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선의 세 번째 음반 [Down By Love]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의 세 번째 음반이다.
나윤선의 이전 두 음반은 팔색조 같은 다양한 보컬의 표정과 청아한 음색, 그리고 유럽 재즈 특유의 신비로움이 어우러진, 국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유형의 재즈 음반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음반들은 꽤나 까다로운 음악을 담고 있었다.
새 음반의 눈에 띄는 부분은, 이전보다는 비교적 대중적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전반부의 잔잔하고 차분한 곡들을 통해 드러나는데, “Into Dust”나 “Old Friend” 등이 그 예이다.
기타를 중심으로 한 간소한 편성 위에, 최대한 임프로바이제이션(즉흥 연주)을 자제한 나윤선의 보컬이 수놓는다. 몇몇 곡들에서 그녀의 보컬은 메리 블랙(Mary Black)을 연상시키기까지 하는데, 굳이 재즈라는 범위에 넣기보다는 뉴에이지나 무작(Muzak)으로 분류해도 좋을 듯한 곡들이다.
이러한 음반 전반부의 가라앉은 듯한 인상은 잠시 약간의 의구심을 갖게 한다. 나윤선 역시도 ‘대중과의 친밀함’이라는 프로파간다에 함몰되는 것은 아닌가(서영은 마냥) 하는 의심 말이다.
이는 전반부의 점잖은 노래들이 ‘밋밋한’ 느낌을 주는 탓도 있을 것이다. 특히 김민기의 곡을 커버한 “아름다운 사람”의 경우에는 왜 굳이 다시 불렀는지 납득하기 힘든데, 예전 김광민의 곡을 리메이크한 “Rainy Day”가 주었던 신선한 충격을 떠올린다면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타이틀곡 “Down By Love”를 기점으로 나윤선은 본연의 모습을 선보인다. “Down By Love” 후반부의 스캣은 소름끼친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며,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원곡에 공격적 기조를 걷어내고 다시 부른 “Manic Depression”의 커버 또한 참신하다.
샹송(“Oblivion”)이나 탱고(“No Me Llores Mas”)의 나윤선식 해석도 음반의 구성 면에서는 산란한 감이 있지만, 재치와 다채로운 표현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참, 이 음반에는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한국어, 영어 등 무려 4개 언어가 사용되었다. 그런데 실제로 듣는 입장에서는 이처럼 잦은 언어의 전환에도 별다른 생경함을 느끼게 되지는 않는다. 음반이 ‘보컬’을 중심에 두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건 재즈의 분방한 속성 때문일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음반에 정작 재즈곡은 몇 되지 않는다는 점이 걸린다. 어쩌면 프랑스와 한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코스모폴리탄의 음악에 ‘제약’이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다면, 음반마다 반드시 1곡의 한국어 노래를 수록하는 나윤선의 노력을 이해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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