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의원과 윤철상 의원이 회의 진행과정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대체: 26일 밤 9시50분]
여야 법사위원들, 친일파 진상규명법 찬반 격론벌여
국회 법사위는 26일 오후 6시 40분경 친일파 진상규명 특별법 등 4대 과거사진상 규명법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넘겨 재논의키로 결정했다.
소위로 넘겨 재논의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회의 시작전부터 감지됐지만 예상대로 여야 의원들의 찬반논쟁이 쏟아지면서 결국 4대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는 일단 유보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안'과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 등 두 개 법안을 둘러싸고 과거사 진상특위 쪽 의원과 법사위원들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민주당의 함승희 의원은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법안'과 관련 "일제 지배에 적극 가담하거나 독립운동 방해한 사실을 밝혀내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데 찬성한다"면서도 "그것을 할 수 있는 자,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자가 있느냐"며 회의론을 폈다.
함 의원은 이어 "일제하까지 포함해 4~5대에 걸쳐서 친가나 외가 어느 쪽도 일제에 부역하지 않거나 방조하지 않거나 한 핏줄이 없다. 검증해낼 재간이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고 덧붙이며 위원회 위원들의 자격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성원 민주당 의원은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법안 통과로 설치될 진상규명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두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았다. 장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게 되는데 노무현 정부의 편향된 시각에 의해서 이것이 결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우려의 시각을 표시했다. 따라서 진상규명위를 대통령 소속 하에 둘 것이 아니라 국회 산하에 둬야 한다고 장 의원은 주장했다.
장 의원은 또 조순형 현 민주당 대표의 조병옥의 친일행위를 김희선 의원이 거론한 점을 예로 들며 역사 해석의 편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김 의원은 조병옥 박사의 친일행동을 부분적으로 제기를 해서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바가 있다"고 지적한 뒤 "그 사람의 행위를 친일로 볼 것이냐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느냐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자칫 잘못 운영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위원회 활동 기한과 관련해서도 법안이 명시하고 있는 5년에서 3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미 과거사 특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항인 만큼 자구 수정이나 기존 법체계와의 일관성 등을 심사하는 법사위의 권한을 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박했다.
김희선 의원은 친일파 기준을 문제삼은 함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제헌국회의 반민법 등 이미 선배의원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이 있으며 특히 민간차원의 연구성과 많이 있다"며 "근거나 증거에 기초해 조사하는 것은 상식"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 의원은 진상규명위원들의 자격논란에 대해서도 "이 법안의 목적은 과거사에 대해 반성을 하고 조상이 했든 누가 했든 화해를 하자는 것"이라며 "반성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기준에 의해 얼마든지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노 대통령의 편향된 역사인식이 우려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체계와 자구에 문제가 없다고 한 만큼 법사위 역할과 기능이 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별말을 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의원은 "내용에 대한 찬반인 것 같은데 적어도 법사위 관할인 법안의 체계와 자구 문제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으며 법안심사소위 회부 절차 없이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고 김 의원을 거들었다.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도 "자유당 정부 하 각료 60여명 가운데 30명이 친일 매국노였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부분은 역사를 꼭 한번 짚어보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즉각적 통과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동학농민혁명군의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은 역사의 평가로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한 때 논란이 일이었다.
함 의원은 동학농민명예회복법은 역사의 문제이지 법률로 보장할 문제가 아니라며 '법 만능주의'를 경계했다. 함 의원은 여성의 변기 개수까지 명시한 공중보건위생법안의 예를 들며 "역사의 문제를 법의 체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타당한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철상 의원은 "60년대까지해도 '난'으로 했다가 70년대 이후 '혁명'으로 바뀌었으나 혁명에 가담했던 분들은 '비적'으로 돼 있다"며 "역사적으로 혁명으로 인정해 줄 경우 '비적'으로 돼 있는 부분은 국회에서 이 분들의 명예는 회복시켜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함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어느 법에 그렇게 비적으로 돼 있느냐"고 따져 묻자 윤 의원은 "정부기록 보존소에 있는 자료에 따르면 일본군의 포로가 돼 처형이 된 분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그렇게 적고 있다"고 반박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승부 민주당 의원은 "같은 한 사람을 놓고라도 전라도에서 보는 시각과 충청도에서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는데, 이렇게 실무위를 전국 곳곳에 둬서 통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느냐"며 실무위원회 관계자 간의 평가의 상대성을 지적했고 윤 의원은 "최종 심의는 총리실에서 하기로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