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호씨의 부인 황길영씨.오마이뉴스 윤성효
며칠 있으면 고 배달호씨의 분신 1주년이 된다.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는 1주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새해 1월 9일 두산중 민주광장에서 '노동열사 배달호 1주기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투쟁 소식을 담은 <백서>를 발간하고, 열사의 정신을 조명하는 토론회(1월 13일)도 계획하고 있다. 민주광장에 표지석도 세우기로 했다. 지난 28일은 고 배달호씨의 음력 제삿날이었다. 유족들은 양산 솥발산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의 부인 황길영씨는 요즘 <전태일 평전>을 읽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살아 있을 때는 <전태일평전>이 옆에 있어도 그냥 지나쳤는데, 남편이 죽고 난 뒤에 노동자들이 왜 자꾸만 죽게 되는지 그 뿌리부터 알고 싶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책을 읽으면서, 노동자들이 값어치 없이 살아간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그동안 고 김주익 지회장과 이현중씨 관련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면서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희생하지 말고 살아서 잘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유언에 따라 새해에는 더 열심히 살고자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고 이해남] 다소 활기 찾은 아버지 "자꾸만 움직이려 한다"
그는 아버지와 두 명의 자식을 남겨두고 떠났다. 아버지 이갑수(64)씨는 아직도 "안타깝다"는 말만 연신 해댔다. 공직생활을 하다 5년전에 퇴직해서 지금은 개인용달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요즘 다소 생활에 활기를 찾는 것처럼 느껴졌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이씨는 "집에 있으면 마음도 아프고 해서, 자꾸만 움직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29일 낮에 전화를 했을 때도 짐을 싣고 운전하는 중이라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통화를 했다.
그는 먼저 "손자들이 둘이나 있는데, 잘 지내야 하는데 걱정이다"는 말부터 했다. 그는 자식의 잃고 나서야 노동자들의 아픔을 알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자식이 죽고 난 뒤에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는가를 실감했다. 두어 달 동안 병원에서 간호를 했고, 한달여 동안 조합원들과 같이 지냈다. 사회적으로 볼 때 기업주들이 얼마나 노동자들을 무시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에게 새해 바람을 묻자 단번에 "바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도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흘렸다. 그러면서 내뱉은 말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되었더라면 절대로 노동자들의 자살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업주들이 돈을 모아 정치인한테 갖다 바칠 줄은 알았지, 노동자들 위하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새해에는 제발 노동자들이 잘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