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정에서 본 해넘이김정봉
2003년 세밑 해를 보낼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반구정이라는 좋은 곳을 찾았다. 적당한 곳이라 하면 집에서 가깝고 정자라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생각되는데 반구정은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물론 좀더 멀리 서해 쪽으로 가면 이보다 못할 곳이 없지만 31일 저녁5시 정도에는 그 곳에 가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곳을 제격이라 판단했다. 여기가 제격인 이유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는 '혜택 받은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하루하루 바삐 움직여야 되는 우리네에게는 서울에서 한시간 남짓 걸려 닿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로를 한참 달려 통일동산이 있는 오두산을 지나 문산IC로 빠져나가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문산, 왼쪽으로 가면 반구정이다. 마을길을 따라 얼마가지 않으면 갈비냄새가 반구정이 가까이 있음을 알려준다. 갈비 집인지 반구정 입구인지 헷갈릴 정도로 큰 갈비 집 옆에 반구정은 자리하고 있다.
반구정(伴鷗亭)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낸 곳이다. 갈매기와 짝을 이룬다 하여 반구라 하는데 이름 한번 멋있게 붙였다. 그는 시조에도 나타냈듯이 임진강가에 나가 낚시질도 하면서 한정(閑靜)한 여생을 보낸 듯하다.
강호에 봄이 드니
강호에 봄이 드니 이 몸이 일이 하다
나는 그물 깁고 아희는 밧츨가니
뒷 뫼에 엄긴 약을 언제 캐려 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