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원인 따로 있다

잘못된 정부의 '건설제도'가 큰 원인

등록 2003.12.24 15:30수정 2003.12.2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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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공사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건설 관련 공무원들이나 건설업자 그리고 건설종사자들이 나쁜 사람들이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 이유는 정부의 잘못된 '건설 제도' 때문이다. 즉 정부의 잘못된 '건설 정책'이 부실 공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건설정책'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건교부 전관예우용으로 전락한 '공공건설공사 감리제도', 시공 비전문가가 감리를 하는 '건축공사 감리제도', 페이퍼 컴퍼니를 조장하는 '건설업 등록제도', 시공 규제를 받지 않는 '소규모 건축물 시공제도', 일정한 학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에게 무시험으로 국가기술자격을 공짜로 주는 '인정기술자제도'를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건교부 전관예우용으로 전락한 '공공건설공사 감리제도'

현재 감리전문회사가 감리용역 업무를 수주하려면, 공사금액 100억 원 이상인 건설 공사의 경우, 업체가 감리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인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PreQualification)에 통과를 하고, PQ점수가 경쟁업체보다 높게 나와야 한다.

이러한 PQ제도의 시행으로 건교부에서는, '감리전문회사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기준(고시 제2001-360호, 2001. 12. 31)'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건교부 소속 기관들도 동 기준을 근거로 자체 기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참여감리원의 경력인정율 기준'이다. 이 기준은 건교부 출신들은 경력을 100% 인정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반면에, 건설회사 출신들은 60~80% 정도만 인정받을 수 있게 해놓았다.

일례로 대전지방 국토관리청(건교부 소속기관)에서 만든 '경력 인정율 기준'을 살펴보자. 그 기준에서는 건교부나 광역자치단체가 시행한 도로공사의 경우, '발주청의 공사감독 관련업무 또는 관리자업무, 상주감리업무, 건설사업관리업무(CM)'를 수행했던 사람에게만, 그 경력을 100% 인정해 주고 있다.


즉 '발주청의 공사감독 관련업무 또는 관리자업무'를 담당했던 사람들인 건교부 출신에게만, 경력을 100%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반면, 시공사 출신들은 상주감리나 건설사업관리(CM) 경력이 있어야만, 그 경력을 100%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주감리제도(95년 도입), 건설사업관리제도(95년 도입)는, 우리 나라에 도입이 된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아, 경력이 많은 동 업무 경력자가 그다지 많지 않다. 때문에 대기업 시공사에서 30년 이상을 시공만 하고, 국제적으로도 알아주는 베테랑 기술사조차 경력점수 부족으로 감리 단장은커녕 감리원조차도 할 수가 없다.


국민들은 건교부가 지난 94년 10월 24일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공무원들이 수행하던 건설공사 감독(또는 감리)을 민간 전문기술자들에게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2003. 5. 11, 건교부의 전관예우-먹이사슬?)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도(2003. 5. 12, 무자격 공무원출신이 감리단장 독차지?)를 한 것처럼 '건설공사 감리'를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들이 자리만 바꿔서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참여 감리원에 대한 PQ점수 산정을 자격증 보유 여부와는 관계없이 오직 경력만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기술자격자인 기술사나 기사도 무자격자인 인정기술자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기술자격 보유에 따른 가점제도가 없기 때문에, 기술자격증이 없는 건교부 출신 퇴직 공무원들에게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지적이다.

PQ 점수 산정시, 무자격 학·경력자도 1주~2주 정도만 교육을 받으면, 0.5~1점 정도의 가점을 준다. 그런데 기술사나 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자에게는 전혀 가점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건설공사 감리제도' 자체가 능력이 아닌 경력 위주이기 때문에 전문가인 기술사조차 감리업체로 진출을 못하는 현실이 생겨나고 있다.

시공기술이 없는 건축사가 '건축공사 감리'

건축허가가 된 건축물의 '공사감리 업무'는, 건축법 제21조 및 동법시행령 제19조 규정과 건축사법 제4조 규정에 의거 건축사가 하도록 되어 있다.

공사 전문가인 건축시공 기술사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공사 비전문가인 건축사에게 공사감리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설 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우리 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존재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전문성 차원에서 살펴 볼 때 '건축사의 전문성'은 공사감리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건축사법 제2조는 건축사를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그 도서에 의도한 바를 해설하며 지도, 자문하는 행위를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건축사는 '설계업무만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반면, 건축법 시행령 제19조 규정에 의한 '공사감리 업무내용'을 살펴보면 '시공계획의 적정성 여부지도', '시공관리의 적정성 여부지도', '공정표 검토지도', '안전관리지도', '품질시험과 성과지도' 등 전부가 다 시공 업무다. 즉 건축시공기술사의 업무영역인 것이다.

또한 건축사의 시험 과목도 시공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건축사의 시험 과목은, 건축설계와 건축법규 단 2가지 과목뿐이다. 공사감리와 관계된 과목은 없는 것이다.

반면, 공사전문가인 건축시공기술사는 전반적인 공사 관련 과목만을 가지고 400분간 논술 시험을 보고 1차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2차 시험인 실기 시험에서는 30~60분 동안 권위 있는 대학 교수 2인, 기술사 2인 도합 4인에게 공학적 이론과 함께 현장에서 요구되는 응용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평가받아야 한다. 그 과정을 통화해야만 최종 합격이 되는 시험으로 그 합격률은 응시자의 3~4%에 불과하다.

이렇게 시공감리 전문가인 건축시공기술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인 건축사에게 공사감리 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이 우리 나라의 상황이다.

건축업자들에게 종속된 건축사들에게 '공사감리 업무'를 맡기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된다. 주택업자는 대부분의 건축사 사무소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사무소는 이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이런 상황에서는 건축사들이 건축공사를 감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건축업자가 부실 공사를 했을 경우 과연 건축사들이 재시공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이렇듯 현행 '건축공사 감리제도'는 이미 건축물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제도이다.

잘못된 '건설업 등록제도'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 문제

지난 92년 5월 이전에는, 건설업법 규정에 의거 기술사 1인과 기사 및 산업기사 10명 정도를 의무보유 해야만 건설업을 등록하거나 유지를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92년 5월, 건교부는 기술사나 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 자리를 국가기술자격증이 없는 무자격 학·경력자들이 대신할 수 있도록 크게 완화했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자격증이 없어도 무자격 학·경력자를 채용하면 건설업 면허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이른바 이름만 내건 페이퍼 컴패니(Paper Company)가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체에서 기술자를 채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업체가 면허를 받거나 존속을 하기 위해서 일정 기술자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건설업체 요건 완화로 중소건설업체들이 정식 기술자보다 임금이 훨씬 저렴한 무자격 학·경력자들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기술자 의무보유' 요건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에서 정식 기술자를 채용하는 경우는 난이도가 높은 공사가 있을 때뿐으로 그 때만 임시적으로 고용한다. 따라서 정식 기술자들은 자격증을 갖추고도 취직을 하기가 어렵고 반면 사주들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은, 건설업체의 '기술능력 완화'로 인해 건설업체의 난립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95년 말 기준으로 1000여 개에 불과하던 건설업체 수가 현재는 1만2572개(2003. 2월말 기준)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건설업체가 난립하다 보니 제살 깎아 먹기식 과당경쟁으로 건실한 건설업체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무리한 덤핑 수주는 부실 공사로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건축물'은 시공규제가 없어서 부실공사 발생

200평 미만의 단독 및 다세대주택과 150평 미만의 근린생활시설(또는 상가건물) 등은 건설업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시공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법적으로 소규모 건축물은 시공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규모 건축물 대부분이 검증을 받지 않은 무자격 시공업자들이 시공을 하고 있다. 때문에 부실 공사로 이어져 다세대주택 붕괴 사고와 같은 각종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위법 및 부실공사가 적발된다고 해도 이들은 국가기술자격자가 아닌 무자격자이기 때문에 자격증 박탈과 같은 행정처분이나 제제 방법이 없다. 그리고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이들은 정부에 등록한 건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건축주가 하자 보수를 받을 수 없다. 당연히 세금 포탈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세무당국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정부의 '인정기술자제도' 때문에 부실공사 발생

'인정기술자제도'는 정부가 건설기술관리법(95년 도입), 전력기술관리법(96년 도입), 정보통신사업법(98년 도입),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92년 도입) 등 각종 법률에 도입하고 있다.

'인정기술자제도'란 일정한 학력과 경력만 있으면 기술사, 기사, 산업기사 자격과 동등한 자격인 '특급기술자, 고급기술자, 중급기술자, 초급기술자' 자격을 무시험으로 주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기술사급인 '특급기술자'의 경우, 일정한 경력(대졸 12년, 전문대졸 14년, 고졸 18년)만 되면 그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또 기술사조차 10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주어지는 '수석감리사'도, 일정한 경력(대졸 22년, 전문대졸 25년, 고졸 28년)이 되면 자격을 받을 수 있다.

기사조차 7년 경력(산업기사는 10년)이 있어야 주어지는 자격인 '고급기술자'의 경우도, 일정한 경력(대졸 9년, 전문대졸 12년, 고졸 15년)만 되면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졸 기사자격 7년 경력자나 대졸 무자격 9년 경력자는 똑같이 '고급기술자'가 되는데 그 차이는 경력 2년뿐이다. 이렇게 이공계의 변호사, 이공계 꽃으로 불리는 '기술사' 자격조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8년(대졸 12년)만 지나면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인정기술자제도 때문에 '국가기술자격제도' 자체가 붕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무자격자라도 일정한 경력만 있으면(고졸 28년, 전졸 25년, 대졸 22년 경력) 무조건 '수석감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기술사는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만 '수석감리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경력 10년 미만인 기술사들은 '수석감리사' 자격조차도 얻지 못하고 무자격자들의 보조자로 전락을 하고만 것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인정기술자제도' 때문에 우리 나라 건설기술자들의 기술 능력이 '하향평준화' 되고 사실이다. 과거 기술자들은 '국가기술자격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도 공부를 해야만 했다. 자격증이 있어야만 기술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기술자들이 공부나 연구를 할 필요가 없다. 학교 졸업 후 공부를 계속한 사람이나 안한 사람이나 시간만 흐르면 기술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주경야독하는 기술자는 점점 사라지고 과거의 기술에 안주하는 기술자들만 늘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인정기술자제도'가 기술자들의 '기술하향평준화'를 낳은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부실 공사는, 정부가 법과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생겨난 문제다. 정부의 부실공사 척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우리 나라의 건축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잘못된 '건설정책 5가지'를 기본과 원칙에 맞게 조속히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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