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장애인학교에 온정 답지

대전 '모두사랑'학교, 입주 건물 가압류로 거리 내쫓길 판

등록 2003.12.22 09:46수정 2003.12.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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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전 송강초등학교 5학년 7반 학생들이 작은 정성을 모았다.

대전 송강초등학교 5학년 7반 학생들이 작은 정성을 모았다. ⓒ 권윤영

쌀쌀한 날씨, 싸늘히 식은 경기에 사람들의 마음도 얼어붙기 쉬운 계절이지만 훈훈한 사랑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교장 오용균)가 최근 학교이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작은 정성이 모아지고 있다.


초등학생의 예쁜 마음 한가득

대전 송강초등학교 5학년 7반 학생들이 사랑을 한가득 모았다. 지난달 25일, 모두사랑장애인 야간학교로 김은영(26) 교사와 반 친구들 임슬기양, 천효찬군, 황선하군이 찾아왔다. 이들은 학교 이전을 위한 성금 25만여원과 함께 책과 학용품, 그리고 정성껏 작성한 사랑의 편지를 전달했다.

42명의 학급인원이 참여한 이번 사랑의 성금 모금은 재량시간이 그 발단이었다. 재량시간에 인터넷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다가 모두사랑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오는 뉴스를 보게 된 것.

a 김은영 담임 선생님.

김은영 담임 선생님. ⓒ 권윤영

김 교사와 학생들은 이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고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나섰다.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편지를 써요!”, “성금도 해요!”라며 대답했다. 방법부터 행동까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이렇게 해서 학생들과 김 교사가 성심성의껏 모은 성금과 아이들이 쓴 편지, 학용품을 모아서 전달할 수 있었다. 편지에는 ‘언니, 오빠 저희의 작은 성의지만 받아주세요. 힘내시고 용기 잃지 마세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아이들의 마음에 대한 모두사랑장애인학교에서의 답장이 날아왔고 아이들은 하나같이 기뻐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한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듯 했다.


a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에서는 편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에서는 편지로 고마움을 전했다. ⓒ 권윤영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니 기분이 좋았어요. 더 도와주고 싶어요.”
“방학 때 복지관이나 양로원으로 봉사하러 갈 생각이에요.”
“어른이 되어서도 봉사활동 할 거예요.”

이에 김 교사는 "12월 연말연시에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찾아주고 싶었다"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직접 진행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가보다 생각하던 아이들도 점점 남을 돕는다는 의미를 알아가는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고사리 손도 사랑을 모았어요"

대전 판암동에 사는 서보련(8), 해련(5) 자매도 그동안 모아온 돼지저금통을 털었다. 돼지저금통은 그동안 명절 때 친척들에게 받은 용돈을 피아노를 사기 위해 차곡차곡 모아둔 것.

a 초등학교 1학년 보련이와 5살 난 해련이도 저금통을 개서 사랑을 전했다.

초등학교 1학년 보련이와 5살 난 해련이도 저금통을 개서 사랑을 전했다. ⓒ 권윤영

보련, 해련 자매가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를 알게 된 것은 지난 여름 1박 2일로 여행을 함께 갔던 것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지체장애우를 무서워하던 아이들도 여행을 통해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피아노는 다음에 사도되지만 이번에 언니 오빠 사정이 급하니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어머니 권혁심(34)씨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돼지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고스란히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하교 교감에게 전달했다.

해련이는 이번 일로 칭찬을 받으니 마냥 좋다지만 보련이는 “엄마, 조금은 남기고 드릴 걸 그랬나봐요”라고 아이다운 순수한 질문을 던졌다.

여고생들도 성금 모금에 동참

a 호수돈 여고 1학년 6반 친구들.

호수돈 여고 1학년 6반 친구들. ⓒ 권윤영

발랄한 여고생들도 좋은 일에 기꺼이 동참했다.

대전 호수돈여고 1학년 6반 학생들은 지난 가을, 병을 앓고 있는 아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았었지만 부득이하게 돕지 못했다. 나중에 더 좋은 일에 쓰자고 모아둔 것을 신문에서 모두사랑장애인학교의 사연을 접한 후 연락을 취하고 성금을 전달했다.

반장 유지현양은 “좋은 일에 쓰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전했습니다. 반 아이들이 모두 동참한 일이라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기회가 있으면 또 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작은 정성 모아 큰 사랑을

대전 월평동부녀회(월평타운 아파트), 대전 예술고등학교와 오정중학교 교직원들도 앞장서서 성금을 모았다. 한남대 국제통상학부 김홍기 교수는 학교이전 기금을 위한 밑거름이 되라며 200만원을 쾌척했다.

a (사)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 교장

(사)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 교장 ⓒ 권윤영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 오용균(58) 교장은 “금액을 떠나서 다른 후원금보다도 너무 기쁩니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게 대단한 겁니다. 기부 문화가 정착이 안된 우리사회가 아직도 건강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학생들의 예쁜 마음과 일반인의 따뜻한 손길에 고마움을 전했다.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의 현재 상황

사단법인 모두사랑장애인야간학교는 지난 2001년 6월 장애인의 교육을 위해 설립됐다. 뒤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받기 원하는 장애인에게 새로운 배움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야학이다.

이런 장애인야간학교가 오는 12월 말이면 문을 닫아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위치해 있는 건물 전체가 가압류되었기 때문. 그동안 임대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월세를 내지 않아 보증금으로 이미 소진시켰고,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현 주인은 금년 12월 말까지 빌딩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결국 며칠 후면 이 야학은 길거리에 나 앉게 되는 셈이다.

현재 56명의 학생과 48명의 교사, 36명의 차량봉사자가 지내기 위해서는 80평 정도의 공간이 있는 건물 전세금 5천만원이라는 목돈이 필요한 상황. 모두사랑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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