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엔 '가족신문' 만들어 보세요

가정신문 <사랑의 기별> 7년 이야기

등록 2003.12.31 13:00수정 2003.12.3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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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2003년 세밑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섣달 그믐날을 보내며 사랑하는 가족. 친척 그리고 친구나 이웃들을 생각하며 연하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우리집의 가정신문 <사랑의 기별>을 꾸며 보았다.

가정신문은 한 가족의 역사의 기록물이요, 자녀들의 성장과정의 파노라마다. 그리고 가족들이 마음을 함께 하고 선과 효를 실천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참 방학을 맞이하는 초등학생들이 방학과제로 즐겨하는 가족신문 만들기는 어린이들 글짓기 기능 신장에도 참으로 좋은 활동이다.

그래서 나는 첫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7년간 가족신문을 만들어 보았다.

나는 이렇게 우리집 가정신문을 만들었다

a <사랑의 기별> 창간호

<사랑의 기별> 창간호 ⓒ 장생주

1986년 12월 25일 성탄절에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을 보내는 마음으로 B4 시험지 크기 1장(2쪽)으로 가정신문 <사랑의 기별> 창간호를 만들었다.

1면 머릿기사는 연하장, 새해를 맞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 그리고 지난 한 해동안 가족들의 근황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리고 2면에는 가족들의 문예물로 채웠다. 자필로 쓴 것을 200부 복사해서 가까운 친척 친구들에게 돌렸다.

2호는 1987년 1월 27일에 발간하였다. 그런데 창간호 때 워낙 졸필로 써 보냈던 게 송구스러워서 공병우 타자기를 한 대 사서 아내가 타자로 쳐서 인쇄했다.

2호 1면에 우리 집안의 뿌리 찾기를 연재물로 올렸다. 아라비아 출신의 우리 집안 시조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다. 그리고 집안 소식도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할머니 자손들까지 포함한 친척들 이야기도 곁들였다.

3호는 1987년 2월 27일자로 발간하였다. 그런데 가족신문을 두 번밖에 안 냈는데 여러 군데에서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주었다. 그 해 1월 31일에 설날 아침 9시 10분에 MBC '차인태 출발 새아침 전국총출동'이라는 프로에서 우리 가족신문이 전국에 소개되었다.

전라남도 강진읍에 사는 우리 가족의 살아가는 잔잔한 이야기가 소개되자 우리는 매월 선한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게 되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를 공개 발표하는 마음으로 매월 신문을 만들었다.

그렇게 가족신문을 만들기 7년, 1987년 12월 25일 창간하여 1994년 2월까지 42호까지 내고는 폐간하고 말았다.

그 당시 내가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도 섬마을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사생활이 너무 노출된다며 꺼려하는 듯 싶어 40호부터는 제호를 <사랑의 기쁨>으로 바꿔 발간하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아쉬움을 남기고 신문 만들기를 끝냈다.

a 7년동안 펴낸 우리 가정의 가족신문 모음

7년동안 펴낸 우리 가정의 가족신문 모음 ⓒ 장생주

가족신문 이렇게 만들어 봅시다

요즘 가정이 붕괴되고 있다는 말을 흔히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가족이 일체가 되고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가족 서로가 신뢰하고 사랑해야 되는 건 기본이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가족들의 화합과 바른 예절 특히 올바른 효의 실천을 위해서도 가족신문 만들기는 참으로 좋은 가정교육 프로그램이다 싶어 여기 가족신문 만들기 방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1. 가족신문 왜 만들어야 하나?

1992년 1월 18일 오후3시. 서울 여의도 서울방송국 옆. 식당 '청호'에서는 전국에서 가족신문을 만들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이 열렸다. 초대된 가족은 모두 14가족이었는데 이날은 서울에서 4가족, 지방에서 3가족 등 모두 7가족 18명이 모였다. 반가웠다. 모두가 초면인데 한 가족처럼 화기애애한 만남이요, 정다운 얼굴들이었다.

가까이는 1년, 멀리는 5, 6년을 가족신문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보던 지기들이었다. 경제학 박사, 농화학과 교수, 문인, 대기업의 홍보부장, 회사원, 한 고을의 유지 등 가장의 직업만 보아도 다양한 여러 가족들. 모두가 하나같이 밝고 행복하고 건전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고 질서가 있었고 가풍이 있었고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 발간되었던 가족지나 가족신문으로는 1983년에 창간한 부산 김인화 가족의 <무지개>, 84년에 시작한 서울 조영헌 가족의 <비둘기집>, 85년에 시작한 서울 서길수 박사 가족의 <우리집>, 대전 송형섭 가족의 <사랑의 샘>, 경기 신도읍 김민희 가족의 <거북이>, 86년에 낸 서울 심석일 가족의 <청송>, 윤석현 가족의 <나리네 푸렝이>, 전라도 강진 장생주 가족의 <사랑의 기별>, 87년에 낸 안양 안수준 가족의 <하늘나라家>, 서울 김영채 가족의 <동산>, 남원 박원조 가족의 <우리 둥지>, 88년에 낸 서울 이종환 가족의 <가족소식>,. 미국 조월호 가족의 <진달래>, 광주 심재한 가족의 <한가족> 등이 있었으며 안동 지유숙 가족의 <둥지>, 김영주 가족의 <아름지>도 꾸준히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족신문도 그 체제나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였다. 깨알같은 글씨로 손수 써서 복사를 하는 신문이 있었는가 하면 <청송> 같은 신문은 타블로이드 칼러판으로 펴낸 손색없는 신문이요, 그 내용을 보더라도 한 집안의 뿌리를 찾는 기사가 있었는가 하면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아이의 그림이나 일기에서부터 가족들의 작품이나 솜씨자랑, 집안의 자질구레한 대소사, 중학생 형제가 배낭을 매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가 하면 대학시험에 실패하고 재도전을 다짐하는 장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고,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퍼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가득 실려 있는 것도 있었다.

사람마다 미래에 대한 소망은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또 가족을 사랑한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후대를 위해 수고하고 헌신한다. 게다가 대가족제에서 핵가족화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광적이리만큼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세태가 되었다. 어쩌면 그 게 당연한 인간의 욕망이며 시대적 추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날 모인 가족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공통점이 참 많고 남다른 데가 있었다.

'왜 가족신문을 만들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참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서울 K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던 경제학박사 서길수 박사님은, "어느 날 어느 섬마을 선생님이 보내주신 학급문집 <들꽃>의 아기자기함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리고 가족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가족들마저 정담을 나눌 수 없는 현실 속에 가족애를 심어줄 대화채널이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싶어서…." 가족신문을 펴내게 되었단다.

그리고 태영 홍보부장으로 있었던 심석일님은 "어느 해 설날 눈이 펑펑 쏟아졌다. 고향에 가려고 하는데 시골 어머니께서 눈 속에 오지 말라며 간곡한 전화를 하시던 음성을 듣고 부모님은 저리도 나를 생각해주는 데 '나는 뭔가?' 새삼 회의감이 들고, 나도 내가 배운 것을 가족들에게 베풀어주고 나도 뭔가 주어야지 생각하며…" 가족신문을 만들었단다.

그리고 J대학에 재직 중이었던 심재한 교수는 "사람이 배울 수록 선해져야 하는 건 데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배울 수록 형제간에 우애도 적고… 장남인 나로서는 가족들의 연대감을 조성해주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소방직 공무원이었던 이종환님의 부인은 "어느 날 남편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다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웃사람이 발견 목숨은 구했으나 3개월간이나 식물인간으로 지내면서 살아나면 고마운 이웃들을 위해 뭔가 베풀어주어야지 하고 다짐했더랍니다." 그런 연유로 다달마다 가족지를 만들어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단다.

하나같이 간절한 소망이었다. 들을 수록 공감이 가는 바람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염려하고 애쓰고 있는 가족들의 삶. 헛되지 않고 비뚤어지지 않고 곧고 바르게살기를 갈망하는 사람들.

그래서 날마다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며 하나 둘 때로는 자랑거리를, 때로는 불행했던 이야기들을 기록하여 매월 또는 몇 개월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해주며 삶을 반추하고 다시 재도전하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그가 박사이건 회사원이건 학생이건 주부이건 자랑거리를 만들어 보려고 인생을 개척해 가는 사람들.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은 삶이 되게 자신을 가꾸고 가족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들을 수록 다감하였다.

이처럼 가족신문을 만들면,

-가족들이 가족회의를 통해 사랑이 돈독해진다.
-글짓기 능력이 신장된다.
-경로효친 생활에 힘을 쓰게 된다.
-선행 미담을 만들려고 의도적으로라도 좋은 일을 하게 된다.
-가족들뿐만아니라 이웃들도 돌아 보는 따뜻한 마음을 기르게 된다.


a 가족신문 모음

가족신문 모음 ⓒ 장생주



2. 어떻게 만드나?

<신문 제목 정하기>

제목은 가족들이 의논하여 짓는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1. 아이들 이름을 넣어서 짓기 - <민지네 가족신문> <나리네 푸렝이>
2. 집안의 좌우명이나 내력을 나타내게 짓기 - <청송> <하늘나라家>
3. 소망을 담아 짓기 - <행복한 우리집> <우리집 행복 이야기>
4. 고운 이름으로 칫기 - <무지개> <동산> <아름> <종소리><둥지>
4. 그밖에 - <가제트 하우스> <한가족>

<편집 체제 & 인쇄 발송>

▲크기- 컴퓨터 편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A4 용지나 B4용지가 무난하겠다. 그리고 학생들 방학과제용으로는 4절지나 반절 켄트지가 좋겠다.

▲체제- 2단 편집이나 3단 편집 등 다단 편집을 한다.

▲편집 내용- 1면 제호. 가훈. 집안 내력 집안의 중대사( 애 경사.수상 등)속보
2면 집안 소식 사진과 글
3면 엄마의 글 요리 생활의 지혜. 일기 가족들의 편지 독후감. 글짓기
4면 아빠의 편지. 또는 글 사진. 편집후기.가족회의 소개

▲발행: 워드로 쳐서 집에서 프린트해서 우송. 요즘엔 개인의 홈페이지에나 이메일로 온라인으로 발송해도 되겠다.

3. 참고할 만한 가족신문 사이트

요즘은 종이로 펴내는 가족신문보다 개인의 홈페이지에 올려둔 온라인상의 홈페이지들이 참으로 많아졌다. 인터넷에서 <가족신문>을 치고 검색을 하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있다.

a 현재 발간되고 있는 가족신문 모음

현재 발간되고 있는 가족신문 모음 ⓒ 장생주

그 중에 가 볼 만한 가족신문 사이트로는 1993년 5월 18일 창간 2003년 3월로 218호를 펴낸 <민지네 가족신문>(http://faminews.minjine.com)이 볼만하다. 민지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하여 고3이 되도록 긴 세월동안 펴낸 그 가족의 역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또한 경기도 일산의 조명화씨 댁 동욱 & 승주네의 <우리집 행복이야기>(http://ifamily.wo.to)도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잘 꾸며졌다. 동욱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2000년 4월 30일 창간 지금까지 3년 8개월 동안 44호를 발간한 이력이 좋은 가족신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가족신문으로 <가제트 하우스>도 찾아가 볼만하다. 2000년 7월 17일 창간한 이 가족신문은 인터넷의 장점을 살려 영상화면 등이 수준급이다.


지구는 한가족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 2004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는 각자 자기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봉사와 효를 배우고 실천하여 온 사회가 보다 더 따뜻해지고 온 나라와 세계가 사랑이 넘치는 해가 되었으면 싶다. 그러기 위해 가정마다 가족신문 만들기가 생활화되었으면 싶다.

a <사랑의 기별> 43호

<사랑의 기별> 43호 ⓒ 장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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