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정치인들의 줄잇는 중앙정치 도전장

[광주전남 이색후보군②] 지방정치인들 "지역 토박이 우리가..."

등록 2003.12.22 03:23수정 2003.12.2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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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이 4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풀뿌리 지방정치인'을 자임하고 참여정부의 국정 주요과제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앞당기는데 적임자"라며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이미 지역에서 만큼은 유권자들의 검증을 받았다고 자처하는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부단체장을 지낸 총선 입지자들. 광주전남지역 의정활동과 행정 경력을 가지고 '여의도 입성'을 노리고 있는 이들은 10여명에 이른다.

'더 넓은 무대'를 향해 표심잡기에 한창인 이들은 소위 토박이론, 논두렁 정치론, 행정(지역)전문가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중앙정치권에서 활동하다 선거 때만 되면 내려와서 지역발전을 이야기하지만, 지역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또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른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고재유·주승용 등 지방선거 낙마자들, '정치 재기' 노려

이정일 전 서구청장과 고재유 전 광주시장(왼쪽부터)
이정일 전 서구청장과 고재유 전 광주시장(왼쪽부터)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단체장이나 부단체장 출신 총선 입지자 7명 중 5명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좌절을 맛본 이들이다. 고재유 전 광주시장과 이정일 전 서구청장은 지난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경선에 나섰지만 결국 본선에 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민선 광산구청장을 거쳐 광주시장을 지낸 바 있는 고재유(65·민주당) 현 광주여대 총장은 당시 시장 재선을 노리고 후보경선에 나섰지만 이정일 전 서구청장에게 36표 차이로 낙마하고 말았다. 고재유 총장은 "광산구를 누구보다 잘 관리해온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인물로 광산구 현역의원인 전갑길(민주) 의원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고재유 총장은 "지금은 학교 신입생 모집 시기여서 여기에 몰두하고 있고 마감되면 (출마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 선거구에 대해서는 "서구가 분구될 경우 서구 출마를 권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광산구 출마를 염두해 두고 있다"고 밝혔다.


고 총장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채택하고있는 전당원경선이나 국민경선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결정이 더 객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총장은 지구당의 후보 경선 방식을 고려해 무소속 출마 등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일(57·민주) 전 서구청장은 지난해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경선에서 시장 후보로 당선됐지만, 경선과정의 금품살포 시비에 휘말려 결국 중앙당이 공천을 철회해 낙마한 인물이다. 낙마 이후 절치부심해왔던 이 전 청장은 지난 9일 '2#1연구소' 개소식을 갖고 서구출마를 공식선언, 본격적인 총선에 돌입했다.


이 전 청장은 "작년에 후보 교체와 관련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었고 무혐의로 끝났다"면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좌절과 고통스러운 1년여 동안을 보냈다"며 "시장선거에 나설 때 준비한 서구와 광주발전의 비전을 중앙정치 무대에서 실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5년 동안 행자부에서 중앙 행정을 했고 이후 민선 서구청장 8년을 하면서 많은 발전을 가져와 시민들이 신뢰와 역량을 평가해 주고 있다"며 행정전문가론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중앙과 지방의 조화를 이루면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지녔다"며 "2#1연구소를 개소했는데 #은 반올림과 업그레이드를, 한자로 풀이하면 우물정(井)자로 생수같은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주승용 전 여수시장, 조보훈 전 전남부지사, 김대동 전 나주시장(왼쪽부터)
주승용 전 여수시장, 조보훈 전 전남부지사, 김대동 전 나주시장(왼쪽부터)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방분권 시대, 지방자치 경험있는 우리가 적임자"

주승용(52·우리당) 전 여수시장은 지난 95년 전남도의회 의원 선거이후 '무소속 불패의 신화'를 자랑했지만, 지난해 민주당 김충석 후보에 의해 여수시장 재선에 실패했다.

그는 최근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여의도 입성'을 벼르고 있다. 95년 무소속 도의원·여천군수·여수시장을 지낸 그는 "단체장이 소속 정당이 있다면 국회의원에 예속되기 때문에 무소속이 바람직했다"면서 "중앙정치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필요하고 지역구도타파와 정치개혁, 그리고 지역발전을 위해서 우리당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에서 뿌리를 박고 살아온 사람들이 지역의 실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지방자치를 통해 충분히 검증받았다"면서 "나는 5만표에서 7만표를 받아 무소속 단체장으로 선출됐고 여수가 분구가 될 경우 4만표 이상이면 당선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여수 현역의원은 4선의 김충조 의원이다.

전남 순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조보훈(57·우리당) 전 부지사는 2선의 김경재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민선 초기 전남도의회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며, 98년부터 전남 정무부지사로 재직한 바 있다. 조 전 부지사 역시 지방선거에 나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애초 민주당 순천시장 경선에 나서려다 경선참여를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시장선거에 출마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현장을 찾아가는 '논두렁 정치', 중앙당의 바람과 입이 아니라 지역의 현실과 현장감을 살려서 정치발전은 물론 지방자치와 지역발전에 힘쓰겠다"며 "지방자치 경험을 가진 이들의 국회진출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줄없고 돈없으면 정치에 나설 수 없는 정치구조를 뼈저리게 느꼈다"면서 "순천의 정치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대동(56·민주당) 전 나주시장도 지방선거의 실패를 총선에서 설욕하겠다는 다짐으로 전남 나주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시장은 조보훈 전 부지사와 주승용 전 시장의 경우와는 달리, 민주당 후보로 선거에 나서 신정훈(현 나주시장)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그는 신민당 시절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내면서 정치에 입문, 민선 1기 전남도의원을 거쳐 98년 국민회의 소속으로 나주시청에 입성했다. 그는 "지역의 대표성은 지역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종합적인 발전계획을 가진 행정경륜이 있는 사람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철(57·우리당) 전 전남도 정무부지사는 대표적인 동교동계 정치인이며 4선의 의원인 김옥두 의원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고 전남 장흥·영암에 출마한다. 김 전 부지사는 이미 몇 달 전 출판기념회, '남도사랑연구원'을 개소해 총선 채비를 서둘러왔다.

그는 80년대 중반 대통령 비서실 인사행정관을 시작으로 중앙 행정 경험을 쌓은 뒤 99년 전남 정무부지사로 재직하다 올 3월에 33년여 동안의 공직생활을 끝냈다. 이번 총선 도전은 '행정가' 김재철이 처음으로 '정치인' 김재철로서 평가를 받게되는 셈이다.

그는 "나는 33년 동안의 중앙과 지방에서의 행정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다"면서 "정치논리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제 화려한 정치경력자 보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국회에 진출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권자들이 당 보다는 인물중심으로 평가해 줄 것"이라며 "은근히 고무적"이라고 기대했다.

김재철 전 전남부지사, 이윤석 도의회 의장, 이윤정 전 시의원과 이춘범 광주도시공사 사장(왼쪽부터)
김재철 전 전남부지사, 이윤석 도의회 의장, 이윤정 전 시의원과 이춘범 광주도시공사 사장(왼쪽부터)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동교동' 정치인에 도전, 이윤석·김재철...유일한 여성 출마자 이윤정

이윤석(43·우리당) 전남도의회 의장은 이미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신안·무안 출마를 공언하고 1년여 전부터 맞대결을 준비해 왔다. 이 의장은 지난 1일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의장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정치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34살의 나이로 도의원에 당선된 이후 3선을 지낸 이 의장은 오는 23일 의장직은 물론 도의원을 사퇴할 예정이다.

이 의장은 "바닥에서 현장을 누비면서 민의를 반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노력해 왔다"면서 "아직 중앙정치에 지방이 예속돼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국회에 진출해 제도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정공백을 우려해 사퇴하기로 했다"면서 "고귀하고 값진 의원직이지만 사회발전을 위해 상처를 입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윤정(48·우리당) 전 광주시의원은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광주전남지역의 유일한 여성 출마자다. 공교롭게도 이 전 시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는 여성 현역 의원이 있는 광주 동구다. 광주 동구는 김경천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다. 이 전 시의원은 민선 자치 원년인 91년 '민중후보'로 나서 시의원에 당선된 후 8년여만에 정치활동에 나선 것이다.

그는 재야운동에 더 많은 정력을 쏟아왔다. 그는 5·18 당시 항쟁지도부에서 활동했으며 이후 여성운동, 민중운동 등 사회운동에 헌신해 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30여년 동안의 재야활동을 통해 평등과 평화의 시대로 나가기 위한 사회개혁과 제도개혁을 추진하고싶다"면서 "풀뿌리 지방자치 초대 시의원으로서 얻은 의정활동의 전문성과 추진력을 발휘하면 지역발전을 위해 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정치와 주민에 의거한 지역정치를 복원할 것"이라는 그는 열린우리당 창당 초기부터 창당 준비에 적극적으로 나서 2000여명이 넘는 창당 발기인을 조직하기도 했다.

이춘범(55·민주당) 광주도시공사 사장은 김태홍 우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북을 공략에 나섰다. 이 사장은 79년 DJ 수행비서를 지내면서 정치에 입문해 민선 초기부터 내리 광주시의회 3선의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도시공사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본격적인 선거 활동을 위해 내년 1월초 사장직에서 사직할 예정이다.

그는 "광주 길도 모르고 광주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선거때만 되면 지역에 온다"면서 "나는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 구석구석을 잘알고 있는 토박이이다"라며 지역 실정에 밝은 '토박이론'을 펼쳤다.

한편 광주 서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이윤자(56·민주당) 전 광주시 정무부시장은 "서구가 여성전용선거구로 확정되면 출마할 것"이라면서 서구가 분구될 경우에 대해 "분구가 된다면 출마할지 중지를 모아서 결정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4선 전남도의원인 이완식(64·민주당), 이광래(57·민주당) 도의원, 배광언(67·민주당) 전 도의원은 DJ 아들인 김홍일 의원이 버티고 있는 목포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목포 지역 한 기자에 따르면 이들은 "김홍일 의원이 총선에 나서지 않는다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출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지방 정치인들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국정의 주요과제인 만큼 지방자치 경험을 가진 풀뿌리 정치인들의 국회진출이 많은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여의도 입성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을 지배하는 정치구조에서 그 당의 공천을 받아 쉽게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다.

전직 지방의원 등 지방정치인들의 중앙정치 진출은 16대 총선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가운데 이들의 여의도 입성이 어느정도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국회 진출은 아직 넘을 산이 많다. 먼저 내년 1월 중순에서 2월에 벌어질 각당의 경선 과정이 그 첫 관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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