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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만화가 정병식의 그림 이야기

등록 2003.12.22 08:50수정 2003.1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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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식

이번에 소개할 ZOO 작가의 만화는 처음 접했을 때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 안에 깔린 이야기들과 전개과정이 웃음을 자아내면서 흥미진진함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이메일로 협조를 요청했을 때에도 겸손하면서도 차분하게 응했지만 막상 답변에서는 여러모로 자신의 만화에 대한 색채를 확실히 얘기해 주고 있었다.(인터뷰는 E메일로 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자기소개를 찾을 수 없던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에 자기 소개란이 없는 건 제 스스로 저를 소개한다는게 너무 쑥스러워서입니다. 홈페이지를 처음 오픈할 당시엔 간단한 소개란이 있긴 했는데…. 볼 때마다 부끄럽게 느껴져서 그 후 홈페이지를 고칠 때 아예 뺐습니다. 그래도 간단히 소개 하자면 본명은 정병식, 나이는 27세. 현재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zoo, 또는 flyzoo라는 필명을 쓰시던데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보통은 필명을 zoo로 쓰는데, 회원가입 절차상 이게 너무 짧아서 사용할 수 없다고 나오는 곳에선 flyzoo를 사용합니다. zoo라는 필명은 동물원에 누군가가 항상 보러 오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소망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동물원의 동물같이 우리 속에 갇혀 사는 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그리고 flyzoo라는 저의 또 다른 필명이자 제가 그리는 만화제목의 의미는(주 : 홈페이지에 flyzoo라는 만화가 있다.) 그 동물원에 '날다' 라는 의미의 즉, 자유로움을 부여한 것입니다."

-만화 '고탐식(만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이름이 '탐식'이라서 고탐식)'을 보면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시는 편인가요?
"특별히 주안점을 둔다고 할만한 건 없습니다. 대략의 스토리 구상이 끝나면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를 혼자 누워서, 또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저런 상황이 생각나게 되고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하기엔 제일 괜찮다 싶은 것들을 골라서 이야기에 살을 붙입니다. 제일 괴롭고도 제일 즐거운 시간입니다."

-zoo님의 만화를 보면 색감이 몽상적이랄까 편안함도 있고 여하튼 특이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렇게 색감을 구성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전 그냥 제 눈이 편안해 하는 색을 찾습니다. 색을 입혔는데 제 눈이 불편해 하면 다시 다른 색을 입혀보고 또 불편하면 다른 색을 입혀보고를 반복하죠. 그러다가 제가 보기에 '잘 어울린다'라는 느낌이 들면 '더 이상은 건드리지 말자'라고 선을 딱 긋습니다. 더 노력하다가 이 느낌이 안 나올까봐 두렵거든요. 또, 욕심에 더 건드리다가 이상해 진 적도 있고요."

-만화에 나오는 인물이나 동물들을 보면 일본식의 눈이 큰 캐릭터나 디즈니 식의 동글동글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면서도 독특함을 가지고 있던데, 캐릭터를 구상할 때 어떤 면을 신경쓰나요?
"이건 제가 색을 고르는 기준에 대한 설명과 비슷할 듯 합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편안함'입니다. 이렇게 그려보고 저렇게 그려보다가 그 캐릭터가 제 눈에 편하게 다가오는 것을 선택하죠. 또 그 안에서 다른 만화에서 느껴지는 요소를 될 수 있으면 가능한 배제하려 노력합니다."


-zoo님의 만화에는 감동을 주는 작품도 있고 웃음을 주는 작품도 있습니다. 작품에 따라 둘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혹시 이 둘을 조율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지요?
"제 만화는 일종의 패러디라 생각합니다. 감동 혹은 웃음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슬펐던 혹은 재밌거나 분노했던 여러 만화나 영화, 소설 그리고 저의 짧은 생을 통해 얻은 직·간접적인 경험들의 패러디가 제 만화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만화를 본격적으로 그리면서 깨달은 것은 머리란 샘과 같다는 것입니다. 항상 적정량의 샘물이 담겨 있어 그 정도가 전부인 것 같지만, 쓰면 쓴 만큼 어느새 채워져 있는 그럼 샘 말입니다. 샘과 같은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아도 썩고 변질되는 샘이 아닌, 누군가의 마른 입을 축여주는 그로 인해 끊임없이 새로운 샘물이 뿜어져 올라오는 그럼 샘과 같은 만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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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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