 인텔의 요구를 거부하면 바로 이의신청이 들어가고, 디시인사이드 도메인의 경우 각 기관에 도메인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상호의 사용을 중지하기 위한 본안소송도 생각하고 있다.

이번 인텔의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소송 진행은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인텔이 그동안 국내에서 이미 '○○○+인사이드'라는 형식의 상표 중지 요청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해도 디시인사이드의 경우도 좀 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디시인사이드의 경우 국내 네티즌 문화의 터전 가운데 하나로 상당히 지명도가 높은 기업이었다. 따라서 거대 기업인 인텔이 상표권 사용 중지를 요청한 것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더 나아가서는 '미국 거대 독점업체'와 '토종 한국 온라인업체'의 싸움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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