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결혼한 조선족 여인들의 숙연한 재판

[법정에서] 고개 떨군채 눈물로 호소 "잘못했지만 살기 위해서..."

등록 2003.12.31 15:51수정 2004.01.0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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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결혼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선족 여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법정 안내문. ⓒ 오마이뉴스 윤성효

2003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215호 법정. 수의(囚衣)를 입은 남녀 9명이 고개를 떨군채 앉아 있었다.

여자들은 눈물을 글썽였고, 여인들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재판장안에는 숙연한 분위기가 흘렀다. 검사는 공소장 내용을 축약해 간단한 질문만 했으며, 변호사는 변론을 통해 선처를 호소했다.

이 재판은 창원지방법원 형사3단독 이한석 판사 심리로 중국 조선족 동포를 포함한 위장결혼 사건에 대한 결심공판이었다. 조선족 여인들은 국내에 취업하기 위해 국내 남자와 부부인 것처럼 가짜로 혼인신고를 해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아왔다.

사건 개요

이 사건은 지난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지방경찰청 외사수사전담반은 11월 15일 위장결혼 알선자와 위장 결혼자 6명을 검거해 이 중 5명을 구속하고, 5일 뒤 추가로 위장결혼에 연루된 조선족 2명과 국내 상대 남자 2명도 함께 검거했다.

마산에 살던 조선족 김아무개(24)씨 등 2명은 브로커 강아무개씨로부터 위장결혼 상대남자 김아무개(55. 광양)씨를 소개받아 위장결혼을 했다고 경찰청은 발표했다. 알선자 강씨는 알선 대가로 간병인과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던 조선족으로부터 매월 임금을 가로채 1인당 2000만~3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또 강씨는 국내 남자 윤아무개(43. 대전)씨 등 3명에게 1인당 500만원과 중국관광을 시켜준다는 조건으로 위장결혼을 알선했다고 경찰청은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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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간단한 심문, 숙연한 재판정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측은 조선족 피고인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국내 취업을 하기 위해 위장결혼을 했지 않느냐"고 물었고, 피고인들은 모두 "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아직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사실은 없어 법적으로 결혼한 것으로 신고한 행위는 잘못이지만, 사실혼 관계에 있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강재현 변호사는 "이들 여성들이 국내에서 남자를 만나 몇차례 부부관계도 가졌다"면서 "사회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위장결혼한 것과는 다르고, 단지 살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 말했다.

재판정은 조선족 여인들의 딱한 사연들이 소개되면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한 조선족 여인은 "중국에서 한국에 취업한 조선족은 성공한 출향인으로 인식된다"면서 "남편과 사별한 뒤 어린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으며, 아는 사람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인은 "중국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한국에 일하러 왔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중국에서 고아처럼 지내고 있다"면서 "몇 달 동안 돈을 보내주지 못했는데,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 지 걱정"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후진술에서 피고인들은 고개를 떨군채 눈물로 호소했다. 한 여인은 "시작은 잘못되었지만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다른 여인은 "지은 죄에 대해서는 반성한다"면서 "중국에 있는 딸을 생각해 선처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여인은 "풀려나면 한국남자(위장결혼 상대자)와 가정을 꾸려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새해 1월 9일 열린다. 조선족 여인들은 벌금형을 받으면 국내에 머물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강제추방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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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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