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0일(화) 건립된 추모비 앞에서 학생대표가 추모시를 낭송하고 있다. 윤평호
추모시, '이별 그리움'
슬프고 슬퍼서 비가 내리고
떠나기 싫어 맑은 햇살은
하얀 꽃이 되어 눈부시던 날
너는 하얀 꽃잎이 되어 날아간다
하늘을 가슴에 안고
둥근 달은 마음에 담고
이별은 그리움 바람이 되어
나비가 되어 날아 보지만
텅 빈 가슴에 슬픔뿐
맑은 하늘은 투명해서 볼 수 없고
흐린 하늘은 가슴에 안개꽃 안고
너를 찾는다
추모비 제막식에는 김평산 천안교육장과 허은 천안초 교장, 양기택 충남도교육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교육계와 지역인사 1백여명이 참석했다.
김평산 교육장은 추모사에서 "사랑하는 제자들을 떠나보낸 3월26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날의 통한스런 마음과 사죄의 심정을 담아 추모비를 세운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로 나선 박옥순(여·6학년)양은 "추모의 동산을 쓰다듬고 가꾸어 너희 모습을 오래 간직할게"하고 약속한 뒤 씩씩했던 친구들이 하늘 나라에서 영원히 행복하기를 기원했다.
참석자들은 추모비 제막식 뒤 잇따라 헌화와 묵념을 했다. 화재사고로 해체 직전까지 몰렸다가 새 감독과 코치를 위촉해 지난 9월 재건된 축구부 어린이 25명도 추모비를 찾아 엄숙함을 더했다.
추모비 제막식에 유족들 불참
30분 가량의 추모비 제막식이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화재사고의 아픔에 고스란히 노출된 유족들이 정작 추모비 제막식에 불참한 것은 추모비 건립 과정에서 빚어진 교육청과의 갈등 탓이다.
천안교육청은 축구부 화재사고 발생 이후 답지된 국민성금 가운데 5600만원을 사용해 추모비를 세웠다. 추모비를 세우기에 앞서 지난 10월 천안교육청은 학교 관계자와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도 했다.
당초 천안교육청은 추모비 형태로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추모비에 희생자 9명의 얼굴을 돋울새김으로 넣고 추모비 제막식도 12월이 아닌 겨울방학 개학식이나 졸업식에 맞춰 거행하자고 수정 제안했다.
하지만 유족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고 추모식도 지난 12월30일 강행됐다. 화재사고 희생자유족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창호씨는 "교육청 예산이 아닌 국민 성금으로 추모비를 세우면서 유족들 의견까지 묵살하고 제멋대로 추모비를 세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털어놨다.
유족들은 이번에 건립된 추모비와는 별도로 자체 추모비를 제작해 내년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악몽같은 화재가 발생한 2003년이 저물기 전 추모비는 세워졌지만 아픔과 갈등은 현재도 치유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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