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설명회 말은 ‘믿는게 아냐’

감귤 산지폐기, 농민들 "지원해라" 농림부 "못한다"

등록 2003.12.23 11:01수정 2003.12.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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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와 제주도, 농협 등이 산지폐기 보상을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산지폐기를 위해 보관중인 감귤이 썩는 등 부작용이 일면서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와 감귤농가들에 따르면 지난 5월 남제주군 남원읍에서 열린 감귤유통명령제도 설명회에서 농림부 과장이 유통명령 시행시 산지폐기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말해 이를 믿고 산지폐기 대상감귤을 보관해 왔는데 썩고 있다고 밝혔다.

a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산지폐기 감귤을 저장해 썩고 있는 실태 파악을 위해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

농민단체 관계자들이 산지폐기 감귤을 저장해 썩고 있는 실태 파악을 위해 농가를 둘러보고 있다.

지난 12일 문시병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양윤경 전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장 일행은 감귤산지폐기 보상과 관련 농림부를 방문하고 농산물유통국장과 담당과장에게 설명회 당시 언급했던 산지폐기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모 과장은 "설명회 때 말한 것을 약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엉뚱하게 말을 뒤집어 버렸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또 지난 7월 7일 사단법인 제주감귤협의회가 장관 앞으로 질의한 답변을 통해 “유통명령을 통한 산지폐기 등을 시행할 경우 산지폐기 비용 일부와 홍보 및 이행기구의 운영비 등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원이 가능하다”고 명시했지만 최근에 와서는 농림부가 감귤산지 폐기에 대한 지원결정을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파기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와 함께 감귤조수입 6000억원에 대한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문시병 회장 일행에 따르면 농림부 방문시 제주도가 올해 감귤조수입 목표가 6000억원이라는 보고를 받았는데 6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주도에 산지폐기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는 것.

하지만 제주도가 농림부에 보고했다는 6000억원은 현실성 없는 추정치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많이 잡아도 3500억원에 불과한데 6000억원이라니 무엇을 근거로 터무니없는 수치를 도당국이 산정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윤경 전 회장은 “감귤유통명령제 실시를 위해 생산자단체인 농협이 직접 나서 범도민적인 운동으로 똘똘 뭉쳐 감귤농가 93%의 찬성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고 실시 중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인 산지폐기에 대해 농림부가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농림부 본연의 직무를 유기하는 일”이라며 “감귤농가들은 농림부가 설명회 때 말했던 내용만 믿고 산지폐기에 대한 보상이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농가에게 돌아온 것은 썩어가는 감귤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산지폐기 물량을 보관중인 현성진씨(70. 남제주군)도 "산지폐기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가 감귤이 썩어가고 있다"며 "농민들에게 거짓말하는 농림부를 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 관계자는 “산지폐기에 대한 농림부의 입장과 관련 그동안 농림부가 설명회와 질의에 답변한 그대로 수확작업비의 100%(상품의 성격상 폐기시 수확작업이 필요 없는 경우 수확비에 준하는 비용)를 지원해야 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림부는 제주지역 신문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물량축소를 위한 상품의 산지폐기는 정부차원에서 검토가 가능하지만 상품성이 없는 비상품감귤에 대해 보상비를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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