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복덩이 둘이 한꺼번에 나왔네

[저녁부터 새벽까지] 서울 삼성제일병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등록 2003.12.31 16:51수정 2004.01.0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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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계미년의 한 해가 저물고, 갑신년의 새해를 맞는 길목, <오마이뉴스>는 '12월 31일 저녁부터 1월 1일 새벽 사이'라는 제목의 송구영신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획에는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는 물론 네티즌 독자 여러분들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참여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현장취재 : 권기봉 한미희 기자
정리 : 김병기 권박효원 기자
편집 : 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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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미씨가 방금 태어난 둘째 아이를 안아보고 있다. ⓒ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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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전효미-장세원씨 부부 아기의 탯줄을 자르고 있다. ⓒ 김규환


<9신 : 1일 새벽 2시 25분> 병원 분만실 - 김규환 기자

오늘 0시, 갑신년 첫 아기 둘 동시에 태어나
두 'e-천사'의 중창으로 시작된 2004년


1. 여아 - 모 전효미(32세) 부 장세원(36세) 둘째 아이 2,670g
2. 남아 - 모 박주령(31세) 부 김일영(32세) 첫째 아이 2,820g

태어난 곳: 삼성제일병원(서울 중구 필동) 분만실.
태어난 시각 : 2004년 1월 1일 새벽 0시 00분 동시에 태어남.
두 산모와 아이 건강하고 정상적임

전효미씨의 친정어머니는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면서 손주에게 "인덕 있는 아이로 건강하게 자라라"고 말합니다. 김일영씨의 모친, 그러니까 남자아이의 친할머니는 "예쁘고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합니다.



오너라오너라 'e-천사' 팔짝팔짝 뛰어

절망의 한해는 이미 서산을 넘어 어둠 속에 파묻혔습니다. 지긋지긋한 365일은 이제 뒤안길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다시는 오지 않을 2003년! 두 번 듣기 거북한 뉴스가 아침저녁으로 끊이지 않았던 악마가 물러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보십시오. 'e-천사'가 팔짝팔짝 뛰어옵니다. 희망의 새해가 뒤뚱뒤뚱 걸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추위가 매서울수록 봄이 오리라는 걸 확신하듯 끝 모를 좌절 뒤에 샘솟듯 기똥찬 일이 일어날 걸 믿습니다.

어둠 속에서 새벽 첫 닭이 훼치며 울자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바다에서, 산너머에서 불쑥 솟아오릅니다. 희망과 꿈의 갑신년(甲申年)한해가 밝아 옵니다. 우리 올해는 제대로 된 제 2의 '갑신정변' 한 번 일으켜 볼까요?

취직 안돼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아 기지개를 켜라. 카드 빚에 쫓겨 애간장 녹는 사람이 하나도 없기를 바랍니다. 제발 새로운 해는 국회가 거듭나 정치가 바로 서길 빌어 봅니다. 경제가 술술 풀리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더 이상 외세에 굴종하지 않고 통일의 탄탄한 대로에 접어드는 원년이어라.

곧 희망을 가득 머금은 환한 날이 밝아 옵니다. 자! 일어섭시다. 'e-천사'를 달려가 맞이합시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갓난아이가 '응애~'하며 첫울음을 터트려 축복을 안길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서 보듬어 옵시다.


남대문 쪽방에도 새해의 밝은 햇살이 비추길...

▲ 정재성 할아버지
1월 1일 새벽 1시 5분

새해가 밝았다. 고단했던 2003년이 지나고 희망의 새해가 밝은 것이다. 고속철도 서울역 역시 준공식을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듯 하다.

서울역 인근은 정말 휘황찬란하기만 하다. 힐튼호텔 등 고층 빌딩들이 호위하듯 주변 거리를 밝히고 있고, 얼마 전 시작된 남대문로 재개발 공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가 보다.

그러나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정반대로 바뀐다. '서울의 달'에서나 보았음직한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로의 열기로 겨울 한파를 이겨내려는 듯하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이 1평 남짓 쪽방이라지만 아직 서울역 인근에는 쪽방들이 적지 않다.

정재성(69·회현동)씨도 2평이 채 안되는 쪽방에서 새해를 맞고 있었다. 이 동네에서는 그래도 큰 방에 속해 한달에 15만 원씩이나 내지만 삶이 그렇게 넉넉한 것은 아니다.

오늘도 7천 원으로 하루를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생활보호대상자 수당과 노인수당을 합하면 한 달에 35만 원이라는 수입이 있지만,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2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앉아서 국가의 돈만 받고 지내려 하지는 않았다. 인력시장에도 나가보았지만 나이가 무슨 죄인지 써주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오늘도 종묘 공원을 거쳐 인사동, 조계사를 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왜 국가에서는 주거권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자치구에서는 그에 대한 조례조차 없는가 하는 것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전국 철거민 협의회 중앙회 남대문5가지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날이 갈수록 관은 커녕 일반인들의 관심도 엷어져 이래저래 쓸쓸한 마음뿐이다.

올해 받은 딱 하나의 구호품이었던 점퍼도 생활이 더 힘들어 보이는 이웃 노인이게 양보한 그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 대책위에서 열심히 일을 하기에도 부친다고 했다. 아직 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이 지역 독거노인과 행상, 장애자들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은 데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안타까워하는 그의 마음은 도대체 얼마나 풍요로운 것일까. / 권기봉 기자

<8신 : 1일 새벽 1시 30분> 조계사-보신각 타종

조계사 입구에 소원 비는 촛불종이컵 줄지어
보신각 종 울리자 "로또 맞게 해주세요"


밤 11시경 서울 견지동 조계사 입구 인도에는 종이컵에 담긴 촛불이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조계사 마당에서는 극락전 안에서 진행되는 기원행사가 텔레비전 화면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법당 안에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법당은 사람이 가득 차 안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 법당 밖으로도 50~60명의 불자들이 새해의 안녕을 기원했다. 마당에는 헝겊으로 만든 코끼리, 용, 연꽃 모양의 조형물이 놓여져 있었다. 마당 한켠에는 기둥을 세우고 줄을 연결했는데, 신도들은 여기에 각자의 소망을 적은 종이를 엮었다. 마당 가운데서는 향을 피우고 합장을 하며 소원을 비는 신도들도 있었다.

초에 불을 붙이던 김혜은(32, 옥수동)씨는 "초는 지혜를 상징한다, 남자친구가 공부중인데 학업성취를 빌었다"고 말했다. 천안에서 온 서동길(24)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향을 피우고 있었다. 서씨는 '식구들 건강, 돈 많이 벌기' 등의 새해소망을 빌었다.

김태희(24)씨 가족은 종이에 소망을 적어 묶고 있었다. 김씨 역시 '가족건강'을 빌었다. 김씨의 어머니는 "어려운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성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아버지는 "마음 안에 부처님께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종이에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신각 사거리에서는 밤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고 불꽃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었다. 이날 거리에는 주로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용이나 코끼리 모형을 앞세운 퍼레이드와 풍물패의 길놀이가 분위기를 돋웠다. 한 통신회사는 풍선 3만5000여 개를 시민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는 점점 사람들의 물결로 채워졌다. 타종행사 진행요원들은 "밀지 말라"며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12시가 다가오면서 2000원 하던 폭죽은 500원 '떨이'로 팔렸다. KBS를 비롯한 각 방송사들이 중계방송을 시작했고, 축하공연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12시를 2분 남기고 '올드랭 사인'이 거리에 울렸고, 이어 보신각 타종행사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풍선을 하늘로 날리고 폭죽을 터뜨렸다. 몇몇 시민들은 "로또 맞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크게 외쳤고, 또 다른 시민들은 "한해동안 수고했다"는 덕담을 나눴다. 몇몇 시민들은 타종이 끝나자 흩어졌지만 남아서 연예인들의 축하공연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도 있었다.

외국인들은 거리의 사람들과 술을 나누어 마시기도 했는데, 영국에서 온 크리스틴(40)씨는 "한국의 신년행사가 매우 훌륭하다"며 "아이 셋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말했다. 길음동에서 온 김성연(17)씨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기차놀이를 했다, 내년에는 건강한 새해를 맞고 싶다"고 말했다.

종로소방서에서 나온 김유석 상방은 "오늘 특별한 사고가 없이 행사가 끝나 다행"이라며 "빨리 제대하고 싶다"는 소망을 빌었다.

@ADTOP@
추억 만들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역
지하보도엔 노숙자들을 위한 따뜻한 손길 넘쳐

밤 11시 10분경 고속철도 서울역

▲ 군대가는 아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송인호씨 가족. ⓒ권기봉
새해 1월 1일 준공식을 갖는 고속철도 서울역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이들과 눈꽃을 보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 친구들로 붐볐다.

송인호(50, 신림동)씨 가족도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살기 바빠 멀리는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여행을 가야 했단다. 무엇인가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가 있어야 했단다. 그래서일까? 이번 여행에는 특별한 테마가 있다. 이름하여 '추억 만들기!'

꼭 닷새 남았다. 오는 1월 6일이면 딱 하나 뿐인 아들 영운(21)이가 의정부 306보충대로 입대하기 때문이다. 의정부로 입대하면 전방에 배치될 것이란 이야기를 들어 송씨나 그의 아내 최중희(46)씨는 걱정을 숨길 수가 없다. 그래도 아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주었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간다는 것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한편 서울에서 출발하는 정동진행 열차는 이미 열흘쯤 전부터 매진이었고, 경부선 열차 역시 매진이란다. 배낭을 하나씩 짊어진 사람들은 다사다난 했던 2003년을 보내고 산뜻한 2004년을 맞이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고 있었다.

밤 11시 25분경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지하 보도

▲ 노숙자에게 따끈한 차를 대접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권기봉
서울역 지하 보도는 그렇게 몸 누일 곳 없는 이들이 찾는 곳 중 하나. 오늘도 어김 없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피워댄 담배 연기로 지하 보도가 온통 자욱하기는 하지만, 오늘은 노숙자들이 왠지 더 쓸쓸해 보인다. 쌀쌀한 날씨 탓일까? 아니면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어서일까? 노숙자 중에는 소주를 마시는 이들도 적잖아 보이지만 오늘만은 고성이 오가는 싸움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은 그렇게 외롭지 않으려나 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는 손길들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다시서기 지원센터'에서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8시30분부터 새벽 0시 20분까지 이곳에서 자원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오늘도 역시 지하 보도에서 지내는 이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방종국(26)씨는 비롯한 다시서기 지원센터 활동가들은 때로는 따뜻한 차를 들고 나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컵라면을 준비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든 노숙자들을 위해 쉼터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씻지 못해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해 좋은 장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갖고 나온 커피와 인삼차에 고마워 하는 아저씨들, 오늘은 보다 풍요로워 보인다. 다른 날과는 달리 젊은이들이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인터넷 직장인 동호회 회원 20여 명이 함께 했다. '초롱천사'라는 아이디를 쓴다는 나철웅(29, 월계2동)씨는 "지금까지는 회원들이 만나면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며 "오늘은 특히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 회원 중에서 취지에 동감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버지 나이와 비슷한 분들이 있어 도와주고 싶었지만 혼자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모씨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 권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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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는 아직까지 큰 교통 사고나 지체 없이 원활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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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 하고 있는 궁내동 요금소 직원들. ⓒ 김진석

<7신 : 1일 새벽 1시> 궁내동 요금소

평온한 고속도로... 큰 사고없어 원활한 소통
27명 야간근무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 최고"


경부고속도로 궁내동 톨게이트(서울요금소)는 여느 평일과 다름없었다. 35개의 요금소 가운데 현재 20개가 열려있고 27명이 야간 근무를 하고 있다. 주변 나무에 걸린 트리가 조용히 2004년을 밝히고 있으며 날씨 또한 칼바람 없이 평온하다. 아직까지 큰 교통 사고나 지체 없이 원활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교통정보센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돋이를 보러가기 위한 영동고속도로만 막힐 뿐 다른 부분들도 거의 원활한 소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교통정보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천민우(31)씨는 "2003년도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한 해였다" 며 "2004년엔 경제가 살아났으면 한다" 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첫 째도 안전, 둘 째도 안전이다" 며 "많은 운전자들이 조금만 마음에 여유를 갖고 운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궁내동 톨게이트 민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현옥(44)씨는 "내년엔 돈을 버는 것 보다도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고싶다" 며 "음지에 햇살이 내리쬘 수 있는 복지 국가가 됬으면 한다"고 밝혔다.

궁내동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근무하는 이혜옥(35)씨는 98년 남으로 탈북해 그간 안해본 일이 없었다. 그는 요금소 일을 구한 2003년을 가장 기뻤던 해라고 평가하며 언제나 소원은 고향에 있는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그는 누가 대통령이든 다 똑같은 것 같다며 그저 서민이 잘 살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도 밝혔다.


<6신 : 1일 새벽 0시 45분> 여의도

군 의문사 유가족들 한나라당사 앞에서 농성
민노당 이덕우 변호사, 유가족들과 송년


민주노동당 인권위원장인 이덕우 변호사는 여의도 길거리에서 군 의문사 유가족들과 새해를 맞았다. 밤 11시 20분경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 송년풍경을 전한 이 변호사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데, 중요한 일이라서 이 곳에 왔다"며 유가족들의 농성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 인도에서는 60~70대 노인들인 허원춘(고 허원근씨 아버지), 최봉규(고 최우엽씨 아버지)씨, 박재원(고 박필호씨 아버지)씨, 곽철수(고 곽기현씨 아버지)씨 등 의문사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대책위원회, 군사상자 유가족연대 회원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지난 26일부터 천막도 없이 은박 매트리스만 깔고 농성을 하고 있다. 인근 카센터에서 얻어온 철제통에 갈탄을 넣고 불을 피워 몸을 녹이다가 지치면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이 변호사는 "지금은 그래도 견딜 만한데 12시 넘어가면 상당히 힘들 것 같다, 내가 오늘 긴장하고 두껍게 입었는데도 불 가까이 안 가면 춥다"고 전했다.

노령인 이들의 농성에는 건강이 가장 큰 문제다. 그렇지만 자식을 잃은 이들 유가족들은 "세상에서 자식잃은 것보다 큰 고통이 어디 있냐, 자식이 왜 죽었는지도 밝히지 못하는 부모가 어떻게 밥먹고 사냐"며 "죽는 한이 있어도 의문사법을 개정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의문사법 개정의 내용은 2004년 6월로 한정된 조사기간을 없애달라는 것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한정된 조사대상자 제한을 풀어달라는 것이다. 지난 11월 22일 오세훈 한나라당 의원 등 61명 의원들이 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지만 법사위는 이를 반려했고, 결국 개정안은 소관 위원회도 정하지 못하고 표류했다.

이들이 농성에 돌입한 12월 26일에서야 다시 법사위에 개정안이 회부됐지만 이번 국회에서 개정하지 못하면 의문사위원회가 해체될지도 모르는 절박한 상황. 이들은 "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차라리 길에서 얼어죽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부결로 농성 유가족들은 감정이 격앙된 상태다. "범죄자들은 불체포특권으로 감싸안고, 사람 생명에 관한 법률은 '우리 위원회 소관이 아니다'라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 이들의 새해소망은 당연히 법개정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진상이라도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신 : 31일 밤 11시> 지리산 노고단

일출 보려는 관광객 발길 계속 이어져
눈발 휘날려 나무마다 새하얀 눈꽃 만개


지리산 노고단에는 일출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 측도 평소와 달리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입장료를 받고 있고, 차량들도 꾸준히 산길을 오르고 있다.

밤 10시 40분 현재 노고단에는 눈발이 휘날리고 있고 나무마다 새하얗게 눈꽃이 피어있다. 걷기에는 어렵지 않지만 체감온도가 낮고, 내일 일출을 보기도 쉽지 않은 상태.

밤 11시 현재 노고단 산장에는 60∼70명이 머물고 있는데 산장지기 김순완(48)씨에 따르면 예년에 비하면 적은 숫자라고 한다. 김씨의 새해소망은 "우리나라가 지리산처럼 우직한 한해를 보내는 것, 산이 잘 지켜지는 것"이다.

전주에서 온 한 대학생 동갑내기 연인인 이현미, 임형택(24)씨는 "사귄지 오래 됐는데 아무래도 남한에서 제일 크고 넓은 지리산에서 소망을 빌고 싶어 해마다 온다"고 말했다. 임씨가 경영학에서 한문학으로 편입하기 때문에 이들의 새해소망은 '시험 합격'이다.

노고단에서 소식을 전해온 박상규 뉴스게릴라는 "원래 산 밑에서 서른살을 맞이하려고 했는데, <오마이뉴스>의 취재부탁에 기분이 좋아서 올라왔다, 덕분에 지리산 일출을 보게 됐다"며 "새해소망은 서른살이 됐지만 20대처럼 박력있고 용기있게 살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4신 : 31일 밤 11시> 종로경찰서 - 느티나무 카페

의경들 "데모 없는 세상 왔으면 좋겠다"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엔 대동굿 행사 "얼쑤"


31일 저녁 8시 종로경찰서 형사계에는 경찰관 4명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이 시간에는 연행되는 사람이 잘 없고, 밤 12시가 넘으면 시비가 붙은 취객들이 많아진다"는 설명이다. 경찰들은 서류 정리, 뉴스 시청 등에 바빴다. 이중 권태영 형사와 정민우 형사는 각각 "로또 당첨", "가족의 건강"을 새해소망으로 꼽았다.

의경들은 인근 사거리에 대기하고 있었다. 계급이 낮은 의경들은 긴장한 모습이지만, '짠밥이 되는' 의경들은 편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수서경찰서에서 온 한 의경은 "데모가 없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빨리 제대하고 싶다", 종로경찰서 기동대 임재호 의경은 "제대가 10개월 남았는데 빨리 취업난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새해소망을 빌었다. 은평경찰서 모경렬 상경은 "몸 건강히 제대하고 싶은데, 취업난을 생각하면 제대하기 싫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종로경찰서 건너편에 위치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는 저녁 8시부터 새해맞이 대동굿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150명의 참가자들은 7∼8명씩 나뉘어져 막걸리를 마시며 허기를 채웠고,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들은 카페 안을 뛰어다녔다. 카페 한쪽에 차를 마시기 위한 '다실'이 마련됐고 벽에는 들어오는 사람 이름을 적은 한지가 붙어있었다. 사람들은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후 9시 30분 고사가 시작되자 엄숙하게 내용을 지켜봤다.

혼자 참석한 조윤형(39, 홍은동)씨는 "평소에 판소리에 관심이 많고 창작 판소리를 하는 김명자씨의 팬이어서 보러왔다, 새해소망은 '가족, 특히 아이들 건강"이라고 말했다.

단체로 참석한 여성민우회 풍물패 '단비'의 한 회원은 "아들이 청년 백수라 빨리 취직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전통에 대한 공감대가 넓혀졌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소망을 꼽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참여한 연인 박태오씨, 김희정씨의 새해소망은 '결혼'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1일 새벽 남산으로 이동해 일출을 볼 계획이다.

한편, 박도 뉴스게릴라는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와 "권중희 선생님 미국 보내주는 네티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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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천막안 명동성당 들머리 천막안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47일째 농성중이다. 좁은 천막안에서 농성중인 모습이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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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중인 천막 앞에 예쁘게 장식된 트리가 눈길을 끈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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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떠들썩한 공연이... 명동 롯데 영플라자 앞에서는 팝클래식 공연이 벌어졌다. ⓒ 권기봉


<3신 : 31일 밤 10시15분> 명동성당

외국인노동자-건설노동자 등 각각 천막 농성
올해 소망은 "따뜻한 방에서 오붓하게 살아보는 것"


저녁 8시 50분경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천막 2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 천막들은 각각 47일째 농성을 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지난 8일부터 합류한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노동자들의 집이다.

추운 날씨 탓에 이들 노동자들은 모두 천막 안에서 쉬고 있었다. 천막 안에는 옷가지와 이불이 널려있고 으스스한 냉기가 돌았다.

이주노동자들은 100여명의 농성참가자가 함께 묵을 수 있는 50m 길이의 대형천막을 쳤지만, 이날은 10명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8시 뉴스를 시청하며 천막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천막 안에 남은 노동자들은 오후 출입국관리소 집회에서 다친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후 1시 30분 출입국 관리소에서 강제단속 중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원 연행하겠다"는 법무부의 엄포와는 달리 실제로 잡혀간 사람은 없었지만,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꿰매거나 허리를 다쳐 일어나기도 어려운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에 온지 6년째인 아노아르(33, 방글라데시)씨는 "크리스마스 이브날 성당 앞에 모금함 설치했더니 200만원이 걷혔는데 요즘 들어서 가장 감격스러운 일이다, 겨울이 그렇게 춥지는 않다"면서도 "'메리 크리스마스'나 '해피 뉴 이어'가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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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원-노영란씨 부부 ⓒ 권기봉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11명은 건설현장의 산업 안전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부 산업안전과에 회사의 위반사항을 고발했는데 오히려 체포영장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 중 김광원(31, 경기도 의왕시)씨는 지난 6일 결혼한 새신랑. 아내인 노영란(36, 경기도 의왕시)와는 지난 2002년 11월 촛불집회에서 처음 만나 1년만에 결혼했고, 신혼여행에 돌아왔더니 체포영장이 떨어져있었다.

김씨는 신혼집에도 가지 못하고 생이별을 겪어야 했다. 이 부부의 올해 소망은 "따뜻한 방에서 재미나게, 오붓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20대와 작별하고 서른을 맞이하며...

뉴스게릴라 박상규씨가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기 전 새해를 맞는 단상을 적어보냈다... 편집자 주

내 20대 삶의 마지막 날인 오늘. 곡성에서 구례까지 섬진강을 따라 하루종일 걸었다. 맑고 푸른 섬진강은 흐름을 멈춘 듯 하다가도 다시 여울을 일으키며 저 먼 바다로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강물 위에서 평화롭고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던 오리녀석들은, 얄밉게도 자동차들의 달리는 소음에는 아랑곳 없더니 내 발자국 소리에는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 버리고 떠나버리는 20대 삶을 생각했다.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 내가 서른이라니! 난 그대로이고 내 마음은 아직 20대 푸르른 청춘이건만 어찌하여 세월은 날 버리고 간단 말인가!! 내 청춘 돌려줘!! 나 다시 돌아갈래!!

19살에서 20살을 맞이할 때가 생각난다. 난 그 때 내 20대 삶은 밤하늘을 수 놓는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빛나고 화려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20대를 보내고나면 찬란한 30대를 맞이할 거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그 땐 내 나이 서른이면 남부럽지 않은 직장이 있고, 토끼같은 부인과 다람쥐 같은 자식이 있는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살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내 서른살은 따뜻하고 풍요로울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난 이렇게 아는 얼굴 하나 없는 낯선 땅에서 홀로 서른살을 맞이하고 있다. 직장은 커녕 전세자금 대출이자의 압박에 시달리는 실업자이고, 토끼같은 부인은 커녕 여우같은 애인도 없으니 다람쥐 같은 자식이 있을리 만무하다.

난 지금 20살 무렵에 꿈꾸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서른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날 버리고 떠나는 20대가 아쉬울 뿐 지금의 내 모습이 부끄럽지 않다.

내겐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고, 힘차게 앞으로 전진하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 지금까지 맨몸으로 비를 맞고 눈보라 헤치며 여기까지 온 힘으로 난 전진할 것이다.

맨몸으로 스무살을 맞이했던 난 다시 맨몸으로 서른살을 맞이하고 있다. 없는 자의 용감함으로 내 서른을, 30대의 삶을 살아가리라. 끝없이 세상에 나를 던지며 전진하리라.

섬진강이 흐르고 지리산이 보이는 전남 구례에서 쓸쓸히 20대 삶과 작별하고 서른을 맞이하며 내 의지를 불태워본다. / 박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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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이들과 사진사 아저씨들. ⓒ 권기봉

<2신 : 31일 저녁 8시30분> 광화문과 을지로

디카 찍는 사람들과 '반전 촛불' 든 사람들
대형 트리 앞서 '찰칵'... 교보앞 2500여명 촛불 행사


서울 시내 세밑 풍경도 분주하다.

저녁 7시 20분, 서울 을지로입구 롯데백화점 앞 도로에는 화려한 트리 장식 앞에서 사진을 찍는 100여명의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주로 연인이나 친구끼리 나온 20대가 많고, 아기를 데리고 나온 부부도 눈에 띈다. 이들은 트리를 배경으로 서로를 찍어주거나 셀프 카메라를 찍기도 했다.

중학교 동창으로 매년 12월 31일마다 만난다는 최소영(20, 경기도 일산), 이슬기(21, 경기도 광명시)씨는 "을지로에 새 쇼핑몰이 생겨서 나왔는데 백화점 앞이 재미있어서 들렀다"면서 "디지털 카메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열풍 때문에 즉석사진을 찍는 사진사들은 울상이다. 약 20여명의 사진사들이 호객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거리의 사진사 중에는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직인 사람들도 많다. 김철우(53, 서울 장위동)씨는 "평소에는 집에서 놀다가 이런 때 나와서 일은 한다"면서 "오늘은 오후 5시부터 나왔는데 한 장도 못 찍었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2003 반전평화 송년결의대회'가 열렸다. 학교 깃발을 든 대학생들과 민주노동당원 500여명이 먼저 자리를 잡았고, 비정규직 노동자나 이주노동자들도 모여들어 7시 40분 현재 참여인원은 2500명 정도로 늘어난 상태다.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집회에 나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구속노동자를 위한 모금함'을 돌렸다. 재단비리 해결을 위해 삭발한 채 참여한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내 상황을 알리는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 할아버지는 '전쟁 반대' '평화협정 체결하라' '비정규직 철폐' 등의 구호가 적힌 하얀색 조끼와 주방장 모자를 착용하고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의정부 저소득층 대상 무료 공부방인 '느티나무 공부방' 이정섭 교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10여명과 함께 참여했다. 이 교사는 "의정부에 살기 때문에 미군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생활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들과 공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파병 철회하라, 전쟁을 반대한다"는 구호와 함께 민중의례로 시작했다. 무대 위에 선 홍근수 여중생범대위 대표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파병에 동의한 노무현 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참가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누어준 촛불을 들고 있다.

한편, 경찰들은 광화문 지하도에서 미대사관 방향 입구로 나가는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경찰 측은 대사관 방향 골목과 도로를 따라 경찰버스를 빽빽하게 주차시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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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지리산 연하봉의 눈내린 모습. ⓒ 박상규

<1신 : 31일 저녁 7시 30분> 지리산 세석산장

"지금 우리는 산장에서 007 게임을 하고 있어요"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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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

"지금 007 게임을 하고 있어요."

계미년의 마지막 날 지리산에 오르고 있다는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 그는 지금 세석산장에서 아름다운가게 식구 30여명과 함께 있다.

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전화를 받고 아름다운 가게 식구들의 '와' 하는 흥겨운 함성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지리산에 모여 갑신년의 첫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박 변호사는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을 들러서 올라왔다"면서 "오는 길에 실상사에 들러 도법 스님에게 법문 한 자락을 들었는데, '너가 없으면 내가 없다, 자연과 인간은 둘이 아니다'라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또 잠시 시인이 된 듯한 말투로 다음과 같이 지리산 풍경을 전했다.

"지금 지리산에는 눈꽃이 활짝 피어있다. 아름다운가게 활동가들이 지리산을 오르는 동안에도 잠시 싸락눈이 내렸다. 폭포와 계곡물은 두껍게 얼어있고, 그 아래 물소리가 아름답다. 폭포 아래 사람을 유혹하는 색깔의 투명하고 푸른 물이 흐른다."

박 변호사는 "오는 길에 날씨가 개었다가 어두워졌다가 지금은 어둠만이 깔려있다"면서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운데 금년에는 깊은 어둠을 맛보았으니 내년에는 새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해 소망을 대신했다.

박 변호사와 함께 있다는 김연희 아름다운가게 간사는 "작년에는 해돋이를 볼 수 있었는데 내일이 기대된다"며 "내년에는 아름다운 가게가 더 잘됐으면, 다 건강했으면 한다, 특히 박 변호사님은 활동이 많아 걱정"이라고 새해소망을 전했다.

원숭이띠 중국인들은 일제히 붉은 팬티를?
전세계 뉴스게릴라가 전하는 지구촌 새해맞이 풍경

오마이뉴스 게릴라들은 전 세계에서 지구촌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2004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뉴스게릴라들이 지구촌의 새해맞이 풍경을 알려왔습니다.

중국 김대오 기자 - "종쳐라, 또 쳐라, 매우 쳐라!"

한국에 '보신각'이 있다면 중국에는 '종루'가 있다. 매년 12월 31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것처럼 중국 사람들은 베이징 종루의 동종 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한해를 마무리한다.

건륭 황제 때인 1745년에 시작된 이 종루 타종 행사에서는 108번 종을 친다. 특히 이번에는 2004년이 베이징 천도 850주년이 되는 해라서 85번을 더해, 도합 193번 종을 칠 예정이라고. 한 번 종 치는 시간을 10초씩만 잡아도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줄창 종만 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양력설인 '원단'보다 음력설 '춘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12월 31일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넘어간다. 우리 나라처럼 밤새 술을 마시거나 노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중국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종루 타종 소리를 듣는 것으로 한해를 마무리한다.

중국 사람들은 새해를 맞아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며 '꽃'을 선물한다. 그 다음으로 많이 선물하는 것이 바로 '붉은 속옷'. 하지만 야한 상상은 금물. 중국 사람들은 12년마다 돌아오는, 자기가 태어난 띠의 해인 '본명년'에는 액운이 낀다고 여긴다. 그래서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본명년이 돌아온 사람에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붉은 속옷을 선물한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베이징 시내의 백화점은 붉은 속옷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오늘이 지나고 2004년 1월 1일이 되면 원숭이 띠인 중국 사람들은 일제히 붉은 팬티와 런닝셔츠로 갈아입을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김대오 기자는 밀린 리포트를 쓰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종루 타종 소리를 들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뉴질랜드 정철용 기자 - 정초부터 집 떠나 타지에서 지낸다고?

정초에 집에 붙어 있지 않고 밖으로 나돌면 1년 내내 떠돈다고 우리 어르신들은 말한다. 이 말을 뉴질랜드 사람들이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많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다음 해 1월 초까지 휴가를 떠난다. 우리 나라와 계절이 정반대인 뉴질랜드는 이때쯤이면 한창 무더운 여름철이다. 때문에 상당수 뉴질랜드 사람들이 집이 아닌 타지에서 휴가 중에 새해를 맞는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여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새해맞이를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때문에 뉴질랜드 사람들은 뻑적지근한 연말 모임보다는 조용한 새해맞이를 선호한다.

매해 12월 31일이면 각 도시의 아트센터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공연이 열린다. 이날 공연에서는 판토마임, 팝 가수들의 노래, 재즈 밴드의 공연 등이 선보인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서는 각 인종별, 각 나라별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각국의 전통 의상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

자정이 다가오고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을 하기 전에는 항상 뉴질랜드 토착 종족인 '마오리' 전사들의 공연이 선보인다. 전통 마오리 의상을 입고 얼굴과 몸에 문신을 한 채 마오리 말로 새해에 대한 축복을 기원한다. 이러한 새해맞이 공연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하나의 유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오클랜드에서 살고 있는 정철용 기자는 얼마전 첫번째 가족회의에서 정한 대로 2004년 첫날에 가족과 함께 해돋이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겠답니다.

일본 장영미 기자 - 오세찌 요리 먹고 홍백전 보고

일본은 우리 나라와 달리 양력 1월 1일에 설을 쇤다. 일본의 설은 쇼가쯔(정월·正月)라고 하는데 이 정월이 되면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고향에 계신 부모를 찾아 뵙는다. 설이 되면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에 설 쇠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일본과 우리의 공통점이다.

고향을 찾는 자식들을 위해 부모들은 설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를 '오세찌'라고 한다. 오세찌는 도시락 같은 그릇에 갖가지 음식을 조금씩 예쁘게 담은 것으로 지역과 집안마다 독특한 특색이 있다. 들어가는 재료와 음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최근에는 이탈리아 풍이나 중국 요리풍의 '퓨전' 오세찌도 선보였다고 한다.

또한 연말이 되면 일본의 대형 할인 마트에는 특이한 판매 코너가 선을 보인다. 바로 '집안 대청소용 세제 판매 코너'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에 묵은 해를 보내고 깨끗한 새해를 맞기 위해 집안 대청소를 한다. 온가족이 동원되어 쓸고 닦고, 심지어 다다미까지도 걷어 내고 먼지를 털어낸다. 때문에 연말이 되면 일본 세제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린다.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야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자식들을 맞이한다.

고향에 내려온 자식들은 오랜만에 부모와 함께 '오세찌'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오세찌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정월의 단골 코스는 바로 NHK의 '홍백전'. 일본의 유명한 가수들이 팀을 나눠 겨루는 홍백전은 정월 저녁 온가족이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오랫동안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보아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회 연속 홍백전에 출연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할 정도로 홍백전에 출연하는 것은 가수들에게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매해 홍백전의 시청률은 50%를 웃돌 정도다. 홍백전은 온가족이 모이는 정월에 세대와 세대를 잊는 가교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영미 기자는 일본의 설인 '정월'을 쇠지는 않지만 홍백전을 보면서 새해 첫날을 가족과 함께 오붓하게 지낼 예정이랍니다. / 정리 박순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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