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무협소설> 전사의 후예 269

꿈틀거리는 음모 (7)

등록 2003.12.31 13:00수정 2003.12.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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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 이래도 불지 않을 것이냐?”
“으으윽! 소, 소인에게 무, 무슨 죄가 있다고…? 으으으!”

“흥! 간교하기 이를 데 없는 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여봐라! 저놈이 이실직고할 때까지 매우 쳐라!”
“존명!”

쐐에에에에엑!
퍼어억―!
“끄아아아악!”

형당 제자는 매를 더 맞기 전에 알아서 불면 빨리 끝날 텐데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금대준이 미웠다.

얼른 국문을 끝내야 어젯밤 마작판에서 잃었던 본전을 찾으러 갈 텐데 질질 끌고 있자 짜증이 났던 것이다.

하여 있는 힘껏 중곤을 휘두르자 파육음과 더불어 엉덩이 살이 터지면서 사방으로 선혈이 튀었다.

“이런 육시(戮屍)를 할…! 에이, 쓰버럴…!”

새로 지은 의복에 선혈이 튀자 형당 제자의 짜증은 도를 더해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엄청난 고통을 견디다 못한 광견자는 또 정신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평생 힘든 일이라곤 해본 적이 없는 그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물을 끼얹고 곤장을 휘둘렀으나 금대준은 끝내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시인하지 않았다.

“지독한 놈! 오늘은 이만하고, 저놈을 하옥토록 하라.”
“존명! 에이, 이 지겨운 놈아! 어서 가자.”

혼절한 채 엎어져 있는 금대준을 질질 끌고 가는 형당 제자의 손에는 추호의 인정도 배어 있지 않았다.

아무리 흉악 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모진 국문 끝에 혼절하면 업어서 하옥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형당 제자는 마치 사냥한 짐승의 시체라도 끌고 가듯 땅바닥에 끌리거나 말거나 질질 끌고 갔다.

금대준은 규환동에 하옥되었을 것이다. 국문장에서 그곳까지 점점이 뿌려진 선혈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흘 후, 그는 초췌한 모습으로 국문장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는 시키지도 않았건만 빙화가 착석하자마자 스스로 무슨 죄를 지었는지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하였다.

“소인은 주석교에서 선무곡에 파견한 간세가 맞습니다. 소인에게 부여된 임무는 무림천자성의 이목을 속여 각종 정보를 빼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 소인은 무림천자성 편인 것처럼 행세하였습니다. 이곳에 와서는 철마당은 물론 비문당 등의 비밀을 빼내 주석교로 보내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며칠 간 모진 국문에도 끝끝내 혐의를 부인하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태도를 바꾼 것은 매 앞에 장사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금대준은 절대 장사(壯士)가 아니다. 그저 입만 나불거릴 줄 아는 일개 병부잡이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 선무곡의 선조들이 왜문의 악귀들에게 끝끝내 저항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은 죄를 시인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될 지를 너무도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루도 거르지 않는 매는 너무도 무서웠다.

얼마나 맞았는지 엉덩이뼈가 온통 가루가 된 듯 앉는 것은 물론 눕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그것뿐이라면 어떻게든 견뎌보겠다고 이를 악물었었다.

더 이상 때릴 지경이 못되면 나을 때까지 그냥 두거나 최악의 경우 맞아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매일 밤, 누군가가 전하는 전음(傳音)은 더욱 무서웠다.

듣는 것만으로도 모골(毛骨)이 송연(悚然, 竦然)해질 정도로 음산한 그 음성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경우 목숨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무림지옥갱으로 보낼 것이며, 그곳의 전매특허인 피거형(皮居刑)에 처해지도록 할 것이라 하였다.

그렇게 되면 냄새나는 분뇨 속에서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시신도 그 속에서 썩게 문드러지게 될 것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남기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그러니 참으로 끔직한 협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부모 자식은 물론 일가친척의 모든 재산을 몰수하여 알거지로 만들겠다고 하였다.

사내들은 모조리 거세시킨 뒤 피거형에 처해지도록 할 것이며, 그러기 전까지는 전신 뼈마디 마디가 모두 분질러지는 지독한 통증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인들은 나이 여하를 따지지 않고 모조리 홍루(紅樓)에 보내 몸을 팔게 하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일가친척들의 이름과 그들이 현재 하는 일 등을 일일이 불러줬다. 놀랍게도 상대는 금대준 본인조차 모르는 일가친척의 현황까지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된다면 완전히 대가 끊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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