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부추기는 <조선>식 여론조사 보도

등록 2004.01.01 06:21수정 2004.01.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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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이 최대의 화두로 떠오른 2004년 첫날, 주요 신문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대통령 지지도와 17대 총선 결과 전망을 비중 있게 실었습니다.

20%대로 떨어진 노 대통령 지지도나 측근비리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도 관심사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몇 달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당별 지지도 조사 결과가 가장 흥미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조사결과가 한나라당 1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혼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역의원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결과도 눈에 띕니다.

각 신문들이 보도한 정당별 지지도 관련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일 투표하면…" 한나라 19% 열린우리 14% 민주 13% <중앙일보>
한나라-민주-우리 順… 우리, 미세한 약진 '눈길' <한국일보>
한나라 ‘회복’ 민주 ‘주춤’ 우리 ‘호전’/ 정당 선호도 지역별 편차 여전 <경향신문>
지역구도속 변화 기류 움튼다 <한겨레신문>


<중앙>과 <한국>은 정당 지지도 순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는 익숙한 방법을 택했으며, <한겨레>와 <경향>은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지역구도를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이에 반해 눈에 띄는 제목을 뽑은 두 신문사가 있습니다.

우선 <동아일보>는 정당별 후보 지지도가 “한나라 19, 열린우리 15, 민주 12%”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5면에 “17대 총선 당선가능성은…한나라 39, 민주 14, 열린우리 7%”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정당별 후보 지지도에서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온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절반밖에 나오지 않은 당선가능성을 제목으로 크게 뽑은 이 기사가 그다지 곱게 보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아일보>의 이 제목은 <조선일보>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신년 첫날부터 다른 신문사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게 된 이유도 <조선일보>의 아래 기사 때문입니다.

[17대 총선 조사] 영남-한나라, 호남-민주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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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도내용 ⓒ 조선일보

1일자 10면에 실린 이 기사는 지역별 정당 지지도를 한 눈에 보기 좋게 도표까지 만들어 놓고 그 옆에 세세한 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지역감정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발언이라 할 지라도 언제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 점을 잘 아는 다른 신문들은 기사 내용 또는 소제목에 “지역별 편차 여전”등으로 조심스레 보도했습니다. 굳이 따로 설명하고자 했던 <경향> 역시 “정당 선호도 지역별 편차 여전”이라는 제목으로 현상만 드러냈을 뿐입니다.

<조선일보>가 전국여론조사를 실시하고도 영남과 호남의 정당지지도를 극단적으로 비교하는 제목을 뽑은 이유를 유추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지역 감정을 자극하여 특정지역에 연고를 둔 정당들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려는 혐의가 짙습니다. 이미 지난 대선 때 판세가 지역별 구도에서 세대별 구도로 옮겨지는 바람에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죠.

우리 국민이 특정 신문의 세치 혀에 놀아날 만큼 미련하지 않다는 것은 지난 대선 당시 <조선일보> 사설 파문에서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조선일보>를 바로 알기 위한 시민단체들의 활약 덕분에 그 신뢰도에도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젠 대통령의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든, 보수 우익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망국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 만큼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이 좁은 땅덩이에서 너나 없이 형제 자매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도 힘든 세상에 “우리”와 “남”을 갈라 미워하고 반목하게 만드는 꼴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한낱 <조선일보>의 이익 때문에 이 나라를 분열시킬 수는 없습니다. <조선일보>로 인해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지역감정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히게 된다면, <조선일보>는 이 나라와 역사 앞에 또 한번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게 될 것입니다.

그 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음을 <조선일보>가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지역감정이라는 말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자사 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조선일보의 얕은 수를 고발하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무책임한 발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번 기사만큼은 등록회원에게만 독자의견란을 공개합니다.

덧붙이는 글 지역감정이라는 말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자사 이익을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조선일보의 얕은 수를 고발하기 위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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